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이적' 황희찬, '실력'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상준 기자 / 입력 : 2014.12.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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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로 이적한 황희찬(오른쪽). /사진=잘츠부르크 페이스북





무단 이적으로 논란이 된 황희찬(18, 잘츠부르크)이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해명하는 것뿐이다.


오스트리아 프로축구단인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는 지난 17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잘츠부르크가 포항으로부터 황희찬을 데려왔다. 그의 계약기간은 2019년까지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다수 축구 팬들은 유망한 선수가 유럽 무대에 진출한 것에 설렘을 표현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이적의 뒷이야기가 공개되자 팬들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당시 황희찬의 원 소속팀 포항스틸러스는 "황희찬이 포항과 협상도중 일방적으로 해외로 완전 이적했다. 연맹 규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팬들은 황희찬에 대해 "도의를 저버렸다" "포항 뒷통수 제대로 쳤네"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여론이 좋지 않다. 황희찬은 이미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를 풀어낼 수 있는 건 황희찬 본인뿐이다.

황희찬은 구체적인 이적 내막에 대해 직접 밝혀야 한다. 에이전트의 집요한 회유로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인지 언론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알려야 한다.

보도된 내용과는 다른 억울한 점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자신이 직접 추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왜 이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유스팀부터 자신을 키워준 포항에 자신의 입장을 알려야 한다. 한번 도의를 저버렸다고 숨어선 안 된다.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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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사진=포항 제공





하지만 아직 황희찬은 감감무소식이다. 26일 포항 관계자는 스타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황희찬이 여전히 포항에 연락을 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이대로 해명 없이 넘어간다면 향후 황희찬이 잘츠부르크 혹은 더 좋은 무대에서 활약한다고 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며 벼르고 있는 팬들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해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다행이지만 부진한다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황희찬은 해외에서 겉돌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사실상 어린 나이에 은퇴의 기로에 설수도 있다. K리그 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황희찬은 '5년 룰'이 적용될 것 같다"고 했다. 즉 황희찬은 앞으로 5년간 K리그 복귀가 불가능하다. 5년 뒤에도 황희찬은 원 소속팀인 포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과도 받지 못한 포항이 황희찬을 곱게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황희찬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힌다. 황희찬은 26일 연맹이 발표한 '2014 아디다스 올인 K리그 주니어 시즌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다. 연맹이 "상대팀의 거친 수비에도 단 한 번의 볼터치로 벗어나며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고 극찬할 정도다.

황희찬이 해명 혹은 사과가 없다면 향후 한국에서 축구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다. 이 경우 축구선수들 대부분의 목표인 한국 축구대표팀 발탁도 힘들 전망이다. 황희찬은 반드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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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최강희 감독에게 사과한 기성용. /사진=뉴스1





기성용이 좋은 사례일 수 있다. 기성용은 지난해 여름 자신의 SNS에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축구 팬들은 기성용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며 맹비난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A매치에서는 기성용이 그라운드에 나오자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용기를 냈다. 기성용은 지난해 10월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 진심으로 죄송하다.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최강희 감독님께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성용은 좋은 경기력으로 조금씩 비난을 잠재웠다. 논란 당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기묵직'이라는 단어는 이제 '중원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인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팬과 관계자 전원이 용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만회했다. 기성용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도 당당히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주장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황희찬이 눈여겨볼만한 상황이다. 지금 황희찬에게 필요한건 실력보다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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