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강정호, 피츠버그서라면 파워풀 야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1.26 08:20 / 조회 : 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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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공식 입단 계약을 체결한 강정호. /사진=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공식 트위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정호 포스팅에서 500만2,015달러를 베팅해 독점협상권을 따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강정호 영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후보 대열에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한마디로 난데없이 튀어나온 팀이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전에서 전혀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빅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쓴 역사가 없는 스몰마켓 팀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또 다른 이유는 피츠버그 내야진에 강정호가 들어설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FA(프리에이전트) 권리를 얻기까지는 구단이 최소한 2~3년 더 붙잡아 둘 수 있는 내야수들이 모든 포지션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굳이 강정호 영입에 뛰어들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4년간 개런티 1,100만달러 및 5년차 옵션 55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뒤엔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피츠버그가 전략적으로 강정호를 확실한 옵션으로 꼽고 있었음이 드러났다.<1월19일자 칼럼-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필요했다. 절실하게” 참조>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강정호의 수비 포지션 문제다.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숏스탑으로 뛰기에 충분한 수비력을 갖췄느냐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에 3루 또는 2루로 포지션 이동 가능성이 검토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최근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이 흥미 있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강정호가 눈부신 야수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Why Jung-Ho Kang Doesn’t Need to be a Brilliant Fielder)라는 제목의 분석칼럼에서 저자는 최소한 수비에서 피츠버그와 강정호는 환상적인 궁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츠버그 팀의 특성상 내야에 완벽한 야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통계적 근거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칼럼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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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이저리그 팀이 (강정호와 같은) 주전급 선수를 4년 1,700만달러(포스팅 및 바이아웃 액수 포함)나 5년 2,150만달러(포스팅 및 옵션 액수 포함)에 계약하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접 진출한 첫 번째 포지션 선수이기에 선례가 전혀 없어 어떤 정교한 예측도 아직은 추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드문 케이스였기에 이런 계약이 가능했다. 사실 한국에서 강정호의 뛰어난 타격성적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수비에 관한 한 피츠버그와 강정호는 환상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닐 헌팅턴(피츠버그 단장)과 그의 분석팀이 지난 3년간 보여준 환상적인 능력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피츠버그는 팀 전체적으로 평균이하급 야수들로 짜여진 팀으로 수비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부문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해왔다. 다음 도표를 보자.

◎BABIP와 UZR

BABIP 평균 순위 UZR* 평균 순위

2012 .286 .293 10 0.4 1.2 16

2013 .285 .294 5 4.4 0.6 15

2014 .290 .295 11 -40.3 2.8 27

*UZR(Ultimate Zone Rating)- 구역별 수비 평점

위 도표에서 보면 피츠버그는 2014년 UZR과 그 순위에서 알 수 있듯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하위권의 수비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형편없는 수비에도 불구, 피츠버그의 BABIP 순위는 리그 평균보다 오히려 높은 11위다. 그 비결은 바로 타자에 따라 수비위치를 이동시키는 시프팅(shifting)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내셔널리그에서 등장한 수비 시프팅 횟수를 살펴보자.

◎수비 시프팅 횟수 내셔널리그 탑4

2013 2014

밀워키- 544 피츠버그- 659

시카고 컵스- 508 밀워키- 576

피츠버그- 500 세인트루이스- 367

신시내티- 298 샌프란시스코- 361

2013년 수비 시프팅에서 내셔널리그 3위였던 피츠버그는 2014년 압도적인 차로 1위로 올라섰다. 그만큼 수비에서 시프팅을 활용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수비 순위에 비해 BABIP는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은 것이다.

물론 수비 시프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상대팀 타자들로부터 가능한 많은 땅볼타구를 시프트한 방향으로 유도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헌팅턴 단장과 분석팀들은 바로 여기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땅볼타구 유도능력에서 리그 최고를 자랑하는 투수진을 구축한 것이다. 다음 도표를 살펴보자.

◎피츠버그 투수진의 땅볼타구 유도비율 및 리그순위

GB% 평균 순위

2012 46.6 45.1 6

2013 52.5 44.5 1

2014 50.5 44.8 1

*GB- Ground Balls

다시 말해 피츠버그 투수들의 땅볼타구 유도능력은 리그 최상급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땅볼타구 유도능력이 좋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피칭스태프를 구축한 뒤 상대방 타자들의 타구 방향 분석을 통해 미리 수비를 시프트 함으로써 일단 볼이 방망이에 맞았을 때 피안타율을 최대한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피츠버그는 2015시즌에도 땅볼 유도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을 대거 끌어 모았다. 생애통산 땅볼 유도율이 28.2%에 불과한 안토니오 바스타르도를 트레이드해온 것만큼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외엔 모두 땅볼투수들이라고 봐도 된다. 1년 만에 다시 복귀한 A.J. 버넷은 피츠버그에 있던 지난 2012년과 2013년 땅볼 유도율이 57%에 육박했던 투수이고 프란시스코 릴리아노(2013년 50.5%, 2014년 54.4%), 재러드 휴스(64.6%), 마크 멜란콘(57.4%), 찰리 모튼(55.7%), 제프 락(50.5%), 밴스 월리(49.4%), 게릿 콜(49.2%) 등이 모두 돌아온다.

이처럼 땅볼 투수들이 유도해낸 땅볼 타구가 시프팅된 수비방향으로 향하는 효과는 투수들의 ERA(Earned Run Average-방어율)와 FIP(Field Independent Pitching-수비 무관 방어율)의 격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 피츠버그 투수들 가운데 50이닝 이상을 던졌고 땅볼 유도율이 50% 이상인 케이스를 살펴보자.

◎ERA와 FIP 비교

선수 연도 IP GB% ERA FIP

재러드 휴스 2014 64.1 64.6 1.96 3.99

찰리 모튼 2013 116 62.9 3.26 3.60

마크 멜란콘 2013 71 60.3 1.39 1.64

브라이언 모리스 2013 65 57.5 3.46 4.89

마크 멜란콘 2014 71 57.4 1.90 2.09

A.J. 버넷 2013 191 56.5 3.30 2.80

찰리 모튼 2014 157.1 55.7 3.72 3.72

프란시스코 릴리아노 2014 162.1 54.4 3.38 3.59

제프 락 2013 166.1 53.2 3.52 4.03

저스틴 윌슨 2013 73.2 53 2.08 3.41

빈 마자로 2013 73.2 52.2 2.81 3.31

저스틴 윌슨 2014 60 51.3 4.20 3.62

프란시스코 릴리아노 2013 161 50.5 3.02 2.92

제프 락 2014 131.1 50.5 3.91 4.37

에딘슨 볼케스 2014 192.2 50.4 3.04 4.15

이들 투수들의 평균 FIP는 3.49, 평균 ERA는 3.01이다. 수비 덕에 평균적으로 0.5점에 가까운 방어율 감소 혜택을 봤다는 이야기다. 즉 맞는 비율에 비해 실점 정도는 적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해 제러드 휴스 같은 경우는 그 격차가 무려 2점이 넘는다. 휴스는 땅볼 유도율이 무려 65%에 육박할 정도로 극단적인 땅볼투수라서 시프팅의 효과를 가장 많이 봤다고 풀이할 수 있다.

피츠버그는 지난 2년간 모두 팀 ERA가 FIP보다 낮았다. 2013년엔 ERA가 3.27, FIP가 3.42였고 시프팅을 훨씬 더 많이 활용한 2014년엔 ERA 3.49, FIP가 3.80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만큼 시프팅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시프팅을 가장 많이 활용한 팀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무려 1,341회나 돼 피츠버그(659)의 두 배가 넘었다. (보통 AL팀은 거포가 주로 맡는 지명타자 제도로 인해 NL팀 보다 시프팅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시프팅 횟수 NL 1위인 피츠버그도 AL이었다면 6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휴스턴의 경우 ERA가 4.14로 FIP 3.93보다 높았는데 그 이유는 투수들의 땅볼 유도율이 46.4%에 불과, 피츠버그 투수들의 땅볼 유도율 50.5%에 크게 뒤졌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많은 시프트를 활용한다고 해도 투수들이 시프트된 방향으로 땅볼타구를 유도해내지 못하면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이다.

결국 피츠버그는 평균이하 야수들을 가지고도 땅볼 유도형 투수들과 수비 시프팅을 통해 극대화된 수비효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정호 역시 피츠버그 시스템 하에서는 개인 수비능력이 뛰어난 야수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만약 지난 2년간의 추세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피츠버그는 빼어난 개인적 수비능력에 의존하는 대신 엄청난 땅볼타구를 유도해 낸 뒤 이를 시프팅을 통해 처리하는 패턴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강정호는 리그 숏스탑 가운데 어쩌면 가장 파워풀한 타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 숏스탑은 기본적으로 수비위주 포지션으로 대부분 팀에서 타격 쪽으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경우는 강정호에게 수비적인 측면에서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타격에서 상당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피츠버그의 강정호 실험은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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