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를 아시나요? '국제시장' 사용설명서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1.25 09:35 / 조회 : 6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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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시장' 흥남철수 당시 덕수의 가족 스틸컷


연말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은 한국의 현대사가 응축된 작품이다. 6.25 전쟁과 베트남전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직접 겪으며 가족을 지켜낸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이야기가 126분의 러닝타임에 고스란히 담겼다. 1145만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나 '국제시장'이 포착한 한국의 현대사 속엔 90년대 이후 태어난 관객들에게는 생소할 법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 하여 '국제시장' 사용설명서.

◆흥남철수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작전 중이던 미군 부대는 함경남도 흥남항을 통해 대규모 해상철수를 단행했다. 당시 미군은 군 병력 외에도 무려 10만 명의 피난민을 함께 남쪽으로 이주시켰다. 전쟁 통에 피난민들을 구출한 흥남철수는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만 무려 1만4000여명의 피난민을 태웠는데, 이는 단일 선박으로 가장 대규모 구조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국제시장' 혹 어린 덕수의 가족은 배를 타며 아버지, 여동생과 눈물의 이별을 하게 된다. 당시 널리 불렸던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에 당시의 풍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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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시장' 국제시장에서 구두를 닥던 어린 덕수와 친구 스틸컷


◆국제시장

'굳세어라 금순아' 가사 2절에는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라는 대목이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국제시장은 현재까지도 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남아 있는 부산의 재래시장이다. 광복 후 전시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던 상인들이 자리를 잡은 뒤 피란민들이 모여들며 더욱 번성했다. '사람 빼고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거래됐다. 어린 덕수의 가족은 이곳에서 '꽃분이네' 수입 잡화점을 하고 있는 고모를 만나 의지하며 함께 생계를 꾸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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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시장' 파독광부로 간 덕수와 동료들 스틸컷


◆파독 광부

파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파독(派獨), 풀어내면 독일에 파견한 광부라는 뜻. 심각한 경제사정을 타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1963년부터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독일에서 광부로 일했다. 통일 전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었던 시절, 청년들은 무려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서독의 광부가 됐고 지하 1000m 막장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 당시엔 간호원이라 불렸던 여러 간호사들 역시 독일로 향했는데, 그들 역시 주된 업무가 시체를 닦는 일이었을 정도로 힘든 일을 도맡았다. 서독 함보른은 당시 한국 젊은이들이 일하던 대표적 탄광이 있던 곳. '국제시장' 제작진은 체코 오스트라바 탄광에서 당시를 재현했다. 그 곳에서 파독 광부 덕수와 파독 간호사 영자의 만남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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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시장'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떠난 덕수 일행 스틸컷


◆님과 함께

요즘 방송하는 종편채널 가상결혼 프로그램과 헷갈리지 않기를. '님과 함께'는 1968년 청룡부대에 입대해 베트남전, 이른바 월남전에 참전했던 가수 남진이 제대 후 1972년 발표한 노래다. 1970년대를 풍미하며 국민 애창곡에 등극한 히트송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에는 실제 전장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파월장병' 남진과 함께 군수물자를 팔러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떠난 덕수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동방신기 정윤호가 젊은 남진 역으로 깜짝 등장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펼쳤다. 실제 인기 가수로 광주 출신의 네이티브 전라도 사투리 구사할 수 있는 데다 열정까지 넘쳤던 정윤호가 딱 적역이었다는 게 윤제균 감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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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시장'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나선 덕수 스틸컷


◆이산가족찾기

1983년 KBS에서 시작된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은 전국민을 며칠씩 TV앞에 붙들어 두고 눈물을 쏟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한국전쟁 때 가족, 친지와 헤어져 생사도 모른 채 살고 있던 이들이 여의도 KBS와 당시 여의도 광장으로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생방송을 통해 잃어버린 혈육을 찾게 된 이들도 부지기수. 한국전쟁 당시 이별의 아픔을 다룬 곽순옥의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당시 방송의 주제가로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1987년 패티김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우리의 주인공 덕수 역시 흥남철수 당시 잃어버린 아버지와 동생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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