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피츠버그, 강정호의 '파워'에 미래를 걸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2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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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사진=뉴스1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왜 강정호 영입에 나섰을까.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에서 ‘코리안 거포’ 강정호(27)에 대한 30일간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팀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밝혀지면서 과연 그를 데려가려는 파이어리츠의 복안이 무엇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한 시즌에 40홈런을 친 거포 유격수를 영입하겠다는 것에 굳이 ‘복안’이란 말까지 거론한다는 것이 억지일 수도 있지만 파이어리츠란 팀의 사정과 강정호라는 선수의 잠재력 및 불확실성이 겹쳐져 이런 억측이 나올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포스팅 전까지 강정호에 관심을 보였던 여러 팀들이 아예 베팅도 하지 않고 발을 뺐는데 별다른 관심조차 표명한 적이 없었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중 하나인 파이어리츠가 500만달러라는 적지 않은 액수를 선뜻 베팅한 것이 놀랍기 때문이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강정호를 영입하려 하는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강정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를 살펴보자. 올해 타율 .356에 40홈런, 117타점을 올린 오른손 파워히터 숏스탑으로 나이는 아직 27살이다, 나이와 기록만 보면 정말 굉장한 선수다. 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가 지난 11월 “만약 그가 쿠바 선수였다면 1억달러짜리였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완전한 과장만은 아니다.


물론 네로의 말에서 키워드는 “쿠바 선수였다면”이라는 표현이다. 쿠바 선수들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그 기량을 확실하게 입증한 지 오래다. 쿠바리그에서 시즌 40홈런을 친 27세 3할 타자라면 그 성적이 그대로 메이저리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베팅도 나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선 아직 단 한 명의 타자도 메이저리그로 직접 진출한 케이스가 없다. 한국에서 40홈런을 친 3할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지는 아직 완전한 미스터리다.

그렇기에 강정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미스터리 타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유격수로 이 정도 파워를 지닌 선수가 워낙 찾아보기 힘들기에 팀 입장에선 ‘대박’이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쪽박’을 찰 위험성도 높은, 한마디로 투자 위험부담이 매우 큰 선수다. 많은 팀이 흥미를 보였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발을 뺀 것에서 알 수 있듯 선뜻 거액을 베팅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몸값이 싸다면 그를 시험해보길 원하는 팀은 많을 것이다.

강정호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스윙 미케닉’이다. 체중을 오른발에 실은 뒤 타격 순간 왼발을 앞으로 내디디면서 투구 타이밍에 맞춰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의 스윙은 한마디로 ‘움직이는 무빙 파트’가 많은 스윙이다. 어느 하나만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에 메이저리그 피칭을 상대로 최소한 초반엔 고전할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수비력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확신을 주진 못한다. 수비범위와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정도라는 평이고 어깨도 그다지 강하지 못해 궁극적으론 2루수나 3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즉 타력이 받쳐 주더라도 수비 때문에 유격수로 계속 뛰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파이어리츠의 팀 사정은 어떨까. 유격수에는 조디 머서, 2루수엔 닐 워커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우선 2루수 워커는 지난 2010년부터 팀의 주전 2루수로 뛰었고 올 시즌 타율 .271에 23홈런과 76타점을 올려 실버슬러거 상을 받은 팀의 간판스타다. 나이도 29세로 아직 전성기다. 한마디로 맞싸워 강정호가 밀어낼만한 선수가 아니다.

주전 유격수 머서(28)는 올해 타율 .255, 12홈런, 55타점을 올렸다. 타율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타력보다는 수비력이 중요시되는 포지션 특성상 이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올해 연봉이 51만달러에 불과해 비용 대비 효율면에선 매우 뛰어나다.

3루수인 조시 해리슨(27) 역시 강정호로선 버거운 경쟁상대다. 올해 타율 .315에 13홈런, 52타점, 18도루라는 준수한 성적과 함께 이번 시즌에만 5개 포지션을 소화한 다재다능한 유틸리티맨으로 시즌 중반부터 3루를 맡았다. 그 역시 나이가 젊고 연봉 역시 51만달러에 불과하다. 단지 그가 내, 외야를 망라해 어떤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기에 강정호가 3루로 간다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할 수는 있다.

한마디로 파이어리츠의 내야는 젊고, 견고하며 연봉 부담은 크지 않다. 2루수 워커가 연봉 575만달러로 많은 편이지만 그의 성적과 팀내 위상을 감안하면 그 역시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한편 강정호는 한국에서 40홈런을 쳤을지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선 기대치를 크게 낮춰야 한다. 강정호 본인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타율 .260~.270, 홈런 15개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정도라면 머서나 해리슨과 비교할 때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구나 비용 대비 효과로 계산하면 한참 처질 수밖에 없다.

파이어리츠가 포스팅에서 강정호와 독점 협상권을 얻는데 500만달러가 들어갔고 계약을 위해선 최저 2년간 1,200만달러 수준의 계약(에이전트 네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 총액이 1,700만달러가 된다. 그런 돈을 투자해 데려온 선수를 연봉 50만달러 선수들의 백업으로 쓸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선발 내야진엔 빈자리가 없고 강정호가 현 스타터들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이렇다면 파이어리츠가 왜 강정호에 베팅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해답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이어리츠는 일단 강정호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으나 그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다면 내야진에 강정호가 당장 뚫고 들어갈 여지가 적다는 것이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조건이 될 수 있다.

강정호로선 당장 주전으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없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고 팀 입장에서도 당장 급하지 않기에 강정호의 엄청난 파워 포텐셜을 믿고 그를 서서히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된 현재의 내야진이 강정호에게 성장과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허락해준다는 것이다.

강정호를 붙잡는데 들어가는 돈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파이어리츠도 이 정도는 감당할 능력이 있는 팀이다. 만약 강정호가 1년 후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잠재력에 걸맞는 파워 히터로 성장해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계산이다. 파이어리츠는 지금 계산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파이어리츠가 왜 강정호를 놓고 이런 도박을 시도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최근 2년간 파이어리츠의 성적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려 20년 연속으로 승률 5할을 넘지 못하는 만년 하위팀이던 파이어리츠는 최근 2년간 뛰어난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괄목상대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2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에서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내년 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이다.

문제는 파이어리츠가 계속 카디널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와일드카드로 나서면서 포스트시즌에서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88승을 올린 파이어리츠는 90승의 카디널스에 두 게임차로 뒤져 와일드카드로 밀렸고 지난해는 무려 94승을 올리고도 97승의 카디널스에 3게임차로 뒤져 역시 와일드카드에 만족해야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파이어리츠가 카디널스와 우승을 다투겠지만 한 두 게임차로 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강정호가 내년 후반기쯤에 기대만큼 거포로 성장, 팀에 2~3승을 추가시키는 공헌을 해준다면 강정호 한 명을 추가한 효과로 카디널스 추월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카디널스를 추월해 디비전 챔피언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그것만으로 강정호 영입은 대성공이 될 것이다.

현재 파이어리츠는 큰 수술이 필요한 팀이 아니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데 보탬이 될 만한 한 두명의 선수만 잡으면 된다. 엄청난 파워 포텐셜을 지녔지만 당장은 메이저리그에 나설 준비가 덜 됐을지 모르는 강정호가 바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장차 보석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그가 기대대로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때려주는 내야수로 성장한다면 파이어리츠는 다시 큰 꿈을 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파이어리츠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에게 도박을 걸어 볼만한 모든 조건을 갖춘 유일한 팀일지도 모른다.

한편 강정호 입장에서도 피츠버그는 최상의 행선지가 될 수 있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 팀은 특히 강정호처럼 모든 것을 새로 입증해야 하는 루키 외국인 선수에겐 너무 힘든 곳이다. 그런 팀에 큰돈을 받고 진출했더라면 엄청난 압박감에 묻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위험성이 컸다.

파이어리츠처럼 스몰마켓 팀이지만 전력은 디비전 우승을 노릴 만큼 탄탄하고 또 당장 개인 성적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은 팀에서 시간적 여유 가운데 배우고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정호에게 엄청난 혜택이 될 수 있다. 지금 강정호는 길게 보고 당장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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