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강하늘 "사람 장백기를 그리고 싶었다"(인터뷰①)

tvN 금토드라마 '미생' 장백기 역 강하늘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2.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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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 /사진=임성균 기자


고백컨대, 이번 인터뷰를 쓰면서 '배우 장백기'라고 썼다 몇 번이나 고쳤다.

배우 강하늘(24, 본명 김하늘)은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 장백기 역을 맡아 제대로 된 대기업 엘리트 사원의 모습을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출연 배우 모두가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에서 장백기 캐릭터는 유독 눈에 띈다. 주인공 4인방(장그래,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을 선(善)과 악(惡)으로 구분 지으면 장백기는 악 쪽에 좀 더 가까운 캐릭터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성공 지향적이다. 고졸 계약직인 장그래(임시완 분)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강하늘은 지난 18일 새벽 1시 '미생'의 모든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아직 장백기에서 채 빠져나오지 않은 강하늘을 만났다.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실제의 강하늘은 꽤나 유쾌했다. 예의 밝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단, 자신의 연기 철학을 얘기할 때는 진지했다. 매력이 넘치는 배우였다.

"처음에는 출연 거절..촬영 마치고 '하늘아 고생했다' 소주 한잔"

"촬영을 다 마치고 집에 와 혼자 소주를 마셨어요. 하늘아 고생했다. '미생' 해서 참 다행이었다고 얘기하면서 1병 마셨어요(웃음). 드라마 촬영 할 때는 원작의 장백기를 제가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고, 걱정이었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의심이 될 때도 있었어요. 끝나고 나니, 시원해요(웃음). 헌데 어떤 점에서 장백기라는 사람한테 미안해요. 내가 잘했나하고요."


그는 "지금은 뭔가가 쑥 빠져나간 느낌이다"며 "허하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고마움이 커지면 커질 수록 허함도 더 큰 것 같아요."

'몬스타', '투윅스', '상속자들', '엔젤아이즈' 등 여러 편의 드라마와 '평양성', '너는 펫', '소녀괴담' 등의 영화, 그리고 여러 편의 연극과 뮤지컬을 한 그지만 이번 '미생'의 인기는 남달랐다.

"이 정도 인기일 줄은 몰랐어요. 물론 원작이 흥행에 성공했고 워낙 평이 좋아서 좋은 드라마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죠."

강하늘은 "연기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필모그래피"라며 "모든 이들이 내가 한 작품을 볼 수는 없지 않나. 연기자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다 좋은 작품들이었다. '미생' 역시 그런 점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사실 강하늘은 '미생' 섭외 제의가 왔을 때 거절했었다. "당시에 '스물'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었어요. 이걸 같이 하면 '미생'에 폐를 끼칠 것 같았죠. '스물' 때문에 '미생'이 기다려야 하잖아요. 나를 위해 누가 기다리는 게 불편했어요.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했었죠. 저는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요. 그런데 김원석 감독님, 정윤정 작가님이 많이 응원을 해줬어요. 힘을 불어 넣어 주셨죠. 감사했습니다. 이재문PD 님도 그렇고 이 세 분이 힘을 불어 넣어 주셨어요. 이 세 분에게 정말 감사해요. 은인 같은 분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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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 /사진=임성균 기자


"'미생'은 회사원 얘기 아닌 사람 얘기"

강하늘은 장백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누구는 장백기를 악역이라고 생각하는 데 저는 그렇게 단면적으로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장백기는 입체적인 캐릭터죠. '미생' 4인방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볼 때만 나쁜 캐릭터일 수 있죠. 그걸 연기하고 싶었어요. 장백기라는 사람이 가진 인간적인 질투와 시기를 보여드리고 행복과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회사원 역할이었지만 회사원 생활을 한 적이 없고, 또 회사원을 할 생각도 없었다"며 "'미생'은 비단 회사원에만 맞춰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건 사람에 대한 얘기다"고 했다.

"원작이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다뤘듯이 드라마도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고 봐요. 그렇기에 장백기가 회사원이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강하늘은 단 극중 장백기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름의 공은 들였다고 했다.

"장백기가 엘리트 사원 이미지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꼭 모든 엘리트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더 전형화된 엘리트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머리는 헝클어지지 않아야 하고, 옷도 단정하고, 넥타이 하나를 매도 꽉 매려고 노력했어요."

강하늘은 "1~4화의 장백기는 정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며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어떤 걸 할지 모르는 그런 장백기의 모습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표현이라고 했지만 표현보다는 감추고 싶었다는 게 맞을 거예요. 장백기가 5화부터 위풍당당함이 사라지는 데 1~4화에서 더 당당해야 5화부터의 찌듦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아죠."

"본인의 연기에 몇 점이나 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미소를 지었다. "어떤 연기자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을 할 거예요. 점수 보다는 집에서 모니터 할 때 아쉬움이 들 때가 많았어요. 왜 저렇게 했지, 하. 아쉬움만 들어요. 조금만 더 했으면 잘했을 것 같은 생각이요. 누구나 연기자는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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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 /사진=임성균 기자


"강대리 '내일봅시다' 듣는 것 상상하며 연기..등골이 짜릿"

장백기 말고 욕심나는 캐릭터는 없었을까.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그 역할은 그 사람이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을 현장에서 했어요. 그래서 저도 장백기는 강하늘이 해야 된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고요. 그래도 있다면...안영이? 하하하."

'미생'은 극중 장백기의 사수인 강대리(오민석 분)의 "내일봅시다"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상사의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슴 뭉클하게 잘 드러나 장면으로 호평 받았다.

"사실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는 연기는 힘들어요. 상대방의 대사를 상상하면서 해야 하거든요. 저는 '내일봅시다'라는 단어를 전화하면서 듣는 상상을 했죠. 상상만인데도 등골에 타고 오는 게 있더라고요. 마치 강대리님이 직접 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 내일봅시다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더라고요. 그 내일봅시다는 저한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이자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장면이었을 거예요.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거짓말로 많이 하는 말이 '안녕하세요'라고 해요(웃음). '내일봅시다'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인데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미생'이 보여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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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기씨, 내일 봅시다!"


장백기 연기 중 명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그래도 내일 봅시다요. 그 얘기할 때 뭔가 짜릿했어요. 장백기의 장그래에 대한 태도 연기가 진짜 고민의 연속이었거든요. 장백기가 장그래에 대해 시기와 질투를 하는데 또 아예 드러내놓고 싫어하면 안되고, 정말 고민스러웠죠. 그런데 '당신의 시간이 나와 같다고 생각 안합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는 그런 장백기의 길고 긴 고민을 끝내주는 말이었어요."

(인터뷰②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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