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강정호 최고 팬이 피츠버그 구단인 이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3.31 07:36 / 조회 : 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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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홈페이지를 장식한 강정호. /사진=MLB.com 캡쳐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8)가 지난 주말부터 기나긴 침묵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 3경기에서 그는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우중간 3루타를 터뜨렸고 7회 1-1 균형을 깨는 예리한 적시타를 때렸으며 9회 레프트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투런 아치를 쏘아 올렸다. 주말 3경기에서 강정호의 성적은 8타수 3안타(타율 .375)로 홈런과 3루타가 1개씩이고 타점은 3개, 득점이 2개. 이 3게임 전까지 11차례 시범경기에서 27타수 3안타로 타율 .111에 불과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지켜본 피츠버그 구단의 반응에선 안도감과 흐뭇함이 느껴진다. 구단 홈페이지는 ‘강정호가 파이리트시티(마이너캠프)에 다녀온 뒤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는 기사에서 강정호가 마이너 캠프 나들이 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구단이 안도하고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그는 투스트라이크 후 지나친 레그킥을 자제하고 있다. 그건 전에도 했던 것으로 타석에서 매우, 매우 좋은 하루였다”면서 “그는 문제없이 잘 할 것이다. 우린 그에게 계속 경기에 내보내 타격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닐 헌팅턴 단장도 “우린 그의 배트 스피드와 파워는 물론 유격수와 2루수로 보여준 수비력까지 모두 정말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피츠버그의 결정권자들이 강정호에 대해 보여준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믿음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강정호의 시범경기 타율이 아직 .171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말에 안타 3개 친 것 가지고 너무 지나치게 성급한 장밋빛 낙관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첫 두 경기에서 4타수 2안타(홈런, 2루타)로 출발한 뒤 이후 거의 3주동안 23타수 1안타로 완벽하게 빅리그 피칭에 눌리는 모습을 보여 마이너리그 캠프까지 다녀와야 했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 입장에서 생각하면 강정호의 패턴을 지켜보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커지는 것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강정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팀이 그를 영입할 때 예상했던 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정호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이제 강정호가 어떤 선수이고 어떤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잡았을 텐데 그 것이 예상했던 수준과 일치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느껴진다. 개런티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준 선수를 한 달 가량 지켜보고 구단이 자신감을 느낀다면 강정호의 앞날은 밝다고 낙관해도 될 것이다.

올해 피츠버그 팀에서 강정호의 위치는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 유틸리티맨 겸 대타요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범경기에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자기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격수는 물론 3루와 2루를 고루 시험하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 타격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시범경기 한 달간 타율이 2할도 못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가는 와중에서 그 정도의 어려움도 예상하지 않을 수는 없다,

피츠버그 역시 강정호가 빅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의 어려움을 겪을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강정호는 비록 고전을 면치 못하긴 했으나 이미 2방의 홈런을 치며 빅리그서 통할 수 있는 파워를 입증했고 더구나 우중간 방향으로 홈런과 3루타 등 장타를 뿜어내 끌어당기기만 하는 반쪽타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지금까지 때린 6개의 안타 중 4개가 장타로 장타율이 .429에 달한다. 삼진이 12개나 달할 정도로 볼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주말부턴 마침내 빅리그 피칭에 적응한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긴 어둠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속단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는 장차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미 지난 1월 본 칼럼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당장의 주전요원으로 생각해 영입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2~3년 후의 미래를 생각해 유망주처럼 키우려고 데려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피츠버그의 관심사는 내년부터다. 올해 피츠버그의 내야진은 이미 탄탄하게 완성된 상태지만 내년엔 상당한 변화의 여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팀의 간판 중 한 명인 2루수 닐 워커와 지난해 3루에서 올해 1루로 자리를 옮긴 페드로 알바레스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게 된다. 이들을 붙잡으려면 올해 안에 장기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들이 이미 너무 거물이 됐다. 평균연봉 1,000만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의 5~7년 이상 계약이 필요할 텐데 두 명을 그렇게 붙잡을 능력이 스몰마켓 팀인 피츠버그엔 없다.

따라서 피츠버그는 이번 시즌동안 강정호가 확실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준 뒤 그가 준비가 됐다고 판단되면 워커와 알바레스 중 한 명, 또는 둘 모두를 다음 오프시즌 중에 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다, 다년계약으로 붙잡을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라도 한 명 데려오는 것이 단연 이득이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첫 4년간 1,100만달러 개런티 계약을 줬다. 만약 강정호가 올 시즌을 통해 빅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친 뒤 내년부터 파워 히팅 내야수로 주전 자리 하나를 책임져 준다면 피츠버그로선 ‘강정호 프로젝트’가 대성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4년간 1,100만달러 개런티가 큰 것이기 하지만 사실 워커나 알바레스를 잡으려면 내년 연봉만으로도 그 정도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강정호가 한국에서 보여줬던 파워의 절반 정도만 보여줄 수 있어도 그런 선수를 구단옵션(5년차 550만 달러)까지 더해 5년간 평균연봉 300만달러가 약간 넘는 수준으로 붙잡은 피츠버그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지금 강정호의 최고 팬은 바로 피츠버그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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