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노출신의 떨림, 숨기려 하지 않았다"(인터뷰)

영화 '봄' 민경 역 이유영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1.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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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사진=이동훈 기자


또 한 명의 눈여겨볼만한 신예가 탄생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봄'의 이유영(25)이다. 길게 뻗은 팔과 다리와 동그란 눈을 가진 순수해 보이는 얼굴, 숨기는 것이 없는 솔직한 면이 '봄'에서 연기한 민경과도 닮았다.

첫 상업영화인 '봄'의 주연자리를 꿰찬 것만 해도 놀라운데,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첫 주연작 '봄'에 이어 영화 '간신' 촬영에 한창인 이유영을 직접 만났다.


"정말 운이 좋았죠. 한꺼번에 모든 운이 쏟아지는 것처럼 좋은 일만 생기고 있어요. 첫 영화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행복해요. 앞으로 이 행운이 독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최대한 부담 없이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행복이니까요."

이유영에게도 '봄'은 오랜 기다림을 견뎌야했던 작품. 해외 영화제 초청이 이어졌지만 국내 개봉까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첫 작품이었기에 그 기다림은 더욱 초조했다.

"계속 미뤄지고 언제 하나 싶었는데 이제 하게 됐네요. 감독님이 상을 계속 받으면 개봉이 더 힘들어진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사실 그걸 잘 이해를 못했었어요. 너무 예술영화로만 보일까봐 그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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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사진=이동훈 기자


해외영화인들의 반응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밀라노국제영화제, 마드리드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수상까지 이어온 '봄'은 누군가에게는 두 여인의 희생과 고단한 삶이 신선하게 다가갔지만, 또 다른 이에는 그 나라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어떤 아시아분이 있었는데, 그 분의 나라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분에게는 '봄'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갔던 거죠. 서양 관객들이 말하는 '아직도 한국은 저래?'라는 질문과 아시아 분들의 '아직도 한국이 저래?'는 같은 말인데 느낌은 달랐어요. 각국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신기했고, 우리 영화를 다양하게 공감해준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관객이 아닌 이유영이 느낀 민경은 어땠을까. 폭력을 행사하고 가산을 탕진하는 남자와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민경이 답답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엄청 답답했죠(웃음). 그렇지만 이해는 됐어요. 민경이 딸에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 그런 생각하면 더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너무나 가슴 아프게 와닿았어요. 민경이 도망가지 않고 사는 것은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정말 순박하고 순수한 여자잖아요. 이 공간이 아닌 다른 세상을 모르는 여자니까요. 민경에게는 책임져야 할 아이들도 있고요."

박용우, 김서형은 물론 신예 이유영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이유영은 시사회와 GV를 진행하며 독특한 질문을 하는 관객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있어요.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셨어요(웃음). 그것이랑 몸매에 자신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자신 없는 O형이라고 답했어요. 저는 제 몸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사실 영화가 아니면 어떤 작품의 모델이 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몸매가 좋은 분들이 워낙 많잖아요."

자극적인 정사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드모델이라는 설정 탓에 전신 노출을 감행해야 했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탈의 장면에는 배우 이유영이 느꼈던 떨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떨림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나에게 있는 떨림이 민경의 떨림이니까. 그 있는 그대로의 떨림을 온전히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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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사진=이동훈 기자


노출만큼이나 이유영을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사투리. 실제 경상도 출신인 다른 배우에게 도움을 받긴 했지만 첫 작품에서 사투리로 연기를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사투리만 해도 힘든데 차기작인 '간신'에서는 또 사극 말투를 써야한다. 산 넘어 산이다.

"첫 작품은 사투리, 두 번째 작품은 사극. 어휴. 처음에는 외계어처럼 느껴졌어요. 이제 현대어로 말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간신'은 정말 재미있는데 힘들어요. 말도 힘들고, 한복도, 머리도 다 힘들어요. 숨이 안 쉬어지고. 전 원래 탈탈한 성격인데 한복을 입으니 조신해지고 있어요. 의상팀에서 고생하셨을 거예요. 제가 하도 한복 자락을 밟고 계속 옷이 벗겨져서(웃음)."

탐나는 수식어가 있는지 묻자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를 다닐 때는 몰랐던 책임감을 상업영화를 하며 새삼 깨닫고 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연기로 입시를 준비했고, 학교를 다닐 때도 연습보다는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는 이유영은 조금 씩 연기와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다.

"연기는 정말 하면 할수록 어렵고, 뭘 배울수록 더 많은 할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너무나 무궁무진하죠. 전 그래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성장하는 거잖아요. 그것이 정말 좋았어요.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 훈련을 하는 것이 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 건강한 사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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