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소이? "난 살리에르"(인터뷰)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3.02 08:23 / 조회 : 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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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이/사진=김창현 기자


남들은 한 번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아이돌 오디션을 2번이나 합격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대 타이틀, 여기에 16년째 가수와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근성까지 소이(본명 김소연·35)는 다재다능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소이 스스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쉽게 원하는 것을 원한 적이 없다"며 "나는 살리에르였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조류인간'에서 연기한 소연이란 인물에 더욱 애착을 보였던 소이였다. 극중 인물이 소연으로 본명을 따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첫 장편 주연작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소이는 "캐릭터 그 자체가 나랑 닮았다"고 인간 김소연과 '조류인간' 김소연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조류인간'은 15년 전에 사라진 한 여인의 실종 원인을 추적해가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소이가 연기한 소연은 이 남편을 돕는 묘령의 여인 역이다.

소연은 겉으로 보기엔 반듯한 직장을 가진 커리어우먼이다.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그렇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하지 못하는 결핍을 안고 살아갔던 인물이었다.

소이는 소연의 이런 결핍이 스스로와 닮았다고 꼽았다. 1세대 아이돌 걸그룹 티티마로 연예계에 데뷔한 소이는 고려대 중문과라는 학벌로 더욱 주목받았다. 연예계 활동과 학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발랄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기억됐다. 그렇지만 소이는 "죽도록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사실 공부도, 노래도, 춤도, 언어도 어느 것 하나 타고난 것은 없었어요. 그래서 더 노력해야 했죠. 언니(가수 헤이)에게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워낙 타고난 재능이 많았거든요. 언니는 모차르트, 전 살리에르였어요. 지금도 언니는 존경하지만,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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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이/사진=김창현 기자


다재다능함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소이는 "연기에 가장 욕심이 난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소이가 연기를 시작한지는 10년. 그렇지만 '조류인간'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 지금에서야 조심스럽게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그저 저를 밝고, 유쾌하게 바라보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어두운 캐릭터의 오디션을 봤죠. 그렇게 2005년 '가발'로 영화에 처음 출연하게 됐어요. 그래도 연기를 한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그게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소이는 "이제 겨우 연기를 알겠다"고 조심스럽게 배우로서 행보를 이어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조류인간' 신연식 감독은 소이에 대해 "배우의 몸과 발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무 인연도 없던 소이에게 먼저 연락해 출연을 제안한 것도 신연식 감독이었다.

"감독님께서 저의 어떤 부분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웃음) 그걸 알게 된다면 제 자존감이 좀 더 오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조류인간'을 하면서 정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아 기뻐요."

일각에서는 소이에게 "왜 힘들게 연예인으로 아등바등 그러느냐"는 의견도 있다. 외교관인 아버지, 든든한 학벌로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 실제로 소이 역시 한때 라디오 PD를 준비한 이력이 있기도 했다.

소이는 "남들보다 늦은 20대 중반, '난 누구인가'와 '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지독한 사춘기를 보냈다"며 "그때 낸 결론은 난 표현하는 일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말로 연예계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을 하면서 가장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라디오 PD라 부모님께서는 그 직업을 갖길 바라셨죠.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니 무슨 좋은 결과가 있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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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이/사진=김창현 기자


짧지 않은 시간 방황을 거쳐 지금까지 왔다. 이제는 라즈베리필드의 멤버로 자신의 경험을 직접 만든 자작곡으로 노래하고, tvN '그시절 톱10' 등을 통해 깔끔한 진행 능력까지 인정받았지만 소이는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훗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타이틀로도 "배우"를 꼽았다.

"이번에 '조류인간' 시사회를 하는데 심은진, 정려원 등 먼저 연기자로 자리 잡은 친구들도 와줬어요. 그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너, 당당하게 걸어도 된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정말 큰 위안이 됐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시작했던 연예계 일이 이젠 소이의 전부가 됐다. 앞으로의 소이의 계획 역시 열심히 연애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음악은 제 날것의 이야기를 한다면, 연기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역할에 저를 맞춰서 표현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작업이 정말 재밌어요. 그런데 연기자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땐 떠오르는 영감들을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거예요. 연애도 하고요. 배철수 님처럼 똑똑하게 웃기는 분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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