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치타가 여친? 대세? 견뎌야할 스트레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2.26 12:19 / 조회 : 1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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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사진=임성균 기자


사람들은 강하늘을 '대세'라고 부른다.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지금 과도기다. '쎄시봉'에 이어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강하늘 출연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한다.


팬들은 강하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한다. 원하지 않게 구설수에 오른다. 붕 떠있지도, 착 가라앉아있지도 않았지만 관심과 애정이란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3월5일 개봉하는 '순수의 시대'를 홍보하기 위해 나선 강하늘을 만났다. 씩씩하게 이야기했지만 원치 않았던 말로 받은 상처를 토로할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을 배경으로 왕위를 탐하는 남자들과 그 안에서 복수를 꿈꾸는 여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하늘은 왕의 사위로 착한 척 행동하지만 뒤로는 욕구를 참지 못하는 철부지 역을 맡았다. 싹싹한 강하늘과는 다른 모습이다. 영화 속 모습처럼, 그는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는 순수하지만 순진하지는 않았다. 강하늘은 차라리 솔직했다.

-'순수의 시대'를 왜 했나.

▶항상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악이란 말은 있어도 순진한 악이란 말은 없지 않나. 이 작품으로 그런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하균, 장혁, 강한나 등 영화 속 각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에 더 순수해서 치열할 것 같았다.


-작품 속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분석하나.

▶A4 용지로 몇 장씩 분석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난 작품을 할 때 어떤 그림 하나랑 음악을 정해놓는다. '순수의 시대'에선 빨간 장미꽃 사진을 떠올렸다. 그 장미를 새까만 개미떼가 오르는 사진이었다. 음악은 날카롭고 쨍쨍한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다.

'쎄시봉' 때는 아무래도 실존인물인 윤형주 선생님을 연기해야 해서 그 분의 사진을 많이 봤다. '스물' 때는 내 스무살적 사진을 많이 봤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준비하면 할수록 어떤 틀에 갇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택하려 한다.

-철없는 왕의 사위 역할이자 아버지의 여인을 탐하는 인물이며 강간도 서슴치 않는 인물인데.

▶철 없는 아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잘못된 순수는 치기 어려 보이지 않나. 이미지 변화라기 보단 그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맡은 역에 이해는 갔지만 공감은 안갔다. 그래서 이해를 공감으로 바꾸는 과정이 힘들었다. 내가 공감이 돼야 관객들도 공감이 될테니깐.

-아버지 역의 신하균 첩이자 자신이 범한 인물로 출연하는 강한나와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인데.

▶학교 때부터 친했다. 강한나 누나가 한 학번 선배인데 1학년 때 '도덕적 도덕'이란 작품을 같이 했었다.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같이 할 때는 서로 부담되는 건 없었다. 어차피 학교 때도 다들 연기자라 어느 순간 다르게 만날 것이라 생각했으니깐.

-첫 베드신이자, 첫 강간신을 찍었는데.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그 장면을 찍고 솔직히 힘들었다. 상대 역은 연기니깐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 미안하더라. 그래서 밥도 사고.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내 공연에도 보러 와주고.

-포목점에서 강한나와 밀당하는 장면은 캐릭터를 드러내는 장면이자 영화의 분기점이기도 한데. 인상적이었고.

▶안상훈 감독님이 대강의 동선만 정해주고 배우에게 많은 걸 맡겨주셨다.

-신하균과 강한나의 베드신을 엿보는 장면이 있다. 실제 촬영할 때 그 장면을 지켜보며 찍었나. 아니면 리액션만 땄나. 실제로 보는 게 더 연기하는 게 쉬웠을텐데.

▶내가 원해서 안보고 찍었다. 두 분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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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사진=임성균 기자


-대세라고들 한다. 대세라 불리는 게 어떤 변화를 줬나.

▶너무 갑작스럽게 이렇게 돼 버렸다. '미생'의 장백기를 택한 게 이렇게 스타덤에 오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원작 팬으로서 사실 '미생'이 드라마가 되는 게 싫었다. 그랬던 내가 장백기를 하게 됐으니 나 같은 사람들의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생'으로 은혜를 입었다.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다.

-어떤 스트레스인가.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써야 하고, 그런 걸 신경 쓰면서 달라지는 게 싫었다. 실수를 하면 예전에는 실수였다면, 이제는 내가 달콤하게 취해서 그런 게 아닌가 자책하게 된다.

-어제(25일) '순수의 시대' 쇼케이스가 끝난 뒤 와준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 자리에 없었던 팬들은 팬미팅을 왜 일부하고만 하느냐는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던데.

▶쇼케이스를 와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는데 그걸 팬미팅이라고 하는지 의아하다. 죄송하다고 말하면 그 때 와준 팬들에 대한 실례가 되는 일이기도 하고. 앞으론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이 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고 섭섭해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친구가 연락을 해줘서 알았다. 미용실 원장님에게 드렸는데 팬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하면서 드렸다. 좋은 마음으로 받아서 좋은 마음으로 드렸다. 내가 산 것인양 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물을 준 분이 서운했다면 죄송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된 '치타'라는 여성이 여자친구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는데.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다. 사실 그런 오해 때문에 그 친구가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 친구가 사내커플이라 비밀로 하고 지내서 그냥 선물 같은 것들만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로 그 친구가 피해를 보니 정말 너무 미안하더라. 너무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고 지낸다.

-이런 게 스트레스인가.

▶그렇다. 이 일 이후로 그런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더라. 난 내 마음이 솔직하길 원한다. 그런데 솔직해도 그걸 잘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면 나를 다른 식으로 꾸며야 하나란 고민이 든다.

-'미생' 이후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이 연달아 쏟아지고 있다. 대세라 불리지만 한편으로 다작이라는 소리도 듣는데.

▶한편으로 억울한 면이 있다. 각 작품들마다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고, 내게 다들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다작이라고 비춰지니 좀 억울하다.

-그런 스트레스가 힘든가.

▶아니다. 견뎌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갈 길이 멀다. '순수의 시대'는 정말 좋아했던 신하균, 장혁 선배랑 같이 한 작품이다. 힘들었던 장면을 찍고 매일 소주로 달래며 견뎌냈다. 그런 것처럼 이 과정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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