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골을 넣고 왜 관중들 '품'에 안겼을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2.02 06:30 / 조회 : 27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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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뒤 한국 관중석을 향해 몸을 던졌다. /AFPBBNews=뉴스1



한국과 호주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45분. 전광판의 시계가 모두 멈췄다.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 모인 8만 홈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들은 이미 우승을 확신한 듯했다. 반면 한국 팬들은 망연자실. 이윽고 후반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단, 3분.

한국 선수들은 최전방으로 그저 공을 띄우기에 바빴다. 단순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만들어 갈 시간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럴 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듯 연신 양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호주 팬들은 계속해서 휘파람을 불며 심판의 휘슬을 재촉했다.

바로 이 순간. 최후방에서 로빙 패스가 넘어왔다. 곽태휘가 공중 볼 경합을 펼쳤다. 그는 이내 공의 방향을 잃었다. 순간, 놓친 공을 향해 한국영이 쇄도했다. 공은 기성용에게 향했고, 지체 없이 손흥민을 향해 논스톱 인사이드 패스가 연결됐다.

수려한 퍼스트 터치와 함께 문전으로 진행 방향을 바꾼 손흥민. 한 번. 두 번. 얼마 후 손흥민의 오른쪽 디딤 발 장딴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마치 상대의 거친 태클을 장딴지로 다 막을 기세로. 이내 호주 수비수 3명과 골키퍼까지 달려들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번개 같은 왼발 슈팅이 이어졌고, 손흥민이 쓰러졌다. 호주의 골망이 철렁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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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가운데)의 동점골 슈팅 순간. /AFPBBNews=뉴스1


1-1 동점골이었다. 손흥민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벤치 쪽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뛰는 방향을 바꿨다. 그곳은 호주의 골문 뒤쪽. 바로 붉은 옷을 입은 한국 관중들이 있는 곳이었다. 광고판을 훌쩍 넘은 손흥민. 잠시 뒤뚱거린 그의 뒤로 동료들이 줄줄이 따라붙었다.

한국 관중들은 이미 무아지경. 손흥민과 한국 관중 사이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손흥민은 관중들 '품' 안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뒤이어 조끼를 입은 벤치에 있던 동료들도 뛰어오르며 '붉은 꽃밭'에 몸을 날렸다. '백전노장' 차두리도 뛰어들었다. 누군가 그의 빡빡머리를 만졌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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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하나되는 순간. /사진=뉴스1



MBC 예능 프로 '무한도전'이 있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인기가 많은 대중의 스타다. 누군가의 우상이고,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 그들을 일반 시청자들이 가까이서 접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촬영 현장'도 통제돼 있다. 대중과 그들은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이 벽을 과감히 깨트렸다. '남산 특집', '추격전', '꼬리잡기', '관상특집' 등. 그들은 과감히 길거리로 나온다. 그리고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일부 스타들에게서 보이는 거만함이나 심드렁함, 권위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유재석을 직접 길거리에서 보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기뻐한다. 열광과 감동의 연속이다. 스타들과 시민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손흥민 역시 스타다. 박지성이 은퇴한 지금, 그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손흥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시기다. 하지만 손흥민은 잡음이 없다. 표정은 늘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다.

그는 팬들에게 항상 따뜻하게 다가간다. 특히 어린이 팬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늘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가 하면, 친절하게 정성껏 사인을 해준다. SNS를 통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팬과 소통을 한다. 최근 국가대표팀의 소식을 전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인사이드캠'에서는 '깜짝 기자'로 변신해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펼친 세리머니는 이런 손흥민의 결정판이 아닐는지.

비록 한국은 연장 전반 막판 트로이시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1-2로 패했다. 55년 만의 아시아 제패 꿈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서 보여준 손흥민의 관중석 골 세리머니. 이 순간만큼은 선수와 팬, 그리고 한국 축구는 모두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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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에 따르면 이 순간, 손흥민은 한국 관중들을 향해 '이길게요' 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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