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야신' 김성근 감독도 컨트롤 불가능한 '빈볼'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4.18 09:00 / 조회 : 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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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뉴스1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에서 '빈볼(Beanball) 시비'가 발생해 한화 김성근 감독(73)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상대 팀 감독이지만 나이로는 24세 차이로 자식뻘인 롯데 이종운(49) 감독은 "야구로 승부하자"고 '노장(老將)'에게 응수했다.

그런데 글쓴이의 야구 상식으로는 '빈볼'은 '몸에 맞히는 공'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보면 '빈볼'은 '상대 타자에게 해(害, harm)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맞히기 위해 던지는 공으로 보통 타자의 머리를 향하는 공을 말한다'라고 돼 있다.

빈볼(beanball)의 '빈(bean)'은 명사로 콩을 말하지만 구어적인 미국 표현으로 타동사, '머리를 때리다'를 의미한다. 따라서 엄격히 구분하면 한화-롯데의 '빈볼 사건'은 한화 투수가 머리를 향해 던지지 않았다면 '빈볼'은 아니었다. 위해를 가할 목적이 아니고 단순하게 어떤 경고나 불만의 표현을 한 것일 수 있다.

이날 5회말 한화 우완 이동걸이 롯데 우타자 황재균에게 던진 공은 '피하려던' 황재균의 왼쪽 엉덩이 윗부분에 맞았다. 머리 쪽을 향하지 않았고 해를 입힐 정도로 빠르지도 않았다. 황재균은 "맞히려고 해서 맞아줬다"고 했다. 공에 맞은 뒤 투수를 향하던 황재균의 얼굴에도 통증 보다는 어이없다는 웃음이 있었다. 벤치 클리어링에 나선 양 팀 선수들에게서도 격앙된 감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기까지는 '빈볼'이 아니라 '상대 타자를 맞히는 투구'에 불과했다. 일종의 신경전으로 야구라는 게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심판이 투수 이동걸을 퇴장시키고 경기 후 롯데 이종운 감독의 경고성 발언이 나오면서 '빈볼' 논란이 됐다. 이동걸의 투구는 정확한 의미로는 상대 타자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이나 머리를 향한 '빈볼'은 아니었다.

'빈볼'을 자주 던지는 투수를 머리를 노린다고 해서 '헤드 헌터(head hunter)'라고 하는데 KBO 리그는 빠른 패스트볼로 '헤드샷'을 던지는 투수는 즉시 퇴장시키도록 했다. 그런데 이동걸은 평범한 공으로 황재균의 엉덩이를 맞혔다고 퇴장 당했다. 단지 맞힐 의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심판 권한으로 퇴장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글쓴이는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KBO 리그를 취재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기는 1000게임 이상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빈볼 시비, 벤치 클리어링 등을 목격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경우 감독이나 코치들이 '빈볼'을 지시하지 않는다. 게임을 해 가는 선수들이 서로 알아서 맞히거나 던졌다.

김성근 감독은 "벤치에서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믿지 않는 야구인과 팬들이 있었다. 하물며 같은 야구인들인 롯데 감독과 선수들도 김성근 감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야구에서 감독이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그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감독이 먼저 알아서 막는다는 것도 쉽지 않다. 프로의 세계에는 선수들만의 교감과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야구에서 그 누구도 '컨트롤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날씨 조건이다. 바람 비 태양 추위 더위를 말한다. 언젠가 4월에 뉴욕에 폭설이 내려 뉴욕 메츠의 홈인 셰이스타디움(과거 홈구장. 현재 홈구장은 시티필드)에서 예정된 경기가 취소됐다. 날씨가 나쁘면 적절한 장비와 복장을 갖출 수 있을 뿐 그것을 조절할 방법은 없다.

소속 선수들의 플레이를 컨트롤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한 점도 뽑지 못할 수 있고 투수가 10점을 내줄 수도 있다. 실책도 마찬가지이다. 감독이 신(神)이어도 선수들의 실책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전에 충분히 훈련을 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득점 부분은 작전을 구사하는 것만 가능한데 그것이 득점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보장 역시 없다.

심판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다. 투수는 물론 감독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적응하거나 항의하는 것만 가능하다.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팬들과 상대 팀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으로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시도이다. 감독이라고 해서 상대 팀의 팬들과 감독, 선수들의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이 '빈볼'을 지시할 수 있을까? 만약 지시했다가 그 사실이 알려지고 확인되면 '야신' 김성근 감독이라고 해도 야구계에서 버텨내기 어려워진다. 목숨까지 던져 폭로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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