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채 "노출신, 창피해하면 어우동 욕되게 하는 것"(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2.27 07:27 / 조회 : 2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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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은채/사진=이동훈 기자


아직은 송은채(28)라는 이름이 완연히 익숙하지는 않다.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강은비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 있는 송은채가 색다른 어우동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방탕한 품행으로 사회를 어지럽게 했던 조선시대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 많은 이들이 가지는 어우동에 대한 정보는 이정도 일 것.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은 이런 어우동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두 가지 면모를 가진 여인을 탄생시켰다. 양반집 규수 혜인과 복수를 위해 기루의 꽃이 된 어우동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송은채다.

"배우가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잖아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나비효과'처럼 언젠가는 나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혜인과 어우동 두 가지 캐릭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극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제가 연기자를 꿈꾸게 된 것이 '여인천하'의 김수연 선배님을 보고서였거든요. 많은 선배님들이 어우동을 연기하셨는데 그분들에 이어 제가 어우동을 연기한다는 것도 영광스러웠어요."

참하고 순수한 규수의 모습과 남자들을 홀리는 요부의 모습, 두 모습 모두 실제 송은채의 평소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송은채는 스스로 "저는 참하지 않아요. 푼수 같죠"라며 웃었다.

"저는 별로 사랑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남자친구가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혜인과 어우동이 좋았어요. 제 안에도 질투가 있구나 하고 느꼈죠. 남편의 나쁜 행동을 직접 보는 그 장면에서 마치 제 앞에 닥친 상황처럼 무너져 내렸어요. 화가 나기보다는 비참해지더라고요. 그런 일을 겪어볼 일이 없잖아요. 어떤 면에서는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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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은채/사진=이동훈 기자


어우동이라는 이름에는 문란한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제목부터가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인데다 노출신도 있으니 여배우로서는 걱정도 따랐을 터, 송은채도 물론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저도 제목을 보고 '어우동? 가벼운 여자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깨졌어요. 글로만 읽었는데도 깨닫는 것이 있었어요. 연기를 잘 해서 편견을 깨는 것도 어쩌면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었죠. 어우동에 대해 오해를 안고 영화를 보셔도 괜찮아요. 영화를 보고 나시면 그런 여인으로 보이지 않으실 테니 전 걱정 없어요."

송은채는 노출신보다 감정신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배우로서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감독의 배려와 현장 분위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그를 다독였다.

"감독님이 '은채야, 넌 연기자가 되고 싶은 거잖아'라면서 다독여주셨어요. 어우동을 보여주는 건데 제가 창피해하면 그 분을 욕되게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창피해한다는 건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내 선택을 후회하는 것이니까요. 전 제 선택에는 후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의 마지막인데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그 분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송은채가 연기한 어우동의 인생에 큰 역할을 미치는 두 남자가 있다. 로맨틱한 언변을 가진 이동(백도빈 분)과 일편단심 묵묵히 곁을 지키는 무공(여욱환 분)이다. 실제로는 로맨틱한 남자도, 일편단심 순정남도 아닌 나쁜 남자에게 끌린단다. 조선시대였다면 큰일 났겠다 했더니 아마도 조선시대에는 남자로 태어났을 것이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저는 나쁜 남자를 좋아해요. 저만 보는 남자는 제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좀 틱틱 대는 남자가 좋아요. 구속받는 것도, 구속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선시대였다면 아마 전 남자로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남성스럽다기보다는 내일의 걱정을 많이 안 해요. 오늘 하루 열심히,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연애에 관해서도 오늘 재미있고, 오늘 마음껏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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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은채/사진=이동훈 기자


2009년 이후 겪은 공백기, 송은채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강은비에서 송은채로 이름도 바꿨고, 지난 해 타석증으로 수술을 하며 발음까지 되지 않았다. 혹시나 평생 말을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순간도 있었다.

"아직 발음을 고치고 있는 중이예요. 쉽게 돌아오는 부분이 아니라 더 노력하고 있어요.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연기를 못했을 거예요. 타석증은 침샘이 막혀서 얼굴이 엄청나게 부어오르거든요. 수술을 하고 나서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굉장히 무서웠어요. 아직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쩌지 싶었죠. 재발 할 수도 있다고 해서 2~3년 후에 수술을 또 받아야 한대요. 아마 할 때마다 무서울 거예요. 제가 이겨내야죠."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이 송은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사람들이 그의 연기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혹평이든 호평이든 자신의 언행과 외모가 아닌 연기에 대해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밝혔다.

"사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랐어요. 흥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보시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이 영화로 강은비가 아닌 송은채로 비춰진다면 그 것 하나 만으로도 감사해요. 이 영화는 제가 처음으로 연기로 평가를 받는 것이거든요. 그 전에는 연기로 평가받을 기회가 적었어요. 그래서 욕이라도 감사해요. 처음으로 연기자로 봐주시는 것 같고, 배우로 대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30대를 앞둔 송은채에게 꼭 연기가 아니더라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고민없이 "맨시티 경기를 보러가는 것"이라고 단번에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이라는 송은채는 축구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역시, 뜨거운 사람이다.

"그냥 경기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유니폼에 사인도 받고 시즌 경기를 다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선수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1년 째 보내고 있는데 답이 오지 않아요. 게임 이벤트에서 맨시티 경기를 보내준다고 해서 응모도 했는데 연락이 없네요(웃음). 제 35살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결혼하기 전에 한 번 쯤 가보고 싶어요. 결혼이요? 일을 다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지금은 생각이 없어요. 서른다섯 살 이후로 좋은 남자가 있으면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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