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180도 다른 문희만..최민수 안 느껴지길"(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2.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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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의 최민수 / 사진제공=본팩토리


MBC 월화특별기획 드라마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연출 김진만)은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다. 특히 배우 최민수(52)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쉰이 넘어서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록밴드를 이끄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바람 잘 날 없는 트러블메이커이자,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 최민수가 아니라 배우 최민수, 연기로 보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바로 그 최민수 말이다.

그는 악역인 듯 악역 아닌 악역 같은 인천지검 부장검사 문희만 역을 맡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이면서 때로는 장난기가 넘치고, 간사하기는 또한 이를 데 없어 도무지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다. 최민수는 "나와 한 치도 닮지 않았다"는 그 문희만을 빙의라도 된 듯 연기하는 중이다. 그러나 최민수는 문희만 만큼 '오만과 편견' 자체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침이 마르도록 이현주 작가와 김진만 PD를 칭찬했다.


"무게가 안 실린 신이 없다.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리하고 날카롭고 또 굉장히 남성적이다. 내가 보기에 이현주 작가는 청사진을 모두 마련해 놨다. 설계도면을 두고 빙의된 작가의 필력으로 혼을 입히는 것 같다. 논리적인 것과 본능적인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다. 연출도 마찬가지다. 김진만 PD의 연출에는 굳은살이 있다. 본능적이다. 기교나 테크닉으로 드라마를 이끄는 게 아니라 희로애락을 사람을 통해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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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의 최민수 / 사진제공=본팩토리


최민수는 검사라는 사람의 특수성, 검찰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숨조차 쉬기 힘든 공간, 너무 아픈 문제를 가져가도 그 곳에서는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일 뿐이다. 검사 역시 그 수많은 파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다루며 남의 아픔에 무감해지기 마련. 최민수는 "검사들의 이야기 자체가 선과 악, 이분법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청은 공기가 다르다. 가령 문제가 생겨 검찰청에 가져가면, 나한테는 너무 아픈 문제인데 거기서는 수많은 사건파일 중에 하나가 된다. 또 기득권자들은 검사를 통해 이런저런 사건을 파헤치려 하면서 정의를 쥐어줬다 빼앗아가려고 한다. 이야기가 복잡다단한데,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그래도 우리를 찾고 싶다는 거다."

최민수가 맡은 문희만은 원래 그냥 악역이었다. 풍성한 늬앙스를 찾기 어려운. 그러나 최진혁 백진희 등 젊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젊은 검사들에게는 힘에 부칠 만큼 묵직한 상대가 필요했고, 최민수가 맡게 된 부장검사 문희만에게 힘이 실리면서 캐릭터 역시 풍성해졌다. 최민수 역시 맨 처음 단선적인 악인 문희만에게는 힁미를 느끼지 못했다.

"처음엔 문희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표정변화도 거의 없고 감정도 자제된 듯했다. 그런데 이 인물이 전체적인 드라마 안에서 중심 인물이 되면서 다층적인 면모를 갖게 됐다. 과연 문희만이가 누군가. 내 단 한 번도 조직생활 기관생활을 해 본 적 없는 놈이지만, 나와 완전히 상반된 인물이다. 그런 삶을 1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최민수와 문희만은 180도 다르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문희만이란 캐릭터에게서 조금이라도 최민수가 느껴지면 실패일 것이다. 그것만 놓고 시작을 했다. 평소 사람들을 잘 관찰하는데, 어느 순간 검사의 양복이 제복 아니면 갑옷 같은 느낌이 들더라. 거기서부터 많이 끄집어내갔다."

최민수의 생각은 '30년 넘게 매일매일 범죄자를 상대한 인물인데, 과연 이 사람은 정공법으로 사람들을 대했을까. 출세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면 그 정체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경영하는 화법은 어땠을까. 적어도 딱딱 치고가는 정공법은 아니지 않을까'까지 미쳤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100년된 구렁이같은 문희만.

최민수는 "코뿔소처럼 저돌적인 사람이 아니라 장애물 앞에서는 뱀처럼 돌아가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고, 나름의 화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층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무엇보다도 "남들이나 보는 사람이 판에 박히게 얻어지는 연기적 톤이 이 작품에 들어올 수 없다고 봤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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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의 최민수 / 사진제공=본팩토리


그의 치열한 고민을 시청자도 알아봤나보다. 방송 이후 최민수의 문희만은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민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측하거나 기대하면서 연기한 건 아니다"면서도 "30년을 연기하며 시청률 관객수 따져가며 연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은 첫 방송 끝나고 시청률을 찾아봤다. 사심은 없지만 작품이 워낙 애착이 간다"고 털어놨다. 너무 어렵다고, 너무 마이너스럽다고 찬밥 신세가 됐던 작품이 보란 듯이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랐던 탓이다. 단 두 회 대본으로 자신을 사로잡아버린 믿음직한 작가와 힘있는 연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빛을 보길 그만큼 소망했다. 기쁘게도 시청자가 반응하고 있다.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오만과 편견' 결만에 대해 슬쩍 물어봤다. 최민수는 "끝까지 말할 수가 없다. 알아도 말 못한다"고 슥 입을 닫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끝까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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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작품이고 싶다. 문희만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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