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전 감독 "롯데의 내홍, 소통과 신뢰 부재 때문"

국재환 기자 / 입력 : 2014.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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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前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유이한 우승. 첫 우승(1984년)과 마지막 우승(1992년)을 이끈 유일한 사령탑이자 롯데(1984~1986, 1991~93, 2006~07)와 한화(1994~98), SK(2000~02)를 거치며 프로 통산 914승 1018패를 거둔 강병철(68) 전 롯데 감독이 바라본 지금의 롯데는 어떨까.


강병철 전 감독은 24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롯데가 겪었던 권두조 수석코치에 대한 선수들의 항명 사건, CCTV 사찰 사건, 김용수 코치 계약철회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롯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강 전 감독은 먼저 지금의 롯데가 큰 내홍을 겪은 원인 중 하나로 적기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롯데는 2000년대 초반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다"고 운을 뗀 강 전 감독은 "내가 감독을 맡았던 2006년과 2007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 기간을 거치면서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올 수 있었다. 이어 이 선수들이 중견급으로 올라왔으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부터 선수층이 좋아졌고 분위기도 잘 잡혔는데 이때 우승을 차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결정력을 갖춘 투수가 없었고, 끝내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이때부터 구단과 선수, 코칭스태프가 서서히 잘 안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강 전 감독은 이어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 선수들과 구단, 코칭스태프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선수는 구단을 믿지 못하고, 또한 대체적으로 1년씩 계약을 맺는 코치들의 경우 능력을 키워 감독이나 선수에게 인정받기 보다는 코치생활을 더 오래 하기 위해 구단 쪽과 좀 더 맞춰나갔던 점이 많지 않았나싶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고, 권두조 수석코치 항명 사건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두조 수석코치는 평소 성실한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선수단과 훈련방식과 소통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고, 갈등을 일으킨 뒤 지난 5월 수석코치직 사의를 표명했다.

외부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 강병철 전 감독의 생각은 '소통의 부재'였다.

권두조 수석코치 항명사건에 이어 강 전 감독은 CCTV 사찰 사건에 대해 "일본 프로야구 역시 과거엔 호텔에 선수나 지인이 늦은 밤에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밤을 새는 경우도 있었다. 보도가 되지 않아 알려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코칭스태프에게 맡겨뒀어야 했다. 보통 사장과 단장에는 야구를 잘 모르고 이 자리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시스템과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이 시스템과 방식이 바뀌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불신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수뇌부가 야구를 잘 몰라도 선수들을 믿고 신뢰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 김응룡 감독이 삼성을 이끌던 시절, 삼성의 사장은 삼성병원 부원장직을 수행하다 넘어온 신필렬 사장이었다. 야구를 잘 모르시는 분이었지만, 김응룡 감독과 이야기하러 갈 땐 감독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내용을 까먹지 않으려고 메모지를 들고 갔다더라. 타 구단 사장들이 이 소식을 듣고 '사장답지 못하다'라는 면박을 줬다는데, 신 사장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그 당시 삼성의 멤버가 좋았지만, 결과는 삼성의 우승이었다"고 신뢰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전 감독은 오프시즌 동안 불거진 김용수 코치 계약 파기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용수 코치는 지난주 롯데의 퓨처스팀 투수코치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김 코치는 중앙대 감독시절 심판에게 식사비조로 100만 원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대한야구협회로부터 3년 간 지도자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 문제로 인해 롯데는 김 코치와의 계약을 철회하고 말았다.

강병철 전 감독은 이에 대해 "구단에서 이 문제를 모르고 김 코치를 영입하려 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30년이 넘은 프로야구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룹에서 내려온 단장과 사장이 야구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구단 운영 면에서 전문성이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프로야구를 시작할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프런트의 경우 야구를 좀 알고 외국어도 가능한 사람이 있지만, 단장과 사장 등 수뇌부는 아직 잘 모른다. 야구 자체뿐만 아니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았다면 김용수 코치를 뽑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롯데가 잘못한 점들을 꼬집었지만 강 전 감독은 우승을 경험했던 롯데에 대한 애정 어린 이야기도 건넸다.

강 전 감독은 "아마 모두가 나름대로 다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틀린 생각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소통이 안되고 불신이 쌓이면 결국 팀은 깨질 수밖에 없다. 새로 부임한 이종운 감독이 꽤나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을 새로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바닥에 떨어지면 성적을 회복하는데도 최하 3~4년은 걸린다. 길게 보고 가야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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