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작품에 나오는 나, 하루가 질투해"(인터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강혜정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2.23 13:43 / 조회 : 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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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혜정/사진=홍봉진 기자


'올드보이'의 강혜정(32)은 충격적이었다. 동그란 눈에 독특한 목소리, 꾸며지지 않은 연기까지. 조금 상투적으로 표현하자면 혜성 같은 여배우의 등장이었다. '올드보이' 이후 10년, 강혜정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됐고, 엄마 역할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세월이 흐른다고 그 기질이 어디 갈까. 강혜정은 여전히 자유로움을,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주연과 조연은 중요하지 않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역할이라면 그만이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개를 훔치는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도 그랬다.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강아지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 독특하고 소소한 영화에 참여한 과정에 대해 강혜정은 "최민수 선배님을 따라하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 본 적 있으세요? 없어요. 해외 영화제 작품이나 한두편 있을까말까 하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아이들 영화를 처절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코드가 있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어른들 캐릭터가 서포트만 잘 해주면 아이들이 굉장히 잘 해낼 수 있겠다는 그림이 보였어요."

"제작사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김혜자 선생님이 추천하셨다고 하셨어요. 최민수 선배님도 하신하고 하시면서 선배님이 '잘 만들어진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많이 나오려면 우리 같은 기성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주셨어요. 선배님을 따라하고 싶더라고요(웃음). 저도 OK예요! 라고 했죠. 회사에서도 따뜻한 작품이고 배우가 소모되는 역이 아니라 찬성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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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혜정/사진=홍봉진 기자



최민수의 생각은 정확했다.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성인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힘을 더해주니 이레, 이지원, 홍은택 등 어린 배우들이 훨훨 날았다.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요즘 아이들의 당돌함이 동시에 살아있는 세 아이의 활약과 사건의 중심에 있는 개 월리(개리)의 호연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실 감독님이 찍을 때 그렇게 앓는 소리를 했어요. 자기가 아이들 연기를 잘 끌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다른 반응을 어떻게 끌어낼까 등등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막상 영화를 봤는데 아이들이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거예요! 아이들도 잘했고 개리도 잘했고. 김혜자 선생님도 힘드셨을 거예요. 저는 아이들하고만 촬영하면 되지만 김혜자 선생님은 강아지와 아이들 두 영역을 다 소화해야 하는 작업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제일 잘했어요(웃음)."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1년에 몇 편이나 될까. 딸 하루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겠다고 하자 강혜정은 "반신반의 한다"고 답했다.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를 빼앗겼다는 기분을 느낀단다. 평소 질투가 없는 하루가 유일하게 질투를 하는 모습이니 기분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하루가 어릴 때부터 제가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라고 하곤 했어요. 하루가 질투를 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얼마 전에 하루가 커서 엄마랑 같은 일을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엄마랑 같이 다니려고요. 다른 일을 해도 되는데(웃음). 연기는 시키고 싶지 않아요. 너무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잖아요. 가수는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지드래곤, CL, 테디, 아빠 타블로처럼 자기 음악을 만들어서 하는 뮤지션이 된다면 전 반대할 이유는 없어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엄마와 개의 주인, 이들을 돕는 배달부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있지만 사건을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지소(이레 분), 지소의 친구 채랑(이지원 분), 지소의 동생 지석(홍은택 분)이다. 그간 주연을 주로 맡아온 강혜정이지만 오히려 주연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저는 주연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부담스럽잖아요. 망하면 내 얼굴로 망하는 것 같고, 잘 되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고. 같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스타급 배우들이 아니더라도 여러 배우가 비중을 다양하게 가지고 가는 것이 좋아요. 주연이 싫다는 건 아닌데 굳이 주조연을 가리고 싶지 않아요.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데요. 재미있는 건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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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혜정/사진=홍봉진 기자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강혜정은 자신이 가진 엄마라는 부분을 김성호 감독이 찾아내줬다고 말했다. 에픽하이 타블로와 사이에서 딸 하루를 두고 있지만 강혜정은 그간 엄마 연기를 해보지 않았다. 엄마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지 묻자 강혜정은 냉큼 "네!"라고 반색했다.

"저는 뭔가 숨기고 가리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껴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크죠. 소위 아이를 낳은 여배우라면 오히려 더 처녀처럼 굴어야하고 그래야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전제가 있잖아요. 아이엄마라는 것이 부각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에요. 물론 그 말에 굉장히 공감해요. 그런데 제 기질이 그게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난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고, 좋은데. 누구의 엄마 역할도 좋고, 아내, 미스, 미세스를 떠나서 강혜정이라는 자아만 가지고 판단되는 역할도 좋고. 범주를 축소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냥 생긴 대로 살고 싶어요."

오는 31일에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개봉하고 1월에도 연극 '리타' 공연을 이어간다. 최근 많이 놀아주지 못한 하루와도 얼마간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서포트를 해주는 만큼 강혜정도 어서 다음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딱 한 가지 불편한 게 있어요. 닭살멜로를 못하겠어요. 멜로를 잘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 표현이 잘 안되는데 정말 여성스러운 '멜로 여신'들이 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멜로는 '연애의 목적' 같은, 조금 독특한 것이 붙으면 잘 하는 것 같아요. 아, 물론 뭐든 주시면 잘하죠! 그렇게 써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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