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길영민, 허지웅·일베..숱한 말들에 답하다(인터뷰)②

천만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길영민 JK필름 대표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01.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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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민 JK필름 대표(왼쪽)와 윤제균 감독/사진=홍봉진 기자


윤제균 감독(46)과 길영민 JK필름 대표(46)는 덤덤해보였다.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들떠 보이진 않았다. 이미 5년 전 '해운대'로 한 차례 겪었기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국제시장'을 둘러싸고 숱한 말들이 쏟아졌기에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다.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첫 천만영화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서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근현대사 속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지난달 17일 개봉한 뒤에 영화를 둘러싸고 이념 논쟁이 일 만큼 말들이 참 많았다.

어쩌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에게 이런 논쟁은 뼈아팠을 것이다. 어쩌면 반가웠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천만 영화 두 편을 찍은 감독이지만 윤제균 감독 영화에 그동안 이토록 논쟁이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다. 만드는 사람에게 악플은 무플보다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 두 사람을 만나 '국제시장' 천만까지 숱한 말들에 대해 물었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을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다고 했지만 제작사 대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윤제균(이하 윤): 그 말처럼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한참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 나도 이리 힘든데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힘드셨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기획해봤다.

▶길영민(이하 길): 이야기가 보편성이 있다고 봤다. 가족 단위로, 3대가 같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영화시장이 더 커지면서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찾지 않을까 싶었다.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 둘 다 부산사람으로 '국제시장'에 대한 비슷한 정서가 있었을 법 한데.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이다)

▶길: 일이야 맞았으니깐 한 거고, 영화가 윤 감독이 하자고 했으니 한 거다.

▶윤: 그리 말하면 안되지. 난 집이 어려웠고, 일마(길영민 대표)는 신발공장집 아들이었다. 내가 일마 집에서 3년을 얹혀살았다. 그러다보니 보니 얼마나 꼼꼼한 사람인 줄 아니깐 2005년부터 같이 일을 하게 됐다. 같은 시대를, 같은 동네서 보냈으니 정서가 비슷할 수밖에.

-영화를 둘러싸고 숱한 말들이 쏟아졌는데. 의도와 달리 해석되는 게 안타깝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론 처음으로 이런 논란을 겪는 게 반가울 법도 할 텐데.

▶윤: 솔직히 말하면 안타까움이 반이고, 이렇게 많은 관심은 처음이니깐 비판이든 칭찬이든 반갑다. '해운대'는 논란 없는 첫 천만영화라는 소리도 들었으니깐. 비판적으로 보든, 보수적으로 보든 각자 다르게 보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 등장 부분을 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런 의도적인 탈정치도 정치적인 선택이고, 그런 영화에서의 선택이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건 윤제균 감독이 부산에서 나고 자란 중년 남성이란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을텐데.

▶윤:그렇게 깊이 봐준다면 고맙지만 너무 간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국기 하강 장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론한 뒤에 김무성, 문재인 의원 모두 영화를 보고 한마디씩을 했는데.

▶윤: 영화라는 게 만든 사람 의도와는 달리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란 생각을 절감했다. 관객들은 그 장면에 대해 절반은 웃고, 절반은 탄식하더라. 아이러니하다. 감독의 의도를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 땐 그랬다.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구 말과 닮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그 땐 그랬다. 영화 속에서 부부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시키면서 넘어가야 했는데 마침 국기하강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는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 흘러나오면 둘 다 멈췄다. 그리고 끝나고 다시 싸우고. 그게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 땐 그랬다.

-2013년 12월19일 개봉한 '변호인'에도 국기 하강 장면이 나온다. 두 영화가 같은 소재를 전혀 다르게 다뤘다. 그게 두 영화의 분명한 차이이기도 한데.

▶윤:'국제시장' 촬영이 2013년 12월25일 끝났다. 그리고 '변호인'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영화를 봤다. 그런데 국기 장면이 있더라. 야, 비슷한 장면인데 어쩌냐 싶더라. 이미 다 찍어놨는데. 그래도 다른 식으로 이야기된 거니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썼다.

-김무성 대표 아들이 '국제시장' 초반 흥남철수 장면에서 미군을 설득하는 통역병으로 등장하는데.

▶윤: 영화 다 찍고 회식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오디션으로 철저히 뽑았다. 참 바른 친구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해 살까봐 오히려 더 조심스럽더라.

-수많은 근현대사가 있는데 하필 서독 광부와 베트남 전쟁을 다루다보니 말들이 많은데. 흥남철수와 이산가족 찾기야 영화의 시작과 끝이니 그렇다 치고 왜 두 소재를 택했나.

▶윤:가장 힘들고 어렵게 일한 컷이 필요했다. '국제시장'을 기획하면서 한국 근현대사 속에 수많은 경제사들을 조사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게 중동 건설이었다. 경부고속도로도 있었고, 포항제철 탄생할 때라든지, 조선사업 이야기를 넣어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도 그 당시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지라 피해갈수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가장 힘들고 고생했던 일화로 선택했다.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는 사학비리 이야기가 담겨있고, '1번가의 기적'은 달동네 철거 이야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고, 조폭 코미디라고 기억한다. '국제시장'도 의도와 달리 읽히는 게 억울하진 않나.

▶윤:당황스럽지만 억울하진 않다. 영화는 감독과 닮는 법이다. 내가 촌스럽고 웃기고 눈물 많으니 영화도 그럴 수 밖에. 그걸 그렇게 봐주는 걸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나.

-연관검색어에 윤제균, 일베라고 뜨기도 하는데.

▶윤:일베가 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 참, 정말. 감독하기 참.

-'국제시장'에는 부산으로 피난 온 장면 같은 경우 미군에서 빼돌린 군복을 드럼통에서 삶아서 물을 뺀다든지, 그 당시 시대상을 철저하게 고증했다. 베트남 장면에선 경상도 사람을 구해주는 건 결국 전라도 사람인 남진이었고. 이주 노동자 문제는 되풀이된다. 이런 영화 속 이야기는 논의되지 않고 외적인 것만 논의되는 게 억울하진 않나.

▶윤:억울하다면 그게 억울하다. 당시를 철저히 고증하기 위해 최민식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엔딩 크레딧에도 최민식 작가님에게 감사하다고 올렸고. 최민식 작가님 사진이 갖고 있는 깊이를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알았으면 했다. 그런데 전혀 거론되지 않더라. 또 난 화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야기한 것처럼 경상도 사람을 구하는 건 전라도 사람이다. 난 아버지 세대 고생이 요즘 젊은 세대 고생보다 더 특별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대들마다 각자의 고생이 있는 법이다. 나 역시 내가 힘들어서 아버지 삶은 어땠을까 생각했으니깐. 그러니 서로가 서로의 고생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으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다니...

-종편에서 영화 글 쓰는 허지웅이 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더 많은 논란이 일었고, 결과적으로 '국제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흥행에도 일조했는데.

▶윤: 종편에선 다룬 토 나온다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한 뜻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영화는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만드는 작업이지 않나. 그러니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영화에든, 같은 표현이라도 좀 더 예의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흥행은 글쎄, 결국은 어찌됐든 콘텐츠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보는 건 콘텐츠 때문이다.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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