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꽃미남 배우, 내 과 아니다"(인터뷰)

영화 '기술자들'의 김우빈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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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 사진제공=싸이더스HQ


배우 김우빈(25)은 첫 만남부터 뜻밖의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거친 반항아인 줄 알았더니 속 깊은 모범생이었다. 깍듯하고도 진중했다. 왜 충무로 많은 배우들이 그를 괜찮은 후배라고 손에 꼽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드라마 '학교2013'과 '상속자들'에 이어 영화 '친구2'까지 성공시키며 20대 대세남 주자로 떠오른 그는 오는 24일 새 영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를 내놓는다. 김우빈의 이름이 크레디트의 맨 앞에 걸리는 첫 원톱 영화다.


'기술자들'은 최첨단 보안시설을 뚫고 검은 돈 1500억을 훔치러 나선 도둑들의 이야기.. 팀의 대장 격인 금고털이 지혁 역을 맡은 김우빈은 '기술자들'을 '김우빈의 영화'라 부르는 데 모자람 없는 활약을 펼쳤다. 187cm 큰 키에 당당한 체구로 선보이는 액션 역시 시원시원하다. 모델 출신다운 옷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모범생' 김우빈은 그러나 "혼자 하는 게 거의 없고 모든 상황에서 선배님들과 함께 했다"며 공을 돌렸다. "아직 부족하다, 연기는 50년을 더 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정답만 말하는 듯한 그의 대답이 왠지 싫지 않았다. 이 반듯하고도 진중한, 하지만 끼 많은 배우가 더 궁금해졌다.

-두 번째 영화, 첫 번째 원톱 주연작이다.


▶부담을 안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확신을 주셨다. 영화의 색깔, 지혁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다른 선배님 캐스팅 소식도 들었다. 선배님들에게 배우면서 편안하게 하면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름 부담을 없애려고 노력하며 시작했는데, 지금와서는 잘 선택했고 좋은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선배셨던 김영철 선배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눈만 봐도 감정이 다 담겨 있었다. 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 고창석 임주환 조달환 심지어 이현우씨까지도 모두 저보다 선배다. 배울 점이 많았고 감사했다.

-케이퍼 무비 성공작 '도둑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작품이다.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 고민 안하려고 했다. 고민하려 할 때마다 저만 힘들어지더라.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다. 영화야 잘 되면 좋다. 하지만 흥행은 신의 영역이니까 욕심도 안 부리려 한다. 개봉 시기에 대선배님들의 작품과 만난다는 것도 의미있다. 제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작업을 했다는 게 제게는 가장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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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 사진제공=싸이더스HQ


-앙상블이 있기는 하지만 '김우빈의 영화'라는 데 모자람이 없다.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선배님과 함께 한다. 혼자 하는 게 거의 없다. 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라 믿고 의지하고 배우는 입장에서 시작했다. 극 전체를 보려고 한 발 떨어져 보기도 하고. 순간순간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어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전 영화인 '친구2'와는 다른 장난기, 넉살이 있더라. 감독은 김우빈 본연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였다는데.

▶가벼움, 넉살, 능청스러움이 어느 정도 있다. 최대한 진심을 담아, 제 안의 것을 끌어내려고 한다. 어느 정도 있으니까 나오지 않나 싶다. 아예 거짓말하는 건 더 어렵다. '친구2'보다는 '기술자들'의 모습이 더 저에 가깝다. 무뚝뚝하고 남자답기보다는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다. 평소 사랑한다는 말도 잘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게 친구들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인데 꺼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하지 못하는 게 후회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좋다는 마음을 왜 숨기고 지내야 하나 싶어 언젠가부터 막 던지기(!) 시작했다. 친구, 동료, 가족들, 부모님에게도 자주 사랑한다고 한다. 보낸 문자들을 쭉 보면 하트 표시가 되게 많다. 막 남발한다.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하려고 한다.

-고창석 유오성 같은 선배들에게도? 여배우에게도 하나?

▶창석이 형님도 사랑한다고 했다.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따뜻하고 좋은 분이셨다. 물론 유오성 선배님한테도 엄청 많이 했다. 많은 선배님들이 많이 당황하신다. 얜 뭐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실텐데도 웃으면서 받아주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니까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 여배우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하트를 조심한다. 남자분에게는 하트를 남발하지만.(웃음)

-안성기 박중훈 장동건 현빈 등이 갖는 남자 배우들 모임에서 부르고 싶은 후배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작년에 처음 나갔다. '신사의 품격' 통해서 친해진 김수로 형님과 김민종 형님이 불러주셔서 같이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선배님들한테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눴다.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또 불러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가야지.

-'기술자들'에서는 안 나오는 신을 찾기 힘들 만큼 신이 많더라.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으니까. 촬영장 나가는 길은 너무 피곤한데 극장 도착하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일단 함께 수다부터 시작해 기다리는 동안 차 마시고 밥 먹고 하면서 지낸다. 밥차 이모님이 '친구2'때와 같으셔서 더 친하게 지냈다. 제 촬영이 늦어져 늦게 먹는 날도 맛있는 반찬을 따로 주셔서 너무 감사하며 맛있게 먹었다. 문자도 보내냐고? 보낸다. 역시 하트도 보낸다.(웃음)

-스스로 보기에 내가 봐도 괜찮네 하는 장면은 없었나?

▶제 연기를 제대로 못본다. 민망해서 소름이 돋는다. 불안하고, 다른 사람이랑 보니까 더 불안하다. 차라리 혼자 보는 게 더 낫다. 한 50년은 더 해야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족하면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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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 사진제공=싸이더스HQ


-작품마다 유독 '남남케미'가 좋았다. 이번에도 그렇고. 강한 역을 많이 했는데 여배우랑 멜로는 안 하나.

▶어릴 적부터 형들을 잘 따르고 좋아해서 그런지 형들이랑 하는 게 편하다. 여배우와 멜로는 안 해봐서 기회가 없었을 뿐, '남남케미'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웃음) '나는 어떤 배우가 되겠다'보다는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고 꿈을 꾼다. 강한 역을 많이 했는데 그만해야 되지 않냐고 걱정해주시는 분이 있다. 감사하고 저도 한번 더 고빈하기는 한다. 그럼에도 어떤 선을 그어놓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 역할 많이 했으니 교복은 더 안 입겠다' 이런 것도 없다. 그냥 그 당시에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한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운명인 것 같다.

-공룡이란 별명을 최근엔 인정했다고.

▶데뷔하고 나서 공룡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육식공룡이라고 그러신다. '학교2013' 할 떄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공룡 인형들을 보내주신다. 자꾸 듣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인정하고 있더라.(웃음)

-여느 꽃미남 배우들과 궤가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김우빈의 차별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시작하는 때부터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 남자가 봐도 예쁜 배우가 많은데, 거기서 이상한 애가 나와서 강한 연기를 하니까 더 눈여겨 봐주시는 게 아닐까. 관심이 감사하다. 만약 제가 더 전에 나왔다면 지금보다 활동 폭이 좁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꽃미남 배우가 되려는 생각이 없었고, 제 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배우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아 시작한 일이라 저도 현실을 알고 나만의 생각, 고민한 것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달려가고 있다.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크다.

▶1월까지는 '기술자들' 홍보를 할 것 같고, 2~3월 쯤에는 다음 영화 '스물'이 개봉 예정이다. 그 후에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차기작은 아직 검토 중이다. 맞는 옷을 찾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영화를 할지 드라마를 할 지 정하지 않았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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