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전 감독 "최동원, 일본 진출 했으면 역사 썼을 것"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4.12.25 08:00 / 조회 : 14367
  • 글자크기조절
image
강병철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롯데 자이언츠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고(故) 최동원 전 감독과 강병철 전 감독이다. 최동원은 롯데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긴 전설적인 선수이며, 강병철 전 감독은 롯데가 달성한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1984년, 1992년)을 모두 만들어낸 감독이다.

특히 1984년은 특별하다. 강병철 전 감독은 최동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부임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다. 혹사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최동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동원은 정규리그에서 27승,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올리며 팀의 에이스이자 대들보로 맹활약했다. 그만큼 강병철 전 감독에게 최동원은 고마운 존재였다.

더불어 강병철 전 감독은 최동원이 해외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최동원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전에 뒀다가 무산된 일은 알고 있지만, 강 감독은 그보다 앞서 일본에서 활약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병철 전 감독은 "최동원이 고등학교 3학년 때 김시진(당시 대구상고), 김용남(당시 군산상고)과 함께 일본프로야구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마린스) 가고시마 캠프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최동원이 일본에 나갔다면 일본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동원에 대한 영입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image
현역 시절 최동원.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문제는 당시 상황이었다. 해외 진출, 특히 일본 진출은 말도 안 되던 시절이었다. 강 감독은 "당시에는 외국에 나가면 매국노라고 하던 시기다. 특히 일본은 더 했다. 만약 국적을 바꾼다고 했을 때, 일본은 '귀화(歸化)'라는 단어를 쓰지만, 미국은 '시민권 획득'이라고 하지 않나. 그만큼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최동원은 그때 일본으로 갔어야 했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최동원에 앞서 일본으로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가 있었다. 바로 백인천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였던 백인천은 지난 1962년 일본프로야구 도에이에 계약금 300만엔을 받고 입단했는데, 당시 백인천을 향해 '매국노', '돈에 팔려간다'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10여 년이 훌쩍 흐른 뒤에도 이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해외 진출은 '매국노'가 아니라 '국위 선양'에 가깝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강병철 전 감독이 아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동원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면 어떤 성적을 냈을까? 물론 야구에 '만약'을 대입하는 것처럼 답이 안 나오는 것은 없다. 하지만 최동원의 기량에 반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계약서까지 내밀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동원이 일본 무대에서 성공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