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프로야구도 스포츠계도 '라인'이 문제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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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2014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대한야구협회 이병석 회장과 내빈들이 떡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OSEN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LINE)'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필요한 선(line)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줄(line)은 줄이다. 우리 사회 전반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한국 스포츠계, 스포츠 행정 조직은 물론 프로야구계까지 이른바 '라인'이 공공연하게 움직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누구는 누구에게 줄을 섰고, 누구는 누구 라인이라는 것이다. 과거 그런 사실을 쉬쉬하며 숨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본인 스스로 '나는 ○○○ 라인'이라고 자랑하는 세상이 됐다. 정치 쪽에서 당연시되던 권력자에 대한 줄서기, 누구 라인이 이제는 스포츠계까지 퍼져버렸다.

지난 16일 열린 대한야구협회(회장 이병석) 주최 '2014 야구인의 밤' 행사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최고위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무성 대표는 "우리는 흔히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야구는 인생을 공부하는 스포츠이다. 주자가 많이 출루했다고 해서 타자들이 욕심을 부린 나머지 너무 큰 스윙만 하면 한 점도 낼 수 없다. 투수가 공만 빠르다고 자만해서 변화구를 배우지 않으면 그 투수는 오래가지 못한다. 야구 경기를 보면서 제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보기도 하고 정치권의 소통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리를 함께 한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과의 어릴 적 인연을 소개했다.

이 정도까지가 좋다. 따뜻하다. 소중한 관계이다. 그런데 야구계에서도 '나는 ○○○ 라인'이라고 자랑하듯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자신을 아껴준 분들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2014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도 내빈 소개 때 사회자가 가장 먼저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소개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구본능 KBO 총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 그리고 야구 원로들이 자리를 했음을 고려하면 주최 측 회장은 마지막 순서에 소개하는 것이 옳았다. 협회에도 회장에게 줄을 서서 충성 경쟁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한 때 '사단(師團)'이 문제처럼 여겨졌다. 대표적인 것이 '김성근 사단'이었다. 김성근 감독과 함께 움직이는 코치, 지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에도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여러 명의 코치들이 함께 갔다.

그러나 지금은 사단은 오히려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진다. '야구에 대한 뜻, 소신, 이론을 함께 하는 지도자들이 모여 일관되게 전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단'이 출현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늘 존재했던 것은 '학연(學緣)', '지연(地緣)'이고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지도자였던 A가 SK 코치로 옮겼을 때도 실력이나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학연'이 언급됐다. 현재 B구단, C구단, D구단 감독도 모 대학 학연이 영향력을 미쳤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어쩌면 몇 다리만 건너면 인연이 닿는 우리 사회에서 학연 지연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인연이 바람직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이다.

롯데가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를 영입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나라에 아무런 학연 지연이 없기 때문에 실력 위주로 객관적으로 선수를 발탁하고 운영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주장이 있었다. 축구에서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을 중용해 성공시킨 것과 홍명보 감독이 '라인'을 중용하다가 실패한 것이 비교되고 있다.

심지어는 체육관련 정부 조직, 협회, 프로리그 사무국, 구단 프런트에까지 '라인'이 등장해 건전한 발전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새해 '라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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