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문제는 맷 켐프의 엉덩이였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19 08:50 / 조회 : 6773
  • 글자크기조절
image
엉덩이 관절염이 발견되며 트레이드에 진통을 불러온 맷 켐프./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이 윈터미팅 동안인 지난 11일 단행한 모험적인 맷 켐프 트레이드가 보도가 나온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나도록 양 팀에서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밝혀졌다.

켐프가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받은 신체검사 결과 그의 양쪽 히프에서 심각한 관절염 증세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트레이드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까지 등장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USA투데이의 베테랑 야구기자 밥 나이팅게일에 따르면 문제는 지난 16일 켐프가 파드레스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 비롯됐다. 당초 신체검사가 끝나면 이번 트레이드가 양팀에 의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신체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켐프가 한 쪽도 아닌 양쪽 엉치뼈에 ‘심각한 관절염’(severe arthritis) 증세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올해 시즌 후반기에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켐프 역시 이 진단 결과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에 따라 파드레스의 팀 닥터들은 현재 이 관절염이 켐프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부에 대해 상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만 30세인 켐프는 향후 5년간 1억7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어 이번 관절염 진단은 그의 커리어와 다저스, 파드레스에게 모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중대한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물론 켐프의 부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항상 있어왔다. 지난 3년간 그는 어깨(2회)와 발목 수술을 받았고 햄스트링 부상도 3번이나 겪으면서 수많은 경기에 결장했다. 하지만 올해, 특히 후반기엔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이번 진단은 다소 쇼킹하다.

또한 지금까지 수차례 신체검사에서 단 한 번도 엉치 부위 관절염 진단은 나온 적이 없었다. 켐프는 올 시즌 타율 .287에 25홈런, 89타점을 올렸고 특히 시즌 후반기에 17홈런과 54타점을 올리는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관절염이 지난 한 달여 동안 갑자기 발병한 것이 아닌 이상 켐프는 이 증세를 가진 상태로 뛰면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셈이 된다.

현재 상태에서 파드레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켐프의 증세가 얼마나 심한 상태인가 하는 것과, 그가 이 증세에도 불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것은 판단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문제다. 건강문제란 의사나 본인을 포함, 세상의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켐프 트레이드가 불발로 돌아갈 경우 후유증은 심각하다. 켐프가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도 당장 자기를 트레이드시켰던 팀으로 돌아와 뛰어야 하는 심리적 어려움을 무시하기 어렵다. 또한 켐프를 다시 트레이드 하는 것도 그의 몸 상태가 드러난 상태에서 매우 어려워졌다. 다저스는 그의 엄청난 계약을 계속 안고 가야하는 것은 물론 그가 향후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어질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켐프의 트레이드가 또 다른 트레이드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다저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파드레스로부터 받을 마이너리그 투수 잭 에플린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보낼 예정이었다. 유격수 지미 롤린스 영입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다저스는 롤린스 영입을 위해 구단이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을 보내는 대신 켐프 트레이드를 통해 얻을 파드레스의 유망주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트레이드가 무산되면 당장 롤린스 트레이드에 필요한 유망주가 사라지기에 빨리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파드레스도 마찬가지다. 17일 워싱턴 내셔널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3각 트레이드로 윌 마이어스를 영입한 트레이드 역시 켐프 트레이드를 통해 캐처 야스마니 그란달이 떠나간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켐프 트레이드가 불발돼 그란달이 돌아온다면 이 트레이드 역시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현재 유력하게 등장하는 가설 중 하나는 파드레스가 켐프를 받아들이면서 다저스로부터 받을 연봉 보조액수를 더 끌어올리려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저스는 켐프의 잔여연봉 1억700만달러 가운데 3,200만달러를 떠맡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번 관절염 진단에 따라 그 액수를 상당히 더 올려주길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저스가 그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다저스는 켐프의 사적인 의료기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파드레스가 좀 더 좋은 계약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켐프의 신체검사 결과를 언론에 유출시킨 것이 드러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다저스는 이런 파드레스의 행위를 문제 삼아 제소할 여지가 있다. 미국 법은 환자의 동의없이 사적인 의료기록을 누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나온 가운데 과연 다저스의 오프시즌을 송두리째 뒤흔들 켐프 트레이드가 어떤 결말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이 시점 뿐 아니라 향후 상당기간동안 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엄청난 ‘커브볼’이 다저스에게 날아왔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