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전설의 마녀' 캐스팅은 모두 ‘신의 한 수’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4.12.26 15:30 / 조회 : 6633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MBC '전설의 마녀'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의 '전설'은 '전설 따라 삼천리~'의 '전설'이 아닌 설욕을 씻는다는 의미의 '전설'이다. 살인과 주가조작, 사기, 살인 미수 등 죄목도 다양하고,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가지고 수감된 네 명의 마녀들이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설욕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큰 흐름만 보면, 착한 팀과 나쁜 팀의 대결로 뻔하고 진부하게 보일 수도 있다. 또 억울한 사람들이 복수한다?, 라고 생각하면 흔히들 말하는 막장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교도소 생활이 나온다, 생각하니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희한한 건, 실제 방송 내용은 이런 예상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진부함, 뻔함, 이런 단어들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이며, 교도소 생활은 '칙칙'은 커녕 오히려 유쾌하기까지 하며, 네 명의 마녀들이 슬슬 전설의 포문을 열 조짐이 보이면서 통쾌하다.

이 분위기에 발맞춰 시청률은 계속 상승세로 앞으로 곧 시청률 30%를 넘을 기세다. IPTV의 다시보기 서비스 등으로 본방 시청률 10%도 넘기 힘든 요즘, 이렇게 시청률이 계속 상승세인 비결, 대체 뭘까? 그 기본 바탕엔 물론 대본과 연출이 빠질 수 없다. 대본이 재미있고, 연출이 좋아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니까.

그런데 '전설의 마녀'는 여기에 플러스, 배우들의 캐스팅이 한몫을 했다. 애초 작가가 상상하고 그려놓은 등장인물들과 100% 싱크로율을 보이는 캐스팅,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캐스팅 말이다.

주인공인 네 마녀들부터 캐스팅의 조화가 잘 되어있다. 고두심은 베테랑 배우다운 그 묵직함으로 마녀들의 대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나머지 세 마녀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와 맞춤옷을 입은 듯 딱 맞아 떨어졌다. 밝고 긍정적인 한지혜와 까칠하지만 따뜻한 하석진, 이 두 사람의 로맨스는 담백하면서도 귀여운 분위기로 매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둘째 마녀 오현경은 마녀들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무게 중심에 있다. 자칭 섹시의 상징이라 부르는 손풍금 역의 오현경은 자칫 잘못하면 천박하고 유치할 수도 있는 역할을 유쾌한 사랑스러움으로 포장했다. 오현경의 상대인 이종원 역시 그렇다. 점잖고 느끼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살짝 푼수기가 보이는 동네 아저씨로 변신해 신선함을 주고 있다. 오현경과 이종원, 두 사람의 '케미'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이들의 투닥거리는 장면이 언제 나올까 기다려질 정도니까.

네 마녀들을 괴롭히는 신화제과 팀의 변정수 또한 빠질 수 없다. 마녀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작전을 짜지만, 매번 자기 발등을 찍는 형세가 되는 어설픈 악녀 역할은 변정수가 안 했다면 누가 했을까 싶다. 패션모델처럼 화려한 외모와 달리 걸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선머슴처럼 덤벙대는 모습은 마치 변정수를 이미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니 말이다.

이 모든 캐릭터들 중에 방점은 바로 김수미이다. 네 마녀들과 교도소에서 아옹다옹했던 김수미는 초반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교도소의 10번방이 주 배경이었던 초반, 자칫하면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풍스러우면서 깐족대는 영옥이 역 김수미의 활약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코믹하게 잡아주면서 교도소 이야기가 그 어떤 내용들보다 기대가 됐다. 그러니 영옥 이모 출소 예고까지도 화제가 될 수밖에.

'전설의 마녀'의 이 수많은 캐릭터들을 만약 다른 배우들이 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대체 가능한 배우가 있긴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지금의 배우들 말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좋은 대본과 연출을 완성시키며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지금의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전설의 마녀'는 캐릭터만으로도 저절로 유쾌, 통쾌, 상쾌하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반)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