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니네 안의 일베, 그리고 식스맨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4.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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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방송인 장동민이 위기를 맞았다. 아니 위기를 자초했다. 아니 이미 검증됐어야 했을 이야기들이 너무 뒤늦게 터졌다.

장동민이 지난해 8월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했던 여성혐오 발언들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장동민은 당시 방송에서 "여자들은 멍청해서 이게 남자한테 안돼 머리가", "개XX" 등등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장동민은 당시 논란이 일자 소속사에서 사과를 하고 해당 녹음 파일을 삭제했다.

하지만 최근 장동민이 MBC '무한도전' 식스맨에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자 과거 발언이 SNS를 통해 재유포 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장동민과 유상무 등 개그 트리오 옹달샘은 비난이 쇄도하자 인스타그램을 패쇄 했다. 이번에도 소속사에서 재차 사과를 했다. 장동민이 직접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남자들은 다 그래, 우리끼리 한 이야기 등등의 변명들이 떠도는 걸 보면. (팟캐스트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 이후 옹달샘 3인이 변명으로 한 이야기의 요지.)


남자들은 다 그렇지 않다. 니네 안의 일베일 뿐. 니네끼리 한 이야기를 다 들으라고 인터넷 방송에 올렸으니 그 어리석음을 누구에게 탓할 것도 없다.

사람들이란 대개 어리석다. 어릴 적에는 특히 어리석다. 어리석음을 줄이기 위해, 어제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저 노력할 뿐이다. 사람들 중 어리석은 자리에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서 있거나, 더욱 어리석어지는 사람이 간혹 있다.

안타깝게도 장동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던 것 같다. 장동민은 지난 3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해 모델 한혜진이 싫다고 했다. 장동민은 "(한혜진이)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걸 모든 걸 갖췄다"고 했다. 나름 재치 있는 농담이라고 했고, 농담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방송에 패널들의 폭소까지 포함해 그대로 나온 걸 보면.

장동민이 '마녀사냥'에서 한 이야기와 '꿈꾸는 라디오'에서 한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매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는 여자가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것이다. 장동민이 일베인 줄은 모르겠으나 일베의 여성혐오와 뭐가 다른가.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놀리고 괴롭혀 웃으며 안도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 이 본성이 잘못된 것을 알기에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차별과 싸워왔다. 제도를 만들려 애써왔다. 장동민이 내뱉은 여성혐오 발언들은 누군가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아니 뭐 다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단언컨대 아니다. 장동민이 내뱉은 여성혐오 발언들은 많은 사람들이 맞서 싸워오고 지켜왔던 옳은 것들에 대한 모욕이다. 김구라가 과거 발언, 특히 여성혐오 발언들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고,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IS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다가 아카데미 중계에서 하차된 건 그런 노력들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장동민은 2년 전 농담으로 한 이야기가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란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언감생심 탐냈기에 역풍을 맞았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그는 "개XX"이란 어리석은 말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질타를 받는 것이다. 장동민은 새로운 욕설 캐릭터로, 까칠한 남자 캐릭터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었다.

장동민은 박명수와 김구라를 잇는 욕쟁이로 부각 되고 있었다. 거침없이 내뱉는 말은 쾌감을 준다. 그 쾌감에 동조하게 만든다. 그 쾌감은, 거침없는 말은 위험하다. 본래 풍자란 위를 향해야 하는 법이건만, 장동민 류의 쾌감은 안전한 아래로 향하고 만다. 놀리고 욕을 해도 안전한 자리에서 돌은 던진다.

장동민을, 장동민 류의 쾌감을 방치하는 건, 딸 같아서 성추행했다는 전직 국회의장을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동민은 방송에서 하차해야 한다. '무한도전' 식스맨 뿐 아니라 그의, 그런 식의 일베류 코미디가 사라져야 함을 일깨워야 한다. 장동민은 '무한도전'에 식스맨 후보가 아니라 '무한도전'을 부수러 온 엑스맨이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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