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풍문으로 들었소', 위선의 냄새 막을수 없소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5.03.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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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아무리 무장해도 위선의 냄새, 막을 수 없소.


둑을 막은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 다들 아실 것이다. 바다보다 지면이 낮은 네덜란드는 둑으로 감싸있기 때문에, 둑이 터져 물바다가 될 위험한 상황을 주먹으로 막아 구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처음엔 손가락, 주먹, 나중에 팔뚝으로 막으면서 버텼다는 용기 있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은 작은 것이라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 물이 졸졸 새어나오는 작은 구멍이지만, 그것이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

'풍문으로 들었소'를 보면서 희한하게도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라, 서론이 길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과 부를 누리는 초일류 상류층을 풍자로 꼬집고 있다. 갑과 을에서 갑인 그들은 여간해서 흔들리는 법이 없다. 망해도 3대는 족히 먹고 살 만큼 부자라는 그들은 바람 한 번에 휘청하고 넘어지는 서민들과 차원이 다르다. 거대한 성처럼 견고한 그들의 권력과 부는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의 성에 작은 구멍이 하나 나기 시작했다. 마치 네덜란드 소년이 손가락으로 막았던 작은 구멍처럼.

드라마는 상위 1%로 대대로 법률가 집안인 한정호(유준상 분)네가 배경이다. 돈도 최고, 학벌도 최고, 직업도 최고, 뭐든지 최고로 무장한 이 집안사람들은 자라온 환경도 최고요, 현재도 최고요, 자식도 최고로 키우고 있다. 차림새와 말투에도 '나 우아해요, 나 상류층이예요'가 절로 묻어나올 만큼 고급스럽다. 최고 아니면 상대도 안 할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서민(고아성 분)이 툭, 떨어진다. 고아성은 자기의 대를 이을 최고 아들(이준 분)의 아이를 가졌단다. 기가 차고 펄쩍 뛰어오를 일이다. 어쩌면 평소 집안에 나타난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존재감을 가진 서민의 피(?)가 자기 집안에 섞이니 말이다. 최고로 키운 아들이 최고의 집안 딸과 결혼을 해서 권력과 부를 더욱 키워야 하는데, 한심하게도 지고지순한 사랑타령을 하고 있다. 플랜에 없던 서민 며느리의 등장은 유준상과 유호정을 허둥대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밟아도 꿈틀대지 않았을 것 같은 서민은 전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비상식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할 말 다하며 당당하게 상식을 요구한다.


이 시점에 유준상, 유호정 부부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건 남의 시선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경쟁 상대들. 겉모습만 친구인 경쟁자들은 유준상, 유호정에게 언제나 촉수를 세우고 있다가 약간 달라졌음을 눈치 챈다. 아직까지 그 실체가 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카더라'하는 수준의 풍문처럼, 정확하지 않다. 그저 묘한 냄새만 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이 때다, 싶다. 겉으론 위로하지만, 속으론 고소하다. 그것이 풍문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이 되어서 무너졌으면 좋겠다, 싶다.

안으로는 서민 며느리에, 밖으로는 풍문을 즐기는(?) 경쟁자들에, 이제 유준상과 유호정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습게 보였던 계란이 바위를 깨트리게 될 것이다. 투명인간 같았던 서민이 상위 1%인 그들의 견고한 성을 곧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갑질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갑이 무너지는 걸 신랄하게 보여주니까. 돈과 권력만 있으면 다른 사람을 종 취급하는 갑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가 통쾌하다. 을은 할 말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요, 밟으면 꿈틀하다 죽는 지렁이도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듯 평등한 인간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만인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냉소적이면서도 다크한 분위기로 비틀어 풍자하고 있다. 때문에, 갈수록 다수의 서민들이 '풍문으로 들었소'를 응원하게 되리라.

'풍문으로 들었소', 샤워 안 하고 명품 옷 입은 갑들에게 바치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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