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살인의뢰'의 잔혹함? 현실은 더 끔찍"(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3.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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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사진=이기범 기자


한때 범죄자 전문 배우로 불렸던 김성균(35)이 범죄 스릴러 '살인의뢰'로 돌아왔다.

김성균은 스크린 데뷔작 2011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시작으로 '이웃사람',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다양한 양상의 범죄자 연기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범죄와의 전쟁'이 처음 개봉했을 당시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실제 조직폭력배를 섭외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 삼천포 역할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스크린에선 여전히 김성균은 무서운 악당이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연쇄살인범에게 아내를 잃고 삶이 파괴된 승현 역을 맡아 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처참한 여생을 보여줄 예정이다. 처음 맡은 피해자 역할에 "그동안 제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가방끈이 길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이전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전까진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만 생각했다면, "이번엔 피해자의 입장을 고민하게 됐다"는 것.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전히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 얼마나 반성하고 뉘우치며 지낼까, 이런 생각도 들면서 화도 나더라고요. 가해자의 인권이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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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사진=이기범 기자



실제로도 김성균은 여섯 살과 네 살 아들, 사랑하는 아내를 둔 가장이다. 또 승현처럼 아내가 임신 중으로 내년 8월 셋째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을 하는 동안 내내 우울한 기분 속에 있어 "뽀로로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왔다"는 김성균은 "행복한 가정이 있기에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안되는데, 승현의 감정을 안고 가려다 보니 제 가족에 대입해서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내 아내, 아이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촬영하는 내내 아파했어요. 그러다보니 작품이 끝난 후에도 후유증이 있었어요. 역할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남아있고, 이게 제 몸으로도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촬영이 끝난 후에도 배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범죄자에게 가족을 잃은 남편 혹은 아버지가 범죄자를 처단하기위해 직접 복수하기 위해 나선다는 설정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 '테이큰' 등 이미 여러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보여줬던 장치다. 김성균은 이전의 작품들과 '살인의뢰'의 차이점으로 "평범함"을 꼽았다.

"일단 저는 이전의 다른 작품들에 출연했던 분들과 비주얼이 굉장히 다르고요.(웃음) 승현이는 이전의 다른 캐릭터들 보다 인간적인 것 같아요. 전직 형사, 요원 출신도, 파이터도 아니고요. 정말 평범한 사람이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노력하지만 좌절하고 분노하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극중 승현의 아내를 살해한 강철(박성웅 분)은 피도 눈물도 죄의식도 없는 섬뜩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여기에 범죄 방식까지 세밀하게 묘사된다. 모방 범죄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성균은 이런 부분에 오히려 반문했다.

"상상력은 현실을 못 따라가지 않나요? '살인의 추억'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도 있지만, 상상으로 만든 영화보다 현실이 더 빠르고 끔찍하거든요. 다만 범죄자가 멋지게 그려져 미화되는 것은 문제고, 우려할만한 부분 같아요."

범죄자 전문 배우에서 코미디가 되는 배우, 이번엔 감성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김성균이다. 차기작으로 예정된 '명탐정 홍길동'에서는 의문의 심부름꾼, '무녀굴'(부제)에서는 퇴마사 역을 맡으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 배역을 소화하고 있는 김성균에게 "아직 제안은 오지 않았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역할이 있냐"고 물었다.

"아직 남녀가 끈끈하게 사랑하는 역할은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아요. 치정 멜로 같은 열애가 없다는 말이죠.(웃음) 문제는 설득력 같아요. 제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누군가가 저를 그만큼 좋아해줘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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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사진=이기범 기자


휴일이면 꼬박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가정적인 아빠인 만큼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300번 이상 본 아이들을 위해 "여장도 문제없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니 뎁은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저희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악당도 괜찮아요. 어차피 전 집에서도 항상 괴물 역할이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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