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삼둥이 아빠'가 연극무대에 오른 까닭(인터뷰)

연극 '나는 너다' 안중근/안준생 1인2역 배우 송일국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1.27 17:55 / 조회 : 8733
  • 글자크기조절
image
'나는 너다' 프레스콜의 송일국 / 사진=임성균 기자


연극무대로 돌아온 삼둥이 아빠 송일국을 만났다.


송일국은 27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극 '나는 너다'의 프레스콜을 가졌다. 첫 공연에 앞서 연극을 선보이고 취재진과 만나는 자리였다.

2010년 초연을 통해 연극에 데뷔했던 송일국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5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올려진 이번 '나는 너다'에서 안중근과 아들 안준생 1인2역으로 단독 캐스팅돼 열연을 펼쳤다. '나는 너다'는 살기 위해 죽고자 한 대한의군 중장 도마 안중근의 생과 사, 철저하게 역사 속에서 버려져 친일파가 된 안중근의 막내 아들 안준생의 상반된 삶을 담은 작품. 프레스콜에 나선 송일국은 위풍당당한 풍모, 독립 투사 아버지와 못난 아들을 오가는 극과 극의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송일국은 "연극에 출연한다 하니 매니저가 거품을 물었다"며 "하지만 내게는 너무 의미있고 특별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대한 민국 만세 세 쌍둥이를 키우는 아버지로 한창 뜨거운 인기를 모으던 차에 몇 달을 할애에 연극 무대에 오르기로 하는 것이 송일국이라 해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단다. 송일국은 "배우로서도 저를 서게 해 주고 아이까지 갖게 해 준 작품이라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작품과의 긴 인연을 털어놨다.

"연극 한다니 매니저가 거품 물고 쓰러져"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무엇이 바뀌었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힘들더라. 재공연이 참 힘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드레스 리허설을 하는 걸 모니터링하다 예전보다 더 못해 깜짝 놀랐다. 며칠 사이에 다 뜯어고치느라고 엄청 고생했다. 이전에는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났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재공연이다보니. 사실 다른 뮤지컬을 하려다 사정이 생겨 '나는 너다'를 하게 됐다. 하지만 시대상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특별하다. 배우로서도 다시 태어나게 해 줬고, 아이도 얻었다. 초연 당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던 때여서 함께 그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얼마나 셌던지(!) 마지막 지방공연 뒤에 정말 아기가 생긴 거다. 배우로서도 저를 서게 해 주고 아이까지 갖게 해 준 작품이라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연극 한다고 하니 매니저는 거품 물고 쓰러졌다. 아들들 때문에 좋은 기회가 왔는데 연극을 하면서 일정도 몇 달씩 붙잡아놔야 하니까. 그럼에도 내게 그런 이유가 있었다.

-홀로 안중근 역을 맡기 힘들지는 않나. 윤석화 연출은 해외공연도 생각한다던데.

▶연기는 못해도 남는 건 체력밖에 없다.(웃음) 독한 연출이시다. 돈 많이 벌어서 해외공연도 했으면 좋겠다. 일본이야, 당연히 안 되겠죠? (가능하다면) 우리의 아픔을 그들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image
'나는 너다' 프레스콜의 송일국 / 사진=임성균 기자


-아이가 생긴 뒤 연기에도 차이가 생기던가.

▶정말 느낌이 다르다. 우리 연극은 영웅적인 안중근보다도 인간적인 안중근, 또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은 아들의 내면을 담는다. 이 작품 받고 가장 충격을 받은게 아들 안준생 때문이었다. 이 집안에 독립훈장 수훈받으신 분만 십수명이다. 여기에 이런 호부견자(虎父犬子, 범 같은 아버지에 개 같은 아들)가 있는 줄 몰랐다. '쟤가 또 영웅 연기하네' 오해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아들 준생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아들을 통해서 (독립운동이) 얼마나 힘들었고 그 가족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주변에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 의미가 참 남다르기는 하다.

-연극 중간에 '만세' 외치고 '대한독립만세' 외칠 때 삼둥이 생각은 안 나던가?

▶정말 웃겼다. 초연 때는 아이가 없었으니까 감정대로 했는데 이번에는 웃음이 터져서. '만세, 만세, 만세야'하는데 너무 웃긴 거다. 정작 애들은 지금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슈퍼맨'으로 아이들과 너무 좋은 추억 만들어"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가 돼 배우로서도 더 주목받는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저를 배우로 더 성장하게 해줬다. 저도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며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 영화를 찍으면서 3류 건달 역을 맡았는데 감독은 처음 무겁게 설정을 했다. 하지만 저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서 육두문자를 써 가면서 조금 코믹하게 했다. '내가 이래도 될까' 했는데 되더라. 감독도 다 찍고는 '일국씨 판단이 맞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참 많은 것을 내려놨다.

-예능에 출연했다는 자체도 송일국이란 배우를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했다.

▶저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면서 제가 그렇게까지 이미지가 안 좋은 줄 몰랐다. 매일 무거운 역할만 하다가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시청자들이 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신 것 같다. 그간의 연기해온 것과 저는 다르다. 방송에 나온 것이 제 모습이다. 배우로서 실제 모습을 노출시키는 게 위험부담이 크기는 하다.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기존 이미지가 너무 세서 그것을 깼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좋다. 방송이 아니면 그렇게 못 다닌다. 집 앞 식당에 셋 데리고 가는 것도 힘들다. 아이들은 기억을 못하겠지만 나이 먹어 그 기록을 보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처음엔 아내 반대가 정말 심했는데 지금은 제일 좋아한다. 3주마다 한 번씩 휴가가 생기니까.

-간혹 드러나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꾸린 가정을 행복하고 건실하게 잘 유지하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가장 큰 애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가 아내에게 잘하고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 그리고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잘 하려고 생각하다보니 표현하게 되더라.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 노력에 의해서 그렇게 된 거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중간에서 선을 지키는 게 딜레마다. 쉽지 않다.

"딸도 있었으면..그런데 또 아들일까봐 걱정"

-자라며 자신의 집안 배경이 부담이었을 텐데, 삼둥이도 그런 부담을 느낄까.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큰 사고를 안 쳤다 뿐이지 철이 없었다. 늘 어머니께는 조상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에게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혹시 딸 욕심도 있나?

▶초연 때 대한 민국 만세를 갖게 해 주셨으니까 이번에는 딸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딸이 있어야죠. 그런데 또 아들일까봐 걱정이다.(웃음) 아내도 딸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또 낳겠다고 한다. 딸을 쌍둥이로 낳아서 '우리' '나라'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 하나 낳으면 외로울 것 같고 기왕이면 둘. 열심히 연극을 하다보면 또 선물을 주시지 않을까.(웃음)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