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김희원 "임시완·김대명, 내 연기 재밌어해"(인터뷰②)

tvN '미생' 박과장 역 김희원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1.27 08:00 / 조회 : 9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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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원 /사진=이동훈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이성민, 내가 불친절할 줄 알았다고"

김희원은 자신이 가장 무시했던 장그래 역 임시완과 대리 대접을 하지 않았던 김대리 역 김대명은 촬영 이후에도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극중 역할이 못된 거지, 저희들은 촬영할 때 꽤 사이좋게 지냈어요. 촬영이 끝나고 김대명하고 임시완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형님 정말 재밌게 잘 나왔다고요. 자기들도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였죠(웃음). (이)성민이형은 저를 처음 봤을 때 영화에서 연기한 것 보고 무섭고 불친절할지 알았다고 해요. 근데 이번에 제 본연의 착한 모습을 보셨죠. 저나 성민이 형이나 술을 못 마시거든요. 성민이형이 술도 안 먹고 자기와 같은 종족이라고 나중에 차 한 잔 하자고 하셨어요."

박과장은 회사에 1억2000만 달러라는 큰 수익을 안겼지만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회식하라고 준 법인카드 뿐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좌절했다. 이후 회사 생활에 염증에 느끼고 결국 리베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끝내 유령회사를 세워 국제 사기를 치는 범죄를 저지르고 만다. 좌절하는 박과장의 장면에서 술에 취해 괴로워하는 박과장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들의 애환을 오롯이 담아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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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장 과거 장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

"과거 장면을 찍으면서 박과장이 측은했어요. '박과장이 불쌍하다'는 반응에 연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만약에 박과장이 나쁘기만 하고 왜 나쁘게 됐는지 설명이 없었다면 감독님에게 제가 이 박과장을 하겠습니다하고 얘기 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 과거 장면이 있어서 박과장 역을 꼭 하고 싶었어요. 박과장의 과거 장면, 그게 박과장을 한 이유였죠."

김희원은 실제로는 술을 못 마신다고 했다. '미생'을 본 시청자라면 알겠지만 박과장이 왜 그렇게 비열한 인간이 됐는지 박과장의 과거 사연을 소개할 때 김희원이 만취한 장면이 나온다.

"술을 한잔도 못해요. 아마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듯해요. 연극 처음 시작했을 때는 술 못 마신다고 선배들 미움도 많이 받았어요. 노력을 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술 먹으면서 사람들과 정말 어울리고 싶었는데 한, 두잔 먹으면 자버려요. 그래도 술 안마시고 3~4시까지 같이 어울릴 수는 있어요. 물론 콜라, 사이다, 물을 엄청 마시는 부담이 있긴 하죠(웃음)."

그러면 만취 장면은 어떻게 그리 감정을 잘 살려 표현했을까. "사실 술 먹는 사람보다 곁에서 술 먹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이 술 취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제일 잘 알죠. 멀쩡한 정신으로 정확하게 지켜보니까요. 그런 관찰을 통해 술 먹은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는 해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행복이 없는 사회, 우리 시대의 박과장 만들어"

김희원은 나름의 박과장을 위한 '변명'도 했다.

"저는 박과장을 맡아 이 사람이 행복은 뭘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한 선택이 잘못됐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들, 그리고 고민들. 왜 그런 생각하실 거예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이런 거요. 우리가 사는 게 그렇잖아요. 다수의 사람들이 뭐가 행복한지 모르고 입에 풀칠하려고 살지 않나요? 도대체 뭘 위해 일하는지 모르고 일하지 않나요? 박 과장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내가 이러면 안되지 행복해야지 하다가 결국 나쁜 선택을 한 거죠. 결국 살면서 행복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박과장도 그런 것이고요."

김희원은 그럼 그 '행복'을 찾았을까.

"저는 그나마 다행인 게 연기를 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저는 연극할 때 돈을 못 벌었지만 행복했어요. 꿈도 있었죠. 언젠가는 나도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지. 연기로 빛을 보겠지. 그 꿈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아요. 그게 행복이라고 믿었어요. 지금이요? 아직은 행복하지 않아요. 연기는 하면할수록 힘든 것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연기를 알면 알수록 허점도 보이는 것 같고요. 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어렵죠. 아직은 행복하지 않아요. 더 좋은 배우가 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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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원 /사진=이동훈 기자


◆"코믹하고 착한 모습으로 기대해주세요."

"이번 '미생'으로 계속 악역으로만 찾으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저를 보고 악역 전문 배우, '악역 본좌', '악역갑(甲)' 등 별소리가 다 나오는데 사실은 코믹스런 연기도 많이 하고 착한 연기도 많이 했다"며 "나중에 코믹스러운 모습이나 착한 모습으로도 크게 히트를 쳐서 대중이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미생'을 보시면서 박과장처럼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보셨으면 해요. 나쁜 선택 말고 좋은 선택을 하셔서 행복해지셨으면 합니다. 박과장은 나쁜 선택을 했는데, 행복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시고 뭔가 행복한 일을 하시길 바랍니다. 직장인이라면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도 생각해보시고요."

김희원은 영화 '돌연변이'와 '뷰티인사이드'를 찍고 있다. '돌연변이'에서는 인권변호사 역을 맡아 '미생'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연말에는 이 두 영화를 찍으면서 보낼 계획이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연말에 늘 일을 하면서 보냈어요. 결혼 계획이요? 아직 없어요. 그냥 살다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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