[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4.21 07:47 / 조회 : 4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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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다저스 타선은 주포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하루를 푹 쉬어도 식을 줄 모른채 상대 마운드를 난타한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가 초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선발 트로이카의 한 축인 3선발 류현진이 왼쪽 어깨통증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한 채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최소한 첫 2주 동안은 그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로 기세등등하게 LA에 들어왔던 콜로라도 로키스를 지난 주말 3게임에서 일방적으로 압도하며 싹쓸이로 쓸어버리고 시즌 9승3패로 지구 선두로 올라서는 모습에서 ‘묵직한’ 포스가 절로 느껴졌다.

사실 올해 팀 연봉합계가 2억7,000만 달러에 육박, 역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기록을 세운 다저스를 놓고 ‘기대 이상’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는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타격에 관한 한 다저스의 출발은 당초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시즌 첫 3게임에서 5개의 홈런을 몰아친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불방망이는 다소 식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저스의 타선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예가 20일 로키스와의 시리즈 최종전이었다. 팀의 주포인 곤잘레스가 하루를 완전히 쉬어갔으나, (그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을 뿐 아니라 5차례 타석에서 모두 이닝의 3번째 아웃을 기록했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홈런 3방과 2루타 7개를 포함. 장단 14안타로 로키스 마운드를 두들기며 7-0 압승으로 시리즈 싹쓸이를 완성하고 7연승 가도를 이어갔다.

곤잘레스는 경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 안에서 구단 홍보실 직원을 상대로 “8이닝 중 5이닝에서 내가 3번째 아웃을 당했는데 이거 신기록 아니냐. 확인해 달라. 그 기록은 꼭 갖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남몰래 조용히 지나가고 싶을 달갑지 않은 기록을 오히려 자청해서 떠들썩하게 확인요청하고 나선 것에서부터 여유와 함께 지금 팀이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곤잘레스의 타율은 이날 .523에서 .469로 곤두박질했지만 그래도 NL 1위를 지켰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에 대한 전력 평가는 투수력과 수비에선 지난해보다 안정됐지만 타선의 파괴력은 다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핸리 라미레스(올해 .250 5홈런 12타점)가 프리에이전트(FA)로 보스턴 레드삭스로 떠나갔고 맷 켐프(.340 1홈런 9타점)는 트레이드로 샌디에고 파드레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중심타선에 오른손 거포는 야시엘 푸이그 한 명만 남았고 그로 인해 오른손 거포 부재가 라인업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됐다. 향상된 투수력과 수비력이 타선의 파괴력 부족을 보완해주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첫 2주 동안 12게임을 치르면서 다저스는 피칭은 어느 정도 기대만큼 해주고 있는 가운데 타선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팀의 강력한 무기로 등장하고 있다. 시즌 첫 12게임에서 총 17개의 홈런을 때려 NL 2위 워싱턴 내셔널스(14개)를 3개차로 압도하고 있고 팀 타율(.288)도 NL 2위 로키스(.271)와 상당한 격차를 벌렸다. 홈런과 타율 뿐 아니라 득점(게임당 5.25), 볼넷(50), 2루타(36), 장타(56), 타점(62), 출루율(.368), 장타율(.517), OPS(.885)이 모조리 NL 1위다. 특히 장타력은 눈부시다. 36개의 2루타로 게임당 3개꼴을 기록 중인데 이를 162게임 시즌으로 환산하면 무려 486개다. 지난해 다저스가 친 2루타 수는 302개로 구단 역사상 단 3번째로 300개를 남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해 페이스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지 알 수 있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 등 다저스의 새 수뇌부는 지난 오프시즌동안 새로운 간판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보다는 팀의 허리 역할을 할 부문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는데 일단은 그 전략이 맞아떨어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전 멤버들 가운데 칼 크로포드(.258 0홈런 1타점), 후안 유리베(.214 0홈런 0타점), 지미 롤린스(.229 1홈런), 푸이그(,267 2홈런 4타점) 등은 아직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은 모습이지만 곤잘레스(.469 5홈런 14타점)와 하위 켄드릭(.370 2홈런 10타점), 그리고 루키 센터필더 작 피더슨(.289 2홈런 6타점) 등은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벤치멤버인 알렉스 게레로(.357 2홈런 8타점), 스캇 반 슬라이크(.455 1홈런 5타점), 저스틴 터너(.400), 안드레 이디어(.259 1홈런 3타점) 등도 짭짤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몇몇 선수들의 부진을 다른 선수들이 완벽히 커버해주면서 팀 전체적으로 타선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이처럼 타격의 상승세가 팀의 주요멤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대단히 좋은 조짐이다. 상-하위 타선이나 주전-벤치멤버의 구분이 없이 고르게 터지고 있어 팀 타선의 핵인 곤잘레스가 하루를 완전히 쉬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투수들도 타선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 마운드에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저스는 투수력에 관한 한 리그 전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첫 3차례 선발등판에서 1승1패, 방어율 4.42로 그답지 못한 출발을 보였으나 3번째 출격에서 마침내 첫 승을 따내며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2선발 잭 그레인키(2승, 1.83)는 3게임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사실상 ‘공동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류현진 대신 3선발을 맡고 있는 브랜던 맥카시(2승, 4.50)와 4선발 브렛 앤더슨(1승, 3.27)도 기대했던 만큼의 자기 몫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이들이 확실하게 안정을 찾는다면 다저스 마운드는 리그 최고로 평가됐던 시즌 전 기대를 어렵지 않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변수는 5선발이다. 첫 2주 동안은 스케줄 상 5선발이 한 경기에서만 필요했고 맥카시와 앤더슨이라는 두터운 선발요원이 있어 류현진의 공백을 큰 문제없이 흡수할 수 있었지만 이번 주말엔 다시 한 번 5선발이 필요해지고 다음 주말부터는 정기적으로 5선발이 경기에 나서야한다. 지난 14일 딱 한 번 5선발로 나섰던 데이빗 허프는 4이닝 7안타 4실점을 기록한 뒤 방출 대기됐고 다음 차례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 자리에 류현진이 있었다면 다저스는 그야말로 걱정이 없었겠지만 지금도 조 윌란드와 마이크 볼싱어 등 몇 명의 5선발 후보가 있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타선이 활발하게 터져준다면 5선발이 받을 부담감을 훨씬 덜 수 있어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한편 이 같은 다저스의 초반 호조 분위기는 류현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류현진에 대한 필요가 그리 절실하지 않기에 그의 복귀시점을 관해선 최대한 여유를 두고 그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확신이 생기기전까지 기다리겠다는 구단의 자세가 느껴지고 있다. 류현진은 최근 며칠간의 캐치볼에서 어깨통증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언제 불펜피칭을 시작할 지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구단이 그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달 류현진이 어깨통증을 호소한 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2주 뒤 재검진을 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최소한 4월말이나 5월초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젠 5월 중 복귀도 물 건너간 느낌이다.

류현진은 19일 ‘올스타전 이전엔 돌아올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고 답했다. 올스타전 이전에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야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이젠 질문의 범위가 올스타전까지 넓어졌다는 사실에서 그의 조기 복귀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당장 류현진이 없어도 시즌을 꾸려가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구단 입장에선 어깨통증이란 매우 민감한 문제를 경험한 류현진에 대해 최대한 안전하게 복귀시기를 정할 것이 분명하다. 류현진으로선 이젠 자의든 타의든 느긋한 마음으로 재활에만 힘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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