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될 뻔 했던 2PM 준호가 '스물' 이준호가 되기까지③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3.31 15:56 / 조회 : 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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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사진=홍봉진 기자


'스물'에는 이준호가 보인다. 퇴출 될까 밤잠을 못 이루던,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그 길에 올라서니 끝이 보이지 않아 두려워했던, 바로 그 이준호가 보인다.

이준호가 출연한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이 극장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25일 개봉해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스물'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할 일도 없고, 막막하기만 한 스무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준호는 만화가라는 꿈을 이루고 싶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민하는 동우 역할을 맡았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꿈에 매달리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무살 청년. 어쩌면 이준호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이준호의 영화 속 모습이 그리 자연스러웠을지 모른다.

알려졌다시피 이준호는 2006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6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위를 차지했다. 17살에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됐으니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기분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끼가 남달랐고, 성실했지만, 그 이상의 재능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이준호는 JYP에서 배출한 톱스타 비와 닮았다는 소리를 일찌감치 들었다. 비와 닮았다는 건 오히려 데뷔에 큰 장애물이었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온 또 다른 아이들 닉쿤, 택연, 재범 등에 비하면 스스로가 자꾸 모자라 보였다. 주위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준호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퇴출 통보를 받았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머니가 회사를 찾아왔다. 지금까지 꿈만 보고 달려온 아이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했다. 겨우겨우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이를 악물었다. 어머니의 눈물은, 이준호에게 차라리 채찍이었다.

2008년 드디어 아이돌그룹 2PM로 데뷔했다. 꿈만 같았다. 아니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앞이 막막했다. 연습생부터 끼가 넘쳤던 재범, 훤칠한 택연, 왕자님 같은 닉쿤은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좋은 동료들이지만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야할 길이 뭔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던 나날이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은 이준호에게 기회였다. 그는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아이돌이 신인배우 일자리를 뺏는다는 시선이 만만치 않았던 때였다. 일정도 살인적이었다. 설경구 정우성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중 이준호 일정이 가장 빠듯했다. 그는 태국에서 2PM 공연을 마치고 밤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와 새벽에 촬영장으로 곧장 달려갔다. 혹시라도 폐를 끼칠까 스태프 하나하나에게 살갑게 다가가려 애썼다. 일정이 없으면, 자기 촬영이 없더라도,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했던 '감시자들'은 2PM 준호에게 배우 이준호라는 이름을 안겨줬다. 이준호는 '감시자들' 덕에 이병헌, 전도연 등 쟁쟁한 선배들과 영화 '협녀'를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이준호는 일본에서 솔로 앨범 '필(Feel)'을 발표했다. 오리콘 앨범 일일 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준호는 가수와 배우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리고 이준호는 '스물'을 만났다. 김우빈 강하늘 등 또래 친구들과 즐기듯 연기했다.

이병헌 감독은 이준호를 일부러 찌질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병헌 감독은 "아이돌이라 그렇게 보이는 게 싫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모른 척 밀고 갔다"며 "준호가 세 명 중 가장 드라마가 있는 역할인데 정말 잘 해줬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 말대로 이준호는 '스물'에서 가장 드라마가 짙은 역할을 맡아 스무살의 아픔을 아리듯 잘 그려냈다. 아마도 닮아서 더 절실했던 것 같다.

이준호는 "스무 살 때 2PM으로 데뷔했어요. 그전까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연습생들끼리도 경쟁이 있다 보니 '타고 난 게 아닌데, 괜히 하는 건가' 싶고, 몇 번이나 그만두려했어요"라고 했다.

"2PM으로도 데뷔하고 나서도 그게 끝이 아니니까. 제가 하는 일이 맞는지 고민은 계속 됐죠. 동우만큼의 아픔은 아니지만, 동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물'은 배우 이준호에게 첫 주연작이다. 비록 함께 했던 김우빈이나 대세라 불리는 강하늘 만큼 주목은 받고 있지 못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준호는 한걸음 더 나갔다. 그 한걸음이 퇴출될 뻔 했던 2PM의 준호를 배우 이준호로 만들었다.

이준호는 "가수와 배우, 이 모든 것을 오래오래 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에요"라고 말했다. 그가 최종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분명한 건 그는 그 길로 한걸음씩 뚜벅뚜벅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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