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감독 "정우 한효주 '쎄시봉' 배우들과 윈윈"(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1.28 11:45 / 조회 :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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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사진=홍봉진 기자


김현석 감독은 타임머신 스릴러 '열한시'를 내놓고 마음고생을 적잖이 한듯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내놓고 전혀 다른 걸 해보자고 해 도전했다가 쓴 맛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김현석 감독이 다시 장기를 발휘했다. 김현석 감독은 2월5일 개봉하는 '쎄시봉에서 가장 잘 하는 걸 제대로 해냈다. 청춘들의 빛나는 시간을, 사랑이란 감정으로, 음악에 실어 눈이 부시게 전했다. '쎄시봉'은 60년대 말 큰 인기를 끌었던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벌어졌던 청춘들의 사랑을 담은 영화다. 윤형주 송창식의 트윈폴리오가 원래는 트리오였다는 데서 착안해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잘하는 걸 꾸준히 잘 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현석 감독에게 돌고 돌아온 이야기를 물었다.

-'열한시'를 끝내고 '쎄시봉'을 내놔서 그런지, 영화계에선 역시 잘하는 걸 해야 한다는 소리가 제법 많은데.

▶'열한시'를 했기 때문에 '쎄시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 배창호 감독님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보고 영화감독을 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 만큼 멜로,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했다. 그런데 '시라노'를 끝낸 뒤에는 로맨틱코미디를 그만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 다 거짓말 같고.


마침 CJ E&M과 한 편 계약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아예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과는 정반대인 '열한시'를 하기로 했다. 결과는 뭐, 그렇게 됐다. 다른 길을 가봤더니 원래 좋아했던 걸 하자는 마음이 다시 들더라.

-2010년 MBC '놀러와'에 윤형주 송창식 등 쎄시봉 멤버들이 나온 걸 보고 구상을 했다던데.

▶막연한 구상을 했었다. 그분들 삶에 초점을 맞추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처럼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넣어보자고 생각했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가 원곡 가사는 그렇지 않은데 윤형주 선생님이 새로 쓴 가사는 너무 슬펐고.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라는 가사에서 출발했다. '열한시'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을 하는 동안 시나리오를 가다듬었다.

-실존 인물들이 그대로 영화에 등장하기 때문에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특히 트윈폴리오가 정말로 트리오였기에 그 사람 동의가 꼭 필요 했을 테고. 그 인물은 영화 속에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져서 이야기를 이끄니깐.

▶원래 트윈폴리오 멤버로 2~3달 정도 활동하셨다고 하더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부산 사나이답게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주위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지만 원래 영화는 그런 게 아니냐고 하시더라. 쎄시봉 멤버들은 이장희 선생님을 시작으로 한분 한 분 다 오케이 해주셨다. 송창식 선생님은 "난 영화처럼 여자한테 차인 적은 없다"고도 하셨다.(웃음) 다들 당대 최고 가수였기 때문인지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으시더라.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고.

-주인공인 정우가 맡은 오근태, 그리고 한효주가 맡은 민자영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실존인물에서 힌트를 얻었나.

▶오근태는 사실 '시라노'와 '열한시'를 같이 한 연출부 이름이다. '열한시' 때 그 친구가 사랑의 열병을 앓더라. 그걸 보면서 누구를 좋아한다는 감정이란 걸 대리만족하기도 했다. 민자영은 자영이란 이름이 그 당시도 있었고, 지금도 쓰는데서 착안했다. 자영이라고 지을 바엔 아예 명성황후 이름을 그대로 쓰자고 생각했다.

-쎄시봉 인물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로 등장하는 한효주는 정말 예쁘게 잡아냈는데. 자칫 나쁜 여자가 되기 쉬운 역할인데 한효주와 김희애가 젊은 시절과 중년 역할로 바톤을 잘 이어받아 캐릭터가 완성됐고.

▶처음에는 막연히 뮤즈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한효주한테 당대 레전드들을 좌지우지하는 여자이니 그렇게 표현해달라고 했었다. 영화에서 그렇게 보여 진다면 전적으로 한효주 공이다.

사실 남자 시선의 멜로인 만큼 여자주인공을 예쁘게 잡아주는 건 당연하다. 영화를 배울 때부터 여자주인공은 조명도 달라야 한다며 무조건 예쁘게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후반 3분의 1을 남겨놓고 주인공이 바뀐다. 김윤석과 김희애가 정우와 한효주 바톤을 이어받아 중년으로 등장하는데. 자칫 감정선이 무너질 수도 있었고.

▶배우들의 내공이란 걸 새삼 느꼈다. 원래 시나리오를 후반부터 썼다. 중년의 근태가 무너지는 장면부터 썼다. 이 영화는 그 장면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찍었을 때 환경이 열악했다. 그곳은 촬영시간이 정해져 있어 어길 수도 없고. 리허설도 많이 갈 수 없고, 테이크도 두 번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두 분만 믿는다고 했다.

김윤석, 김희애 두 분은 젊은 배우들이 한 분량을 가편집해서 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엄청나더라. 감정이 뚝 끊기지 않고 그대로 전해진다면 오로지 두 배우의 공이다. 마지막 김윤석이 우는 장면은 오후5시58분에 촬영이 끝났다. 2분 남겨 놓은 상황에서 김희애 선배에게 울라고 했다. 그런데도 둘 다 해내더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교차 편집이 너무 편의적인 것 같아서 정공법을 택했다. 마지막 김윤석이 우는 장면에서 과거로 점프컷을 넣을 때도 사실 고민이 많았다. 서프라이즈냐, 서스펜스냐를 놓고 선택을 했어야 했다. 정말 여러 방식으로 편집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원래대로 서프라이즈를 택하자고 결심했다.

-원래 '쎄시봉'을 명필름에서 기획했었다. 그 때 제작자가 독립해서 '쎄시봉'을 내놨고. 그런 인연이 있다보니 명필름에서 만든 '건축학개론'이랑 비교가 많이 되는데.

▶그래서 더욱 (건축학개론처럼)교차편집을 하지 않으려 했다. 감성을 따라 가다보면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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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사진=홍봉진 기자


-배우들이 상당히 빛나는데. 주인공인 정우 한효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윤형주 역할을 맡은 강하늘, 송창식 역할을 맡은 조복래 등 신인배우들도 아주 인상 깊은데.

▶다들 오디션으로 뽑았다.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이 필요했으니깐. 강하늘이 '미생'으로 요즘 인기를 얻어서 덕을 보는 것 같다.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윈윈하는 것 같다. 배우들이 다들 노래를 연습하고, 기타를 연주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정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음악감독도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음악감독이 배우들에게 기타를 칠 때는 틀려서 힘 있게 치라고 주문했었다. 그래야 테이크를 다시 안가도 되니깐.

-이장희 역할을 맡은 진구가 영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처음에는 진구를 반대했었다.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었다. 우리 영화에선 잘생김을 윤형주 역할을 맡은 강하늘에 몰아줘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데 진구를 만나보니 영화 속 인물처럼 참 재미있더라. 이장희 선생님이 실제 당시 쎄시봉 인물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하시더라. 진구가 촬영장에서도 그렇고 모두를 잇는 끈 역할을 정말 잘 해줬다.

-주크박스 영화다보니 음원 사용료가 6억원이 들었다던데.

▶당시 노래들이 번안곡이 많다보니 음원 사용료가 비쌌다. 팝송을 그대로 쓰는 것이랑 다를 바가 없었으니깐. 너무 비싸서 포기한 것도 있었다. 그래도 '딜라일라' '하얀 손수건' '웨딩케이크'는 꼭 써야 했으니깐 그건 포기할 수 없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웨딩케이크'로 이어지는 감정이다보니 꼭 써야 했었다.

-전작들에서도 음악이 영화에 잘 붙던데. 구상부터 음악을 떠올리는 편인가.

▶그렇다. '시라노' 때도 '아그네스 발차'를 떠올리며 썼었다. 콘티에도 음악이 영향을 준다. 음악사용에 이견이 있을 때 세포 하나하나까지 노래가 들어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국제시장' '강남 1970' 등 다른 영화들과 묶여서 복고로 규정되는데. 그 시절을 낭만으로 그리기도 하고. 사실 청춘영화라 그런 묶임이 편하지는 않을텐데.

▶영화를 만들면서 한 번도 복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미술감독에게도 당시를 재현할 때 복고나 재현은 싫다고 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준다는 게 남성 판타지의 극한이기도 한데.

▶글쎄, 요새는 그런 게 없어서 더욱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 어릴 적에는 사랑이라면 다 그런 것이라고 보고 듣고 자라지 않았나. 정우가 맡은 오근태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만 약해지는 역할이다. 그런 부분을 그리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미도파 백화점 앞까지 걸어가는 장면에서 거리가 늘어나고, 정우가 광화문 광장 앞에서 목 놓아 우는 장면이랄지 거리를 이용한 장면이 인상적인데.

▶대학교 때 좋아했던 후배랑 교문까지 걷는데 그 거리가 좀 더 길어줬으면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다들 그렇지 않나.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써먹으려 하다가 이번에 썼다. 광화문에서 우는 장면은 원래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면서 이어지는 내용들이 있었다. 근태 고향이 통영이라 충무공과 연결시키는 게 있었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을 택했었다. 그런데 '명량'이 흥행하니 쓰고 싶지 않더라.

-차기작은 어떻게 되나.

▶오래 구상했던 '경찰대 미술반'이란 영화다. 액션 스릴러에서 피어나는 멜로다. 잘하는 걸 잘해야 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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