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아시아의 별, 이젠 제 이름 같아요"(인터뷰)

영화 '빅매치' 수경 역 보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1.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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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보아/사진=임성균 기자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남자가수를 능가하는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던 13살 소녀. 어린 나이 때문이든, 그간 볼 수 없던 파워풀한 안무 때문이든 보아(28)의 등장은 그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차게 데뷔했던 보아가 이제는 완연히 농익은 여인이 됐다. 이미 인생의 절반은 스타로 살아온 보아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설 때는 긴장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온 몸이 부서져라 연습을 거듭한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동시에 더 발전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14년 차 내공이 있는 가수지만,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신인. '메이크 유어 무브'에 이어 순수 한국영화로는 첫 작품인 '빅매치'의 개봉을 26일로 앞두고 있다. 주인공 익호(이정재 분)를 이끄는 의문의 여인 수경 역으로 분한 보아는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우려도 있었어요. 수경 역 자체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걸 누가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떠오르는 배우가 딱히 없었어요. 그 만큼 신선했죠. 내가 열심히 하는 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큰 산을 넘으면 더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캐릭터였어요. 워낙 쟁쟁하신 분들 사이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부족한 면도 분명 확연히 드러날 수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 했어요. 이제는 보시는 분들의 몫이죠."

'빅매치' 속 보아의 모습은 평범해서 더 신선하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맨 얼굴로 거칠게 운전을 하는 수경의 모습에서 무대 위 화려한 보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비주얼은 아예 포기를 했기 때문에(웃음). 외모 보다는 연기를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 캐릭터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제가 봤을 때 수경은 꾸미고 다닐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편하고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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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보아/사진=임성균 기자


자신의 영화일수록 아쉬움이 큰 법, 보아도 자신의 캐릭터가 완전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감독의 요구로 복근을 만들었지만 정작 완성본에서는 편집이 된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사실 수경의 과거가 드러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됐어요. 영화가 훨씬 더 오락성이 뛰는 장르로 바뀌면서 무거운 장면들을 드러내게 됐죠. 감독님이 처음부터 수경은 복근이 꼭 있어야한다고 하셔서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감독님은 복근을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하셨나 봐요(웃음). 그 장면도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수경의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는 부분에서는 아쉽죠."

익호와 수경의 관계는 점점 오묘하게 변화한다. 남자에게도 강한 주먹을 휘두르는 수경이지만 여자는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는 익호 앞에서는 한 순간 여자가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의 오묘한 사이, 사랑일까? 보아는 "사랑에 싹트기엔 너무 뛰어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감독님은 익호와 수경의 러브라인을 만들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감독님, 그러기엔 익호가 너무 뛰어다녀요'라고 했어요.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데 사랑이 싹틀 틈이 있겠어요?"

보아는 노력의 아이콘이다. 타고난 재능은 물론 있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끊임없는 연습이 지금의 보아를 만들었다. 가수 시절과는 달리 연기는 노력만으로 되지는 안았다. 오히려 역할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 몇 편 안되는 작품을 해오며 보아가 깨달은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열심히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상하더라고요. 본능적으로 막 했을 때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제가 그걸 이해하면 받아들이게 되죠. 그런데 몇 번을 들어도 제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되면 연기가 안되더라고요. 제가 납득을 해야 연기가 잘나오는구나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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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보아/사진=임성균 기자


스스로 납득이 가야 연기가 잘 된다는 것 때문일까. 보아 스스로도 초반부의 수경보다는 중후반부의 드라마를 가진 수경의 모습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원래 눈에 띄지 않는 연기가 더욱 어렵다고 하지 않나. 보아도 리액션을 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초반에 수경이 딱딱할 때는 '왜 저렇게 툭툭 끊기듯이 나오지?'하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연기하면서 납득이 되기 시작한 건 중후반이었어요. 초반에 익호를 귀찮아하면서 툭툭 대하는 것이 자짓하면 로봇 연기처럼 보이기 쉬운 부분이라 어려웠어요. 특히 리액션이 진짜 어려워요. 어느 작품이던지 리액션은 촬영 할 때마다 어렵게 느껴져요. 오히려 치고받고 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와서 좋은 것 같아요."

내년이면 데뷔 15주년이다. 더불어 보아의 나이도 서른 살이 된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아시아의 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보아, 그의 30대는 어떨까. 보아가 기대하는 서른 살 보아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아시아의 별, 이제는 저뿐만 아니라 많이 쓰이지 않아요?(웃음). 뭔가 모두의 수식어가 된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어릴 때부터 들었던 수식어여서 제 이름 같기도 해요. 지금은 만인의 수식어가 됐지만요."

"재미있게, 지금처럼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적인 부분도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고, 연기도 '빅매치' 대본을 받았을 때처럼 정말 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대본을 만나게 되면 또 열심히 하고 싶고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것이 나이를 그렇게 생각하는 직종은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재미있게 해 나가는 것이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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