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김희원 "오과장 보다 박과장 많은 세상 씁쓸"(인터뷰①)

tvN '미생' 박과장 역 김희원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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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원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김희원(43)은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 단 4회 출연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극중 영업3팀에 충원된 박과장 역을 연기한 그는 인격모독, 성희롱, 항명 등 '악덕 상사'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TV속 박과장의 명치를 주먹으로 치고 싶다"는 시청자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이렇게 '미생' 속 최고의 악당으로 기억될 뻔했던 김희원은, 그러나 극중에서 박과장이 그렇게 변할 수 없게 된 사연이 공개되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박과장' 김희원을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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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나쁘게 봐주셨으니 칭찬이라 생각"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으니까 기분이 좋죠. 제가 딱 4회(9회~12회) 밖에 안 나왔는데 이렇게 이슈가 되니 참 좋게 봐주셨구나 하는 생각이에요. 욕이요? 나쁜 사람을 나쁘게 봐주셨으니 그건 칭찬이죠. 그게 좋습니다(웃음)."


김희원은 "명치를 때리고 싶다는 댓글도 많이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짜 나쁜 것은 욕을 하고 인상을 쓰는 게 아니라고 봐요. 눈에 보이게 나쁜 짓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우스운 사람들이 더 많아요. 그런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나쁘게 하는 사람이 무섭죠. 친근한 사람인데 나에게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 더 마음 아프게 하잖아요. 가령 옆집 사람, 직장 동료, 20년 지기 친구가 상처를 준다면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런 게 더 나쁜 거죠. 그게 나쁜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 똑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거기에 중점을 뒀어요. 저 사람이 나쁘지만 사실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박과장을 통해 이걸 살리고 싶었어요."

김희원은 앞서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 당시에도 초반 10회분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미생'은 확실히 다르다는 게 그의 얘기다. "'빛과 그림자'는 50부작이어서 뒤로 갈수록 초반부는 잊히게 되죠. 그런데 '미생'은 처음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다가 등장했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신기하고, 감사하죠."

김희원은 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에도 출연, 엑소 도경수를 괴롭히는 악덕 사장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미생' 속 악역 이미지가 그래도 이어진 것이다. "'카트'는 우정 출연이에요. 제가 악역에 집중해서 드라마와 영화에서 계속 그렇게 나온 건 아니에요. 솔직히 영화는 언제 개봉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카트'가 '미생'과 우연히 겹쳤죠."

◆"오과장 99명, 박과장 1명이 제대로 된 사회..현실은 반대"

김희원은 '미생' 첫 방송이 나간 후 캐스팅됐다. '미생' 원작 웹툰을 봤던 터라 박과장 캐릭터를 제안 받고 흔쾌히 응했다. 캐스팅 후 원작을 한 번 더 보며 박과장을 연구했다.

"웹툰은 한 컷, 한 컷, 이런 형식으로 나오잖아요. 드라마는 컷이 쭉 이어지고요. 원작 속 컷과 컷 사이를 상상하면서 박과장의 감정 변화라든지 이런 것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오래 출연하면 보여줄 게 많은데 4회 밖에 출연 안하니까 집중을 해서 대사 톤 등을 연구했어요. 요르단에서 왔다는 설정이 있었기에 피부 탄 것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노메이크업처럼 분장도 하고요."

"요르단에 가 본 적은 있냐"고 했더니 "가본 적 없다"며 "TV에서만 봤다"며 웃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 꼭 그 캐릭터 관련 경험이 필요하지는 않다. 김희원도 그랬다. 과장의 경험은 물론 제대로 된 직장 경험도 그는 없다. 쭉 연극 무대를 비롯해 연기자로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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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원 /사진=이동훈 기자


"직장인의 애환을 느낄 만큼 제대로 된 직장 경험은 없어요.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는 한 적 있죠. 연극할 때였는데 서류 배달하고 커피 나르고 창고 물건 정리하고, 주로 이런 일들을 했어요.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박과장 같이 이런 나쁜 사람이 존재하는지 궁금했죠.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게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주위에 회사 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회사원인 동생 남편에게 물어도 봤어요. 그런데 박과장 같은 사람들이 있대요. 그것도 적지 않게요."

김희원은 "오과장 보다 현실 직장에는 박과장 같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해서 씁쓸했다"고 했다. "직장인들이 그러더라고요. 오과장 같은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다고요. 오과장은 같은 'FM상사'하고는 오히려 일하는 게 힘들대요. 우리 사회가 비리, 부패가 쌓이면서 그게 당연시 되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사회라면 오과장이 99명이고 박과장이 1명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박과장 같은 사람이 더 많잖아요. 모든 분야에서요. 그런 사람들이 겉으로는 욕하면서 속으로는 내버려두는 사회 풍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결국에는 서로 불신만 키우는 거죠."

◆"상사 오과장에게 반말하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박과장은 극중 장그래(임시완 분)를 고졸이라고, 계약직이라고 무시를 하고 근무시간 중 당구를 치다 자신의 구두를 갖고 오라고 상식 밖의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그에게 "스스로 생각할 때 가장 나쁜 대사가 무엇이었냐"고 했더니 "다 나빠 보였다"고 했다.

"고졸, 계약직 이런 단어들을 쓰고, 너는 기본을 알아야 하느니 너희들이 다 그렇지 등 대부분의 대사가 무시하는 대사들이였어요. 그 중에 제일 많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상사인데 오과장(이성민 분)에게 반말할 때였죠. 아무리 싸가지가 없고 나쁜 사람이라고 어떻게 자기가 모셨던 상사에게 그렇게 반말을 할까, 연기를 하면서도 마음에 걸렸어요."

(인터뷰②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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