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최희섭의 재기와 명예 회복의 변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20 09:00 / 조회 : 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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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최희섭. /사진=뉴스1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MLB, Big League) '포지션 플레이어(position player)' 출신인 KIA 최희섭(35)이 구단에 2015 연봉을 백지위임하고 재기를 다짐하고 나섰다. 광주일고 동문 선배인 김기태 감독이 지난 10월 KIA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같은 좌타자 거포 스타일인 최희섭이 '나에게 기회를 주실 것이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고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면서 최희섭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조범현 감독 시절인 2009년 김상현과 'CK'포를 이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런데 김상현은 SK를 거쳐 이번 오프시즌에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SK의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조범현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김상현을 지명했다. 이제 최희섭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과연 그가 재기에 성공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일본인 좌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2007년 8월 5일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 전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아시아 출신 타자 첫 100호 홈런을 기록했을 때 필자는 가장 먼저 최희섭을 떠올렸다. 최희섭은 1999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고 2002년 시카고 컵스에서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신장 196cm에 105kg의 한국인으로는 보기 드문 신체 조건에 파워를 지녔다.

필자가 최희섭을 처음 만난 때는 그의 미국 진출 2년 차였던 2000년 2월 스프링캠프 때이다. 시카고 컵스의 플로리다 마이너리그 훈련장이었는데 최희섭은 수십 명의 선수들 가운데 머리 하나가 더 커 금방 눈에 띄었다. 시카고 컵스가 왜 한국에서 투수가 아닌 타자를 영입했는지 보자마자 납득이 갔다. 단연 돋보이는 체구에 파워까지 겸비해 한국인 최초의 빅 리그 타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최희섭이 2002시즌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였을 때 필자는 그가 100홈런 이상을 기록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는 2005시즌 LA 다저스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40홈런을 기록하고 한국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계약했다. 부산고를 졸업한 같은 좌타자 추신수(텍사스)가 그의 뒤를 이어 꽃을 피웠지만 최희섭의 포기는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필자는 최희섭이 실패한 원인을 '초조함' 혹은 '조급함'으로 생각한다. 2003년 8월 13일과 15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휴스턴전을 지켜보던 중 납득하기 어려운 최희섭의 타격 내용을 보게 됐다.

최희섭은 2경기 모두 선발 5번 타자로 출장했는데, 13일에는 2-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그리고 15일은 5-1로 앞선 7회 자신이 선두타자로 나서 아무도 예상 못한 '번트'를 시도했다. 당시 시카고 컵스의 감독은 더스티 베이커였는데 확인 결과 감독의 번트 사인은 없었다. 최희섭 스스로가 팀을 위해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번트를 댔던 것이다.

이 상황에 필자는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 구단이 원하는 플레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힘을 실은 중장거리포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하며 시카고 컵스는 최희섭을 영입했다. 결국 최희섭은 8월 18일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것은 이른바 클린업 트리오의 한 명인 5번 타자의 역할이 아니고, 메이저리그 공격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었다. 번트는 소극적 플레이고 '해결사' 임무를 다음 타자에게 미루는 것이 될 수 있다.

최희섭은 2004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2005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갔으나 결국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왔다.

안타깝지만 그의 한국프로야구에서의 행보도 메이저리그 시절과 비슷하다. 그가 2015년 재기할 것인가의 최대 변수는 자신의 정신력, '멘탈(mental)'에 달려있다. 메이저리그에서처럼 소극적으로 변하면 또 다시 실패한다.

한편으로 최희섭의 재기 여부에 따라 신임 김기태 감독의 KIA의 성적이 달려 있다. 그만큼 책임감과 중압감도 클 것이다. 연봉을 백지위임한 초심(初心)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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