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외압 또 외압..해운대 꼼장어집의 진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1.26 08:42 / 조회 : 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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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스틸'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인 선언/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니 말해야 한다. 그날 밤 해운대 꼼장어집의 진실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 23일 부산시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부산시와 감사원에서 동시에 감사를 받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원래 영화제가 끝나면 감사가 늘 있는 법이니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결국 부산시는 올해 부산영화제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인물을 집행위원장으로 맡기고 싶다고 통보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사직 통보를 받은 다음 날 기자에게 "허, 영화 한 편으로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일련의 일들은 그 날 밤 해운대 꼼장어집에서 그가 토로했던 많은 말들과 맞닿아 있었다. 그날 밤 일을, 말들을, 가감 없이 옮긴다.

2014년 10월5일 오후10시 30분. 해운대 시장골목에 있는 작은 꼼장어집. 한국영화기자협회 몇몇 기자들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기자를 포함한 5명의 기자가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5분쯤 지난 뒤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일행이 왔다.

다른 기자들이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이용관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기자가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마침 이날 오후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6일 '다이빙벨' 정식 상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전에 영화제의 공식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가 참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아 고생이 많다"는 말이 오갔다.

자리에 앉은 지 10여분도 지나지 않았다. 이용관 위원장은 "문화부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도 받았는데, 뭘요"라고 했다. 폭탄 발언이었다. 기자들이 먼저 문화부에서 상영 중단 압력이 있었냐고 물은 것도 아니었다. 술잔이 몇 잔 돌지도 않았으니 취해서 한 말도 아니었다.

기자가 "서면으로 그런 요청을 받았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구두로, 정확히"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용관 위원장 맞은편에 앉은 기자가 "누가 그런 연락을 했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차관"이라고 말했다. 잠시 기자들 사이에서 제1차관이냐 제2차관이냐는 말들이 오갔지만 그 답은 없었다.

기자의 오른 편 두 번째 앉아있던 기자가 "문화부가 부산영화제에 얼마를 지원하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15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가 "문화부가 지원을 끊으면 부산시는 지원을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지원을 끊으면 아무래도 지방정부가 지원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영화제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기자의 오른 편 세 번째 앉아있던 기자가 "한 평론가가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상영해도 망하고, 상영하지 않아도 망하는 처지가 됐다더라"고 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맞다"고 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다이빙벨'을 상영해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면 영화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상영하지 않으면 박찬욱 봉준호 송강호 김혜수 같은 배우들이 부산을 찾지 않을 게 아니냐.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틀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 송강호, 김혜수 등은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명 성명에 동참했다.

이용관 위원장 오른편에 앉아있던 기자가 "일단 영화를 초청했으면 상영하는 게 맞지만 초청하기 전에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았겠냐. '다이빙벨'로 영화제 존폐 위기를 맞았는데"라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지난해 초청된 '구럼비-바람이 분다' 때 정도일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논란이 일 줄은 몰랐다. 많이 배웠다"고 씁쓸해했다.

기자가 "이번에 취임한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화제와 관계가 좋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6개월 간 정말 좋았다. 이런 시장이 있으면 부산영화제가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딱 9월2일까지 그랬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9월2일 '다이빙벨'을 포함한 79개국 314편의 초청작을 발표했었다.

기자가 다시 "9월2일 이후 바로 상영 중단 압력이 들어왔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서 '이상호 기자 감독 데뷔작 다이빙벨, 부산영화제 간다'는 기사가 나온 뒤부터 차례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이빙벨'은 314편 중 하나일 뿐인데 언론이 논란을 키우고 확산시켰다고 원망하지는 않았나"고 하자 이용관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첫 보도는 그랬지만 많은 언론들이 영화제 운영 독립의 중요성을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기자의 오른편 세 번째 앉은 기자가 "집행위원장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그만두게 되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일어날 일들에 차근차근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진 않는다"며 "오늘 공식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모임에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도 참석해서 '상영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기자 오른편에 앉아있던 기자가 "내일 '다이빙벨' 상영에 경찰을 불렀다는 소문이 돌더라"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상영관인 CGV에 이야기를 전해 CGV쪽에서 경찰을 불렀다"고 말했다. '다이빙벨' 상영을 앞두고 처음 상영 중단 성명을 배포했던 차세대문화인연대가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둥, 상영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둥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소문들이 떠돌았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혹시라도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거나 관객이 다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올해는 작년보다 관객이 10% 가량 늘었고 상당히 안정적이어서 이런 논란이 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나도 그렇다. 올해 영화제는 역대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잘 진행되고 있다. '다이빙벨' 논란 빼고는 정말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주고받은 뒤 이용관 위원장은 뒤늦게 온 기자들이 있는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는 이튿날인 6일 오전11시 부산 센텀시티CGV에서 열린 '다이빙벨' 첫 시사에 참석했다.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진 않았다. '다이빙벨'에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동의하며, 많은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목적성이 뚜렷한 법인 다큐멘터리로서 '다이빙벨'은 만듦새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자는 이날 오전 '다이빙벨 상영, 부산영화제 존폐 위기..왜?'라는 기사를 썼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문화일보도 이용관 위원장의 말을 기사화했다.

이날 오후 문화부는 "일부 언론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과 관련하여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어떠한 언급도 한 사실이 없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본인도 언론보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확인하였음을 밝혀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진보라 불리는 매체든, 보수라 불리는 매체든, 여러 곳에서 문화부의 이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건 당시 언론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동의하고, 많은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았다. 다만 언론에 대한 부분은 그저 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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