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깬 1000만의 법칙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2.25 08:32 / 조회 : 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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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스텔라' 포스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결국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1월 6일 개봉 이후 50일만인 25일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인터스텔라'는 '아바타', '겨울왕국'에 이은 3번째 1000만 외화이자 역대 13번째, 올해 4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신이 내린 1000만'이 어느새 흔해진 듯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전의 어느 영화와도 다른 양상으로 10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성수기 비껴간 '비수기 특수'

방학이 낀 여름과 겨울은 극장가의 전통적 성수기다. 여기에 추석 연휴, 겨울 방학과 맞물린 설 연휴가 대목으로 꼽힌다. 관객이 몰리니 각 투자배급사도 시장을 주도할 확실한 '텐트폴' 영화를 이 시기 배치하고, 기대작을 보기 위해 또 다시 관객이 몰린다.

지금껏 탄생한 12편의 10000만 영화는 유례없이 이 시기 탄생했다. '명량','도둑들', '괴물', '해운대'가 여름 성수기에, '아바타', '7번방의 선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변호인', '실미도', '겨울왕국'이 겨울과 설에 관객과 만났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추석시즌 개봉작이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는 11월초, 극장가가 가장 한산한 시기 관객과 만났다. 심지어 가을 내내 극심한 관객 가뭄이 이어지는 차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인터스텔라'에 호재로 작용했다. 별다른 기대작이 없던 상황에서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8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초강세를 예고했고 초반부터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다. 11월 비수기 개봉작 최초 1000만 영화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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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인터스텔라' 스틸컷


◆쌍끌이 No! 나홀로 달렸다

디지털 영사시스템이 정착되며 가속화된 스크린 쏠림 현상은 '인터스텔라'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극심한 관객수 감소에 시달리던 극장들은 비수기 막바지에 나온 '될 만한 영화' '인터스텔라'에 관을 모조리 몰아주다시피 했다. 압도적 예매율이 고스란히 극장점유율로 이어졌다.

극장만 움직인 건 아니었다. '볼 만한 영화'를 찾던 관객들 또한 무섭게 쏠렸다. '인터스텔라'는 그나마 늘어난 비수기 관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2위 영화가 사랑받을 틈은 없었다. '인터스텔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비슷한 시기 개봉한 상업영화들은 대개 흥행에서 쓴맛을 봤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았던 '인터스텔라'는 가장 이기적인 1000만 영화가 됐다. 여느 1000만 영화와는 전혀 다른 형세로 독주했다. 2003년 말과 2004년 초 나란히 개봉해 1000만 영화의 첫 포문을 열었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1000만 흥행작들은 그에 버금가는 2위 영화와 함께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에도 초에는 '변호인'과 '겨울왕국'이 사이좋게 1000만을 돌파했다. 1760만명이란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명량'조차도 850만 관객을 모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러닝메이트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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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 왼쪽)과 매튜 매커너히 / 사진='인터스텔라' 현장사진


◆그럼에도..감독+이야기+볼거리+α

1000만 흥행의 법칙까지 깬 '인터스텔라'의 흥행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연출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첫 손에 꼽힌다.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등의 화제작을 꾸준히 연출해온 놀란 감독은 꾸준히 팬층을 늘려왔고, '인터스텔라'의 흥행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특유의 완벽주의도 함께 주목받았다. CG를 최소화하기 위해 30만평 옥수수밭을 일구고, 골판지를 갈아날려 만든 황사를 재현하는 등 스펙터클을 위한 완벽주의는 기본이다. 놀란 감독은 각본을 쓴 동생 조나단 놀란이 4년간 대학으로 돌아가 공부하게 하는 한편 물리학자 킵손의 자문까지 구해가며 최신 물리학 이론을 충실히 반영해 환상적인 우주를 그려보였다. 그 결과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을 중요한 포인트로 이용하면서도 전문적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탄생했고, 이는 지적 호기심 왕성한 한국 관객들을 자극했다. 영화는 에듀테인먼트로 소비되며 순수과학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322만 명을 모으며 흥행한 '그래비티' 이후 자연스럽게 커진 우주에 대한 관심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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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아버지 쿠퍼 역의 매튜 매커너히의 딸 머피 역의 맥켄지 포이 / 사진='인터스텔라' 스틸컷


한국 관객을 자극하는 이야기 역시 강력했다. '인터스텔라'는 황사와 병충해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인류의 새 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어린 딸을 두고 기약없는 길을 떠난 아버지가 있다. 같은 SF장르라고는 하나 개인의 생존기였던 '그래비티'와 달리 '인터스텔라'는 '아마게돈', '우주전쟁' 처럼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재난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놀란 감독이 전에 없이 감성적인 터치로 그려낸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 희생이 관객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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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인터스텔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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