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원 "뮤지컬계 송중기? 제대하면 사과해야죠"(인터뷰)

KBS 2TV '힐러', '달콤한 비밀' 손승원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5.03.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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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승원/사진=김창현 기자


흰 피부에 선한 인상이지만 작품과 무대 위 손승원(25)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헤드윅', '쓰릴미', '트레이스유' 등 뮤지컬을 통해 주로 활동했던 손승원이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방송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해 동안 KBS 드라마 스페셜 '다르게 운다'로 단막극을, KBS 2TV '달콤한 비밀'을 통해 일일극을, KBS 2TV '힐러'를 통해 미니시리즈를 경험했으니 이만하면 알찬 1년이다.

'힐러' 종영 후 '달콤한 비밀'의 진우 역에 매진하고 있는 손승원을 만났다. '힐러'에서 보여준 냉철한 모습과는 달리 '달콤한 비밀'의 진우처럼 풋풋하고 예의 있는 모습이 돋보였다.


"단막극을 한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약간 영화처럼 긴 호흡으로 급하지 않게 찍고,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어요. 일일극 식구들은 가족 같아요. 매일 보니까요(웃음). 미니시리즈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니까요."

'힐러'는 애정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도 컸고, 드라마에서 첫 악역을 맡았으니 애착이 남달랐다. 김문식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손승원은 박상원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저는 몰랐는데 보신 분들이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는 제가 제일 비슷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1회에 겹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슷해서 정말 놀랐어요. 헤어스타일도 일부러 비슷하게 하려고 했고요. 미팅을 할 때 제가 준비해 간 연기가 착한 연기가 아니었어요. 조금 센 캐릭터를 준비해서 갔는데 그걸 보시고 김문식을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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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승원/사진=김창현 기자


'달콤한 비밀'에서는 '힐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힐러'에서는 자신의 야욕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역할이었지만 '달콤한 비밀'에서는 가족을 사랑하고 속 깊은 의대생 아들이다.

"처음에는 현장 오갈 때마다 톤 조절이 어려웠어요. '힐러'를 찍고 '달콤한 비밀'로 가면 밥 먹는 장면인데 잔뜩 인상을 쓰고 있기도 했어요. 저도 모르게 표정이 그렇게 나왔나 봐요. '힐러' 현장에서도 전 친해지면 장난도 많이 치는 성격인데 형들과 놀다가 급 정색을 해야 하고.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쓰릴미'에서는 남자를 사랑하는 네이슨 역을, '헤드윅'에서는 트렌스젠더인 헤드윅 역을 맡는 등 뮤지컬에서는 주로 성소수자 설정의 역할을 해온 손승원, 여배우와 로맨스 연기는 '달콤한 비밀'이 두 번째다.

"그러게요. 여자와 러브라인은 두 번째네요(웃음). 드라마에서는 처음이고요. '달콤한 비밀'에서 한 키스가 방송에서는 첫 키스였어요. NG도 많이 났어요. 격하게 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조심스럽게 하는 바람에. 로맨스 연기요? 처음에는 커플 연기를 안 해봐서 정말 어색했어요. 지금은 친해지니까 재미있어요. 대리만족이요? 없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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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힐러'(왼쪽), '달콤한 비밀' 방송화면


파격적인 설정들의 캐릭터를 선택한 것은 우연일까, 손승원의 취향일까. 그에게 묻자 겉모습과는 다른 센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서 오는 반전이 좋단다.

"제 모습과는 상반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요. 겉모습은 유약해보이지만 센 걸 좋아해요. 평범한 역할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약간 정신이 나간 역할 같은 센 역할을 주로 했죠. 도전하고 싶은 것도 평범하지 않은 역할들이에요."

그간 공연계에서도 대부분 막내를 도맡았던 손승원, '달콤한 비밀'에서도 가족 중 막내다. 살갑지 않은 성격 탓에 애교를 부리지는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단다.

"거의 가족같이 지내고 있어요. 제가 막내이긴 해도 애교를 부리고 살가운 성격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굉장히 예의바르게 했었는데 이제는 가까워져서 정말 가족처럼 지내요. 막내라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잘 하면 '막내인데 잘 한다'고 기특해 해주시고 못하면 '막내니까 괜찮다'고 이해해주시잖아요."

평소 집에서도 그렇게 살가운 아들은 아니라는 손승원. 극 중 착한 아들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가벼운 원성도 들었다.

"사실 실제로는 그렇게 살갑지 않아요. 극 중에선 엄마와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집에서는 무뚝뚝한 아들이에요. 저희 엄마가 가식적이라고 뭐라고 하셨어요(웃음). 원래는 형이 있어요. 누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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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승원/사진=김창현 기자


그간 해온 작품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2년 간 무대를 지켰던 '헤드윅'이다. 최연소 헤드윅으로 발탁된 그는 2013년과 2014년 '헤드윅'에 연이어 출연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아무래도 '헤드윅'이죠. 가장 힘들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해요. 장장 2년 동안 했네요. '헤드윅'이 정말 독특한 게, 공연할 때 며칠 쉬면 몸이 근질거려요. 무대에서 해소를 많이 하는 작품이라 그런가 봐요. 지금도 하고 싶어요. 불러만 주신다면."

지난해에는 공연과 드라마를 병행하며 쉼 없는 1년을 보냈다. 올해도 더 적극적으로 방송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목표다.

"일단은 방송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그래야 하고 싶은 공연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뮤지컬 팬들이 아닌 분들이 저를 알게 되시고 검색을 해보시면 뮤지컬배우라고 뜰 거고, '나중에 공연 보러 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둘 다 왕성하게 하고 싶죠. 아직까지는 욕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거든요."

하얀 피부와 순해 보이는 외모 때문일까. 그는 '뮤지컬계의 송중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손승원이 만들어가고 싶은 자신만의 수식어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뮤지컬계의 송중기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써주셨는데, 일단 선배님이 제대하시면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저야 물론 영광이지만요. 진짜 가지고 싶은 수식어요? 별명 보다는 그냥 '배우 손승원'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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