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전 감독 "1984 KS, 최동원이 너무 고마웠다"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4.12.25 08:00 / 조회 : 7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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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강병철(68) 전 감독은 한국야구계의 원로다. 프로 통산 914승으로 역대 5위에 올라 있는 감독이며, 롯데 자이언츠의 딱 두 번 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어낸 감독이기도 하다. 더불어 '혹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 혹사 논란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고(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며, 대표적인 내용이 1984년 한국시리즈다.

당시 최동원은 정규리그에서 무려 284⅔이닝을 던지며 27승 13패 6세이브 223탈삼진, 평균자책점 2.40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으로 다승-탈삼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올리며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당시 최동원은 1차전 완봉승-3차전 완투승-5차전 완투패-6차전 구원승-7차전 완투승을 해내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강병철 전 감독은 "혹사 맞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선발 로테이션이 지금 같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던지면 이틀 쉬고 3일째 나왔다. 이후 시간이 흘러 3일 휴식 후 등판으로 바뀌었고, 4일 휴식 후 등판까지 정착됐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당시 삼성도 김시진과 김일융이 이틀 쉬고 던지고 그랬다. 당시 시스템은 잘 던지는 투수 2~3명 가량이 있으면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불펜 대기다. 그러다가 선발투수가 점수를 많이 내줬을 때 나가는 투수 3명 정도, 리드하고 있을 때 올라가는 투수 3명 이 정도였고, 경기 후반이 되면 선발투수급 선수가 막으러 나갔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당시 롯데는 최동원이 에이스이자 대들보이며,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정규시즌에도 선발-불펜을 오갔고,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더했다. 강병철 전 감독은 선수층에서 롯데는 삼성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주전 9명은 괜찮았지만, 백업멤버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강 감독은 "당시 최동원을 1,3차전에 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5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전력차가 컸다. 하지만 2승을 챙긴 뒤 선수들에게 '서울까지는 가자'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문제는 6차전에 터졌다. 임호균이 손가락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으면서 던질 투수가 없었다. 최동원은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최동원이 던진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겼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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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최동원.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제 롯데는 3승 3패를 만들었고, 1승만 더 하면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차전 선발 투수가 고민이었다. 최동원은 아예 안 된다고 보고 있었고, 남은 선수로 붙어볼 수밖에 없었다. 강 감독 스스로 '할 만큼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최동원이 다시 나섰다.

강 감독은 "그때 최동원이 '대기하겠다'라고 하더라. 막판에 혹시라도 기회가 오면 생각해보자고 하고 말았다. 그런데 운동장에 나갔더니 던지겠다고 하더라. 뒤에 나가는 것보다 차라리 되던 안 되던 앞에 던지겠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반가웠겠나. 혹사는 생각도 못했다. '정말 고맙다. 하는데 까지만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4점을 내줬고, 나는 계속해서 '안되면 내려오라'고 얘기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최동원은 차곡차곡 한 이닝씩 막아갔고, 롯데 타선은 7회초 3-4까지 따라 붙었다. 이후 운명의 8회초. 유두열의 역전 3점포가 터지며 롯데는 6-4로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최동원은 이때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강 감독은 당시 최동원의 공을 두고 "역전 되니까 최동원의 공이 며칠 쉬었다가 나와서 던지는 공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동원은 마지막 타자 장태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감격적인 우승을 품에 안았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이 남긴 기록은 5경기 40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1.80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아니 다시 나와서는 안 되는 기록이다. 당시 롯데의 상황이 만들어낸 슬픈 촌극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동원이었기에 가능한일이었고, 강병철 감독에게 부임 첫 해 우승컵을 안겼다. 그리고 최동원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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