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방송의 '킥'? 던져진 자리에 맞는 자세"(인터뷰②)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 '올리브쇼' 최현석 셰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5.03.04 11:21
  • 글자크기조절
image
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셰프/사진=김창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올리브쇼'가 셰프들의 장이라면 '냉장고를 부탁해'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프로그램 성격도 조금은 다르고요.


▶ 일단 두 프로그램 모두 요리와 재미를 같이 담고자 해요. 그 비율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차이죠. 한 쪽은 요리에, 다른 쪽은 재미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아요. 단적으로 보자면 플레이팅 완성이 됐을 때 촬영하는 시간 자체도 달라요. '올리브쇼'는 굉장히 여러 각도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촬영하죠. '냉장고를 부탁해'는 찍으면서도 진짜 웃겨요. 비방용도 많이 나오고. 촬영 내내 웃어요. 특히 김풍과 제가 붙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김풍은 사탄이라니까요. 국민 건강을 해치는 사탄! 본 방송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최현석 셰프에게 기대하는 건 뭘까요?

▶ '냉장고를 부탁해'가 재미에 방점이 있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프로페셔널 한 요리도 있어야 해요. 저와 샘킴은 다이닝, 정창욱, 미카엘은 비스트로 셰프고, 일반인 실력자로는 박준우와 김풍이 있죠. 각각 카테고리에 맞게 하는 요리들이 있어요. 15분이 주어지고 한정적인 냉장고 속 재료로 이런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죠.


-가장 '멘붕'에 빠지게 했던 냉장고의 주인은?

▶ 사실 요리를 할 때는 누구의 냉장고 인지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아요. 그 안에서 뭘 써야하나 집중하다보니 생각할 거리가 없어요. 그럼에도 강남은 그렇게 살면 안돼(웃음). 오래 살고 싶으면 버릴 건 버려야 해요. 나중에 병원비가 더 든다니까요.

-집에서 냉장고 관리는 직접 하시는 편이세요?

▶ 제가 안 해요. 저희 집 냉장고는 아내 것이에요. 용기 같은 것도 깔끔하게 잘 쌓아놓고 잘 정리해뒀어요.

image
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셰프/사진=김창현 기자


-예전에 방송에서 아내가 예능에 출연하는 걸 반대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 사실 방송에 출연하면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요즘 저에 대해서는 그렇게 욕을 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걸 보고 아내도 이제는 제 일에 토를 달지 않아요.

아내가 처음 '냉장고를 부탁해' 본 방송을 봤을 때 그날 장난이 좀 심했어요. 아무래도 초반이라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요. 저희의 장난 코드가 제가 잘난 척을 하면 형돈이와 김풍이 저를 물어뜯는 건데, 그날 방송이 좀 더 심했나 봐요. 아내가 기분이 좀 나빴던 거죠.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건데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저도 서운 했고요. 방송에서 말한 대로 각방으로 벌을 주고(웃음). 다음 날 아침에 오더니 앞으로 뭐라고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방송 후에 댓글에 달린 응원글을 봤던 모양이에요. 앞으로 뭘 하든 믿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았어요. 파인다이닝을 소개하고 더 가깝게 하는 데에도 셰프들의 방송 활동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보다 보람을 느끼는 건 그런 거예요. 레스토랑이 꽉 차는 것. 제 요리를 먹으러 오시는 거잖아요. 보통 파인다이닝은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소고기집에서 먹는 것보다 오히려 싸요. 평소에 영화를 가볍게 보다가 가끔 기분 낼 때 뮤지컬을 보시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즐거운 시간을 위해 기회를 사는 것인데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방송에서 보고 맛을 경험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고,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방송도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건 사실인가요?

▶ 재미있게 하려고 한 말이에요. 인사고과는 철저히 매출과 고객 피드백이죠. 그건 생계형 셰프임을 개그로 승화시켜보려는 것이었어요(웃음).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레스토랑이 알려지는 걸 반가워하죠. 지금은 저희 레스토랑 검색 수가 상상 이상이에요. 그 만큼 저를 통해서 저희 식당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니까 좋죠.

image
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셰프/사진=김창현 기자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많은 이들이 요리사를 꿈꾸고, 특히 그 중 유학을 가지 않은 이들에게 비유학파인 최현석 셰프는 귀감이 되기도 해요.

▶ 어려운 환경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친구들이 동경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그 부분은 긍정적이죠. 사실 꿈이라는 게 무조건 유학을 가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수료를 받는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들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준 건 고마워요. 그렇지만 시사점은 하나 있어요. 토종파 중 유일하게 성공한 셰프라고들 많이 하시는데 그건 전혀 아니에요. 저처럼 우뚝 서신 분들 꽤 많아요. 실력자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요리사도 결국은 직업이다 보니 요리사 지망생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해요. 예전에 비해 처우는 얼마나 달라졌나요?

▶ 일단 필드에서 대우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아직은 열악해요. 도제식으로 가다보니 처음엔 정말 힘들고, 맨 위로 올라가는 건 몇 명 안되죠. 일단 자기 이름을 걸고 움직이는 셰프들은 대기업 임원, 연예인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인 건 확실해요.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때는 기술직이고, 고용인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죠. 지금은 문화의 리더로 인정을 받으니 감사해요.

-방송에서 최현석 셰프의 킥은?

▶ 따로 캐릭터를 잡지는 않아요. 사람들을 만날 때와 똑같아요. 스승님을 만났을 때, 친구들을 만났을 때 각각의 모습이 있잖아요. 던져진 자리에서 맞는 모습을 보이는 거죠. 의식을 하면 안 돼요. 제가 그래서 방송에서 노래를 하면 오징어가 되나 봐요(웃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죠. 저도 직장생활이 20년이에요. 거기에서 쌓인 내공이 있어요.

방송에는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불러주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제가 생각하지 않아도 분명 또 요리에만 집중할 때가 올 거예요. 모든 건 때가 있으니까. 요리에 제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할 때가 오고, 방송이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포기 해야죠.

-요리 외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 파이터 대회도 출전해보고 싶고, 사회인 야구도 하고 있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가스펠 음반도 내보고 싶고, 그림을 다시 그릴 수도 있고요. 완벽한 몸매를 만들어서 화보도 찍어보고(웃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만약 다른 곳에서 저를 찾아 주더라도 결국 요리 쪽으로 다시 올 거예요.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