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식 "진짜 양아치? 정말 절실하게 연기한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2.02 09:35 / 조회 : 7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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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사진=홍봉진 기자


처음엔 진짜 양아치려니 했다. 2012년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으로 박두식(28)이 데뷔했을 때, 저 잘 자란 양아치는 누구일까라는 소리들이 제법 많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류승범이 등장했을 때 같았다.


누군가를 괴롭히면서도 왠지 어리숙한 모습. 그건 박두식의 짝눈이 두 가지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두식은 악랄하면서도 선한 두 가지 모습을 같이 담고 있는 보기 드문 배우다.

그래서인지 '전설의 주먹'으로 데뷔한 또래들 중에서 박두식의 활약이 제일 활발하다. TV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한 데 이어 '소녀괴담' '신촌좀비만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패션왕' '빅매치'까지 쉼 없이 달렸다. 아직 캐릭터는 엇비슷하다. 껄렁껄렁한 남자. 그래도 출발이 좋다.

박두식은 지난달 28일 개봉한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그 모습을 지켰다. 그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정신병원 환자들을 한껏 괴롭히는 간호사 점박이 역할을 맡았다. 원장 낙하산으로 취직해 이놈저놈 가릴 것 없이 때리고 차는 남자. 그래도 어리바리해 환자인 이민기에게 늘 얻어맞는 남자.

'내 심장을 쏴라' 원작자 정유정 작가는 "원래 점박이를 얄밉지만 어리숙한 남자로 그리고 싶었다. 박두식이 작가의 의도를 잘 살린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 보이는 얼굴 탓에 본능형 배우로 보이지만 박두식은 시나리오를 씹어 먹을 듯 공부한다. 그는 점박이 역할을 제안 받고 갑의 횡포부터 천성이 게으르고 자격지심이 많은 인물일 것 같다며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박두식은 "남을 괴롭혀도 이유가 있구나란 소리를 듣고 싶었다. 못났기에 더 못살게 구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고 말했다. 흔히들 "진짜 양아치 아니였냐"고 묻지만 "놀기는 했어도 남을 괴롭히진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촬영현장에서 문제용 감독이 박두식이 잡아온 캐릭터를 잘 이해해줘서 애드리브까지 많은 부분을 열어줬다. 박두식은 "정말 신나게 연기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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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사진=홍봉진 기자


박두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을 하면서 연기에 눈을 떴다고 했다. 어린 나이지만 친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워낙 강렬한 경험이라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그는 그 때부터 연기에 중독된 것 같다고 했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맞아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고 해군으로 군복무를 마쳤지만 데뷔는 늦었다. 일찌감치 연극무대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박두식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고 토로했다. 방황하는 시기기도 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 시기. 여느 청춘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다 기회를 잡았다. 마침 지인이 '전설의 주먹' 오디션 공모를 보고 알려줬고, 치열한 경합 끝에 합격했다. 결국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과실을 허락한다.

그렇게 박두식의 배우 인생은 시작됐다. 호사다마랄까. 일을 시작하자 얼마 안 돼 집안이 어려워졌다. 집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그 밖에 없게 됐다. 누구 탓을 하지도 않았다. 남들도 다 비슷하려니 했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아들이 머리가 굵어져 취직할 때쯤이면 아버지가 퇴직하는 시기가 맞물리는 법이니깐.

박두식은 "연기 밖에 할 줄 모르니 앞 뒤 안 가리고 이것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다행히도 일이 끊기지 않았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고 했다.

박두식은 절실할 줄 아는 배우다. 연기가 재밌고, 연기 외에는 길이 없으며, 연기가 유일한 밥벌이 인줄 아는 배우다. 지금은 껄렁껄렁해 보이는 역할을 주로 맡지만 어느 구멍에서 해가 뜰 줄 모른다. 그는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다.

세상에 잘 생긴 배우는 차고 넘친다. 주연급 외모라고 하는 배우들도 참 많다. 박두식은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그의 또래 중에 절실하게 어떤 역이라도 맡고자 하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박두식은 그래서 가능성이 높다.

박두식은 '레옹'의 게리 올드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바가 보인다. 스크린을 씹어 먹을 듯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짝눈 배우는 송강호다. 박두식이 한발 한발 걸어가 차세대 짝눈 배우가 될 수 있을지, 갈 길은 멀지만 그는 그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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