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 노출·체중감량 "'화장' 위한 것, 힘들지 않아"(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3.30 09:32 / 조회 : 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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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정/사진=임성균 기자


"작품을 선택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 이후엔 편했어요."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 제작 명필름)에서 김호정(47세)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 그자체였다. '화장'은 투병 중인 아내를 둔 한 남자 오상무(안성기 분)가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 추은주(김규리 분)를 보며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을 담은 작품. 김호정은 여성성을 잃고 서서히 죽어가는 아내 역을 맡았다. 김호정은 베드신은 물론 노출,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르고 초췌해지는 아내의 모습을 대역이나 영화 촬영용 인형 더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다. 영화를 본 관객은 물론 함께 연기했던 안성기, 김규리 등 출연진까지 김호정의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김호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촬영 당시 힘든 경험을 물을 때에도 "그땐 다이어트도, 감정 연기도 힘든 줄 몰랐다"며 "촬영이 끝난 후 하려니 못하겠지만, 그땐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쉬운 역할은 아니니까요.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아서 많이 망설였죠. 그때 고민을 다 해서인지 오히려 촬영할 땐 담담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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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정/사진=임성균 기자



김호정은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임권택 감독을 꼽았다. 임권택 감독이 촬영장에서 김호정이 감정에 집중하고 몰아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는 것. 아내 캐릭터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배역이다. 촬영이 반복되면 배우로서는 지칠 수밖에 없다. 임권택 감독은 김호정이 한 번에 준비해온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도록 상황을 조성하며 김호정을 도왔다.

"임권택 감독님과 작업도 처음이고, 저에게 어떤 부분을 보고 캐스팅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저에게 어떤 걸 요구한 부분도 없고요. 제가 연구해간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그래, 해보라'고 하셨고, 바로 넘어갔어요. 그래서 실제적으론 쉽게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극중 아내는 송장 같은 몸으로 마지막 남은 여성성을 남편에게 어필하기 위해 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와 잠자리를 하면서도 머리로는 다른 젊은 여인은 상상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김호정은 이 장면에 대해 "여성으로서 느끼는 상실감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남편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남편이 어떻겠다는 생각 보다는 여성으로서 여성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상실감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을 고민하고 연기했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화장실 장면에 가장 애착이 간다"며 "가장 잘하고 싶었던 장면"이라고 꼽았다. 이 장면에서 아내는 볼일을 보는 것까지 남편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며 거칠게 대항한다. 하지만 결국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참담한 심정과 미안함을 드러낸다.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장면이 있고, 배우로서 정서가 들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화장실 장면은 개인적으로 저에게 정서가 들어간 장면이었어요. 수치심과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에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열연이었다. 실제로 김호정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2kg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호정은 "그래도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안성기는 "죽지 않을 정도로 먹더라"라고 평할 만큼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음에도 김호정은 "좀 더 살을 뺐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원작 소설을 읽어 보면 아내가 나중엔 뼈와 가죽만 남아있다고 묘사돼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빼기 시작했죠. 아침엔 사과 반쪽. 점심엔 두부 사분의 일모, 멸치 다섯 개, 현미 한 숟가락. 저녁엔 고구마 작은 걸로 하나. 이렇게 먹었어요. 너무 배고프면 양배추를 먹고요. 한 8kg 정도 뺏는데, 그래도 영화를 보니 더 빼지 못한 게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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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정/사진=임성균 기자


담담하게 말했지만 '화장'의 아내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고, 김호정은 이를 위해 많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원치 않은 부분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것에 대해 김호정은 "솔직히 공포감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영화제에서 '화장'이 첫 선을 보일 때 제가 투병 생활을 했다는 것이 의도치 않게 알려졌어요. 그리고 어느 샌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암 투병이 됐더라고요. 아팠던 것도 맞고, 투병 생활을 했던 것도 맞지만 암은 아니었어요. 더욱이 전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인데 원치 않은 개인사가 공개돼 정신이 멍멍해질 정도였죠. 그런데 이번엔 작품 보다는 성기 노출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김호정은 '화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노출이든, 김호정의 투병이든 다 잊고 작품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보였다.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감동한 모습을 보고 확신했어요. 표현의 적나라함이나 수위를 조금 낮춰 15세 관람가로 갔다면 보다 많은 사람은 볼 수 있었겠죠.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덜했을 것 같아요. 오상무에게 추은주는 환상, 아내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아내는 더 적나라하고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보여줬을 때에 더 충격적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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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정/사진=임성균 기자


지난해 베니스영화제를 비롯해 각 종 영화제에 초청받은 후 1년 여 만에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앞둔 '화장'이다. 그동안 김호정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엄소정으로 캐스팅 돼 최연희(유호정 분), 지영라(백지영 분)와 오랫동안 함께하며 이들에게 바른말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91년 연극 무대에 데뷔한 김호정은 줄곧 연극 무대와 스크린에서만 활동해왔다. 2005년 MBC '12월의 열대야'에 출연한 이력이 있지만 중간에 하차하면서 '풍문으로 들었소'가 실질적인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 이전보다 활동반경까지 넓힌 김호정은 "다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젠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연극도 영화도 데뷔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어요. 영화는 3번째 작품이던 '나비'로 로카르노 영화제 청동표범상이란 너무 큰 상도 받았고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맘먹은 순간부터 힘들어지더라고요. 40대에 들어서면서 정신적으로도 우울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쉬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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