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강하고 잔인한 마초 캐릭터 욕심나"(인터뷰②)

최원주 더스타 기자 / 입력 : 2015.01.3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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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주환/사진제공=더스타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출연 중인 임주환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뱉는 단어마다 힘이 들어갔다. 이번 연기에서 도드라진 남성성이 고스란히 말투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역할에 몰입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빛과 목소리 너머 연기에 대한 야망이 그대로 묻어나 기존의 가녀린 이미지는 이미 촬영을 시작하는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날아갔다.

임주환 하면 '못난이 주의보'의 착하고 순한 남자 공준수나 '탐나는 도다'의 엉뚱한 선비 박규처럼 바르고 착한 꽃미남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았나요?


깨고 싶죠.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10년밖에 안 됐어요. 이순재 선생님 같은 분들의 연기 인생에 비하면 전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죠. 특정 이미지를 갖는 것보다 작게라도 변화를 주면서 스스로 긴장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영화 '기술자들'에서 그동안 맡은 역할과 반대되는 파격적인 악역 캐릭터로 변신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나요?

▶더 잔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원래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듯한 인물이었는데, 거칠지만 스타일리시한 캐릭터로 설정이 바뀌었어요. 대본상 잔인한 장면이 많았는데, 등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죠. 그래도 기본 베이스가 착한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른 DNA를 가진 인물을 맡게 되어 재미있고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주변에서는 이 실장이 임주환 씨인 줄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원했던 반응이에요. ‘이 배우가 그 배우야?’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였어요. 흥행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로 각인되고, 관객들이 변화된 저를 눈치 못 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악역 연기를 위해 특별한 준비한 것이 있었나요?

▶주변에서 연기 영감을 많이 받는데 같이 다니는 매니저의 모습을 관찰했어요. 조 사장의 심복이자 그림자 같은 인물이잖아요. 조 사장의 지시나 눈빛, 제스처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빨리 알아채고 해결해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매니저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가능한 한 ‘보이지 말자’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밖에는 태닝을 하거나 액션 스쿨도 다니면서 준비를 했죠.

-악역 배우 하면 게리 올드만이나 히스 레저, 최민식을 꼽는데, 연기의 롤 모델로 삼은 배우가 있나요?

▶'비우티풀'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가 있어요. 외모적으로 풍겨오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엄청난 무게감을 지닌 배우죠. 병에 걸린 자식을 지키는 아버지인데, 표정 변화가 없고 무미건조하지만 인물 자체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엄청나요. 감독님도 추천하셔서 이 배우가 표현하는 감정을 많이 참고했어요.

-연기 인생의 롤 모델이 있나요?

▶크리스찬 베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20대 때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연쇄살인범의 모습이나 '머니시스트'에서 캐릭터를 위해 살을 급격히 빼며 고통스러워하는 불면증 환자를 연기하기도 했죠. 저도 그처럼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포괄적이게 넓히고 싶어요.

-올해로 34세네요.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소감은?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대부분 나이를 말하면 훨씬 어려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캐스팅에 힘든 부분도 있죠.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가 없었어요. 25세 때 중학교 3학년 역할을 한 적도 있었거든요. (웃음) 그래서 앞으로는 30대 중반만이 풍길 수 있는 느낌과 동안 외모로 표현할 수 있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드리고 싶어요.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요?

▶'기술자들'보다 더 강한 잔인성이나 마초적인 면을 지닌 남자다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차태현, 고창석, 한상진 등 소속사에 연기파 선배들이 많은데 조언을 얻기도 하나요?

▶소속사 배우들이 거의 남자라서 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요. 차태현 선배는 전화도 자주 하고 고민 해결사예요. 부드러운 면도 있지만 굉장히 날카롭죠. 가끔은 ‘나의 이런 부분을 어떻게 알았지?’ 하고 뜨끔할 때가 있어요. 티내지 않던 고민을 알아채고 다시 대꾸를 못할 정도로 명확한 답을 내리죠.

-요즘 즐겨하는 취미가 있다면?

▶2014년 5월부터 술과 담배를 끊기 시작했어요. 불가피할 때 맥주 딱 한잔만 마시고, 담배는 아예 끊었죠. 그러면서 골프를 시작했는데 무척 재미있더군요.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하고 라운드하며 정기적인 모임도 있어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거나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일로서는 연극과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술을 끊으니 다른 취미에 눈을 돌리게 되더군요. 조인성, 이광수, 김기방, 송중기 씨랑 함께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당구를 치더라고요. 당구와 게임 ‘위닝 일레븐’도 배워보려고요.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기술자들'을 함께한 김홍선 감독님과 못다한 한을 풀고 싶어요. 감독님과 저의 코드가 잘 맞아요. 취향이 워낙 잔인하시고 마초적인 발상도 하시는데 제가 잔인한 연출을 제안하면 서로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요. 다음에는 ‘등급 상관 없이 한번 가죠’ 하고 제안했어요.

-배우로서 2015년 새해에 다짐한 목표가 있다면?

▶연기로 인정받아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싶어요. 아직 수상 경력이 없어요. 그래서 배우라는 자존감이 부족하죠.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문득 들 때가 있는데 ‘너 지금까지 연기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 선택이 옳아’라는 것을 상을 통해 느끼고 싶어요. 물론 힘든 일이지만 대중보다는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죠. 당장 힘들겠지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지금 연기 인생에 탄력받기 시작했으니 물꼬를 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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