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vs 부산영화제 격돌..영화계 보이콧 움직임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1.26 14:28 / 조회 :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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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20회를 맞아 격랑에 휘말렸다. 예산의 절반 가량을 지원하는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물러나라고 통보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물러나라고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영화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계 일각에선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23일 정경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김광희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권고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부터 부산영화제 감사를 진행해왔다.

부산시는 권고사직 통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직접적인 사퇴 언급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랬던 부산시는 24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사실상 사퇴 권고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부산시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자 부산영화제는 항목별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26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지금까지 부산시로부터 문제점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가 언론을 통해 지적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명했다.

영화제 측은 △직원을 공개채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 2년 동안 정규직원을 전원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했다고 반박했다.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영화제는 특성상 돌발적이고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예산 집행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면서 지도점검 당시 부적절한 집행이라고 제시한 몇 가지 사례는 착오나 단순 과실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또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한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제영화제 초청 상영작은 특정 시기에 접수를 받아서 일괄 심사로 초청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측은 초청작 선정기준은 프로그래머의 영화관과 안목에 따른 주관적 판단이 먼저이며 이는 존중해야 할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래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역할을 존중해 온 전통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의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된 핵심 배경이라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해 외압에 따라 논란이 일었던 극히 이례적이었던 최근 사례 이외에는 지난 19년 동안 독보적인 호평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측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서로 동의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측이 전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영화계 각 단체들은 부산영화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독립예술영화관모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학회 등 각 영화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부산시를 규탄했다. 부산시의 사직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한 것.

영화 각 단체들은 성명만 배포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가 사퇴 권고를 철회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부산영화제 보이콧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다. 영화 각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마련해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사안은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논란이 일었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바탕에 깔려 있다.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영화제 측에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상영을 강행했었다.

갈등의 씨앗이 자라 위원장 사퇴 권고까지 이어진 것. 영화제 측이 외압에 따라 논란이 일었던 극히 이례적인 최근 사례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과연 최대 위기를 맞은 부산영화제가 이 문제를 온전히 해쳐 나갈 수 있을지, 2015년 한국영화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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