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다 내 것 아냐"(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3.24 17:04 / 조회 : 5288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김우빈/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김우빈은 이제 스물여섯 살이다. 그렇지만 김우빈이 쌓은 기반은 또래 어떤 배우들보다 단단하다. 2011년 KBS 2TV 드라마스페셜 '큐피드 팩토리'를 시작으로 SBS '신사의 품격', KBS 2TV '학교2013', 여기에 SBS '상속자들'까지 연달아 흥행하면서 김우빈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이어갔다. 여기에 영화 '친구2'와 '기술자들'로 액션까지 되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그렇기에 '스물'의 선택은 의외였다. '스물' 속 김우빈은 이전처럼 멋지지도, 싸움을 잘하지도 않기 때문. 김우빈은 왜 이전과 다른 길을 택했을까.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우빈에게 물었다.

◆ "관객들이 치호를 보고 미친 말처럼 느꼈으면 해요."

'스물'은 갓 성인이 된 인기만 많은 놈, 생활력만 강한 놈, 공부만 잘하는 놈 등 스무살 동갑네기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우빈은 눈빛만 던져도 여성들이 넘어오는 마성의 매력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백수 치호를 연기한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달라며 바닥에 드러눕고, "1000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갖겠다"고 날뛰는 치호는 이전까지 김우빈이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김우빈은 이런 치호에 대해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치호의 첫 인상은 미친 말 같았다"며 "관객들도 제가 연기한 치호를 보면서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물'이란 작품을 처음 읽고 정말 재밌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고민이 됐던 부분이 치호였어요. 치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웃다가 춤을 쳤다가 하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했죠. 특히나 치호가 29금 음담패설을 하는 장면이 제 첫 촬영이다 보니 더 어색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치호에 익숙해지더라고요. 촬영장에선 계속 떠들고 웃고 있었어요."

image
배우 김우빈/사진=이동훈 기자


◆ "코믹 연기? 오히려 편하던 걸요"

치호가 된 김우빈은 사정없이 망가진다. 여자한테 뺨도 맞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이전까지 합을 정확하게 맞춘 멋진 액션이었다면, 맞고 깨지면서 주먹만 마구 돌리는 난투극도 선보인다.

멋진 모습만 보여줬던 김우빈이기에 코믹 연기에 부담감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법 하지만 김우빈은 오히려 "편안했다"고 추억했다.

"조기종영 돼 많은 분들이 기억을 못하시지만 데뷔하자마자 시트콤을 했어요. 코믹 연기가 처음은 아니었죠. 또 '코믹연기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스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서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치호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지도 고민하지 않은 철부지다. 스무 살 평생 관심사는 여자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 김우빈은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을 꿈꿨다. 모델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해당 교수에게 편지를 쓸 만큼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는 학생이었다.

그럼에도 김우빈과 치호가 닮은 부분이 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는 것, 또한 그들 곁에서는 바보스러울 만큼 장난스럽다는 점은 김우빈과 치호의 연결고리였다.

"평소엔 낯도 많이 가리고, 말도 조용조용하게 해요.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친구들끼리 있을 땐 굉장히 장난스럽죠. 치호를 연기할 때 제 안에 있는 걸 그냥 꺼내면 되니 몸도 마음도 편했어요."

image
배우 김우빈/사진=이동훈 기자


◆ "빨리 마흔이 됐으면 좋겠어요."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연기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우빈이다. 연기 뿐 아니라 엠넷 '엠카운트다운' MC 등 다양한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단골 게스트로 출연할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도 빼지 않는다.

"경험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어릴 때에는 더 이것저것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잘은 안되지만요.(웃음)어떤 것을 안해 본 것보다 해본 것이 훗날 어떤 결장을 내릴 때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이도 빨리 먹었으면 좋겠어요. 빨리 완숙한 경험을 한 마흔이 됐으면 좋겠어요."

경험예찬론자 김우빈이지만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스물'에 함께 출연했던 강하늘, 이준호, 같은 미용실에 다니는 씨엔블루 이종현과 술잔을 기울이며 솔로 인증을 하면서도 "연애를 할 때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영화 속에서처럼 전 여자친구가 친구의 애인이 된다거나, 여동생이 친구의 여자친구가 되는 상황에 대해 묻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아직까진 제 여자친구가 친구의 애인이 된다거나 하는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게 안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여동생 역시 마찬가지고요. 둘이 '그 사람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 어쩌겠나 싶다가도 그런 상황이 반갑진 않네요.(웃음) 준호와 하늘이도 제 여동생과는 절대 안 되요."

image
배우 김우빈/사진=이동훈 기자


◆ "지금 익숙해진 것들이 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김우빈의 신중한 성격은 배우로서 미래를 고민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20대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러브콜 1순위인 김우빈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남부럽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김우빈은 "이 모든 것들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좋고 감사한 부분은 작품 선택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가 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 저를 위해 일하는 분들과 상의하고, 믿고, 하나하나 천천히 가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일기도 적고 있다. 일기장에 가장 많이 적는 말도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자'다.

"제가 지금 누리는 것들, 익숙해진 것들이 다 제 것이 아니니까요. 스스로 그렇게 각성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거죠. 저의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까요."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