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김종수 "떠나는 김부장, 나도 마음 울컥"(인터뷰)

드라마 '미생'의 김부련 부장 김종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1.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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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김종수 / 사진=임성균 기자


"그 건물 부장님이 잠깐 와서 연기하고 가신 줄 알았어요." "진짜 우리 회사 부장님인 줄 알았어요." "실제 부장님 섭외해서 나오신 줄!"

화제의 드라마 tvN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의 원 인터내셔널 영업본부 부장 캐릭터에 쏟아진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설마 그 건물 부장일까. 진짜 부장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 주인공은 바로 김종수(50). 3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 오른 베테랑 배우다. 캐스팅을 앞둔 미팅 자리에서 대본을 읽은 김종수에게 김원석 PD 역시 똑같이 말했다. "진짜 우리 회사 부장님 같다"고.


김종수는 울산의 지방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오다 최근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도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맡으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생'에서는 실적에 목매는 전형적 직장인이지만 직속 부하 오과장(이성민 분)을 티내지 않고 챙기는 선배이며, 결정적 순간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상사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방송된 '미생' 11회에서 부하직원 비리에 책임을 지고 퇴사하는 김부장의 모습이 그려져 지켜보던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직원 하나하나와 악수를 나눈 뒤 조용히 회사를 빠져나갔다.

김종수는 "촬영하면서 울컥했다고 할까, 나도 마음이 이상했다"며 지난 시간들을 돌이켰다. "'미생'은 정말 특별한 드라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미생'에 어떻게 캐스팅됐는지.


▶웹툰을 본 적이 있었다.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미팅이 잡혀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처음부터 김부장 역할이라고 하더라. 김원석 PD가 7화 대본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하기에 했는데 '어우, 우리 회사 부장님 같아요' 하는 거다. 이미 계산이 돼 있더라. 보통은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기 마련인데, 그 자리에서 바로 '저희랑 같이 하시죠' 이래서 굉장히 기분 좋게 미팅을 마쳤다. 나중에 제작PD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부장을 굉장히 공들여 찾았다고 하더라. 다행이구나 했다.

-연극배우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다. 오히려 조직생활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우리끼리도 이야기한다. 조직생활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인데 이걸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많다. 직장이 군대보다 살벌한 조직이구나. 연기하면서도 직장인들 애환을 맛볼 수 있더라.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거다. 같이 울컥하고 짠하고.

-티내지 않고 부하들을 챙기는 멋진 부장님 캐릭터다. 결국 비리를 캐라고 지시했고, 그에 책임을 지고 부서를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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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김종수 / 사진=임성균 기자


▶딱 내 나이 회사원이 올라갈 법한 자리, 할 만한 고민이 아닐까. 김부련 부장 역시 전형적인 직장인 캐릭터로 잡혀있다. 특별히 뭘 한다기보다 눈앞에 놓인 해야 할 일에 매진하는 캐릭터다. 부하들에게는 마음 쓰지 않는 척하다 조금 티도 내고. 살짝 고민했던 부분인데 그렇게 보여주니까 이 인물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음 가는 귀여운 부장님처럼.

-박과장(김희원 분) 비리를 캐겠다는 결정을 하고 '그냥 진행해' 라고 했을 때, 얼굴이 나오지 않고 뒷모습만이 나왔다. 고뇌가 느껴졌다.

▶오과장에게는 사수고 희로애락을 같이 해 와서 좀 '싸한' 느낌이 있다. 내가 좌천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걸 진행하라고 하는 게 어떤 마음일까 고민을 해 봤다. 호인이거나 의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래야 할 시기가 왔다고 실감을 한 것 같다. 숨겨서는 안되겠다는 현실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고.

'미생'에는 '우리 슬퍼요'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없다. 이 드라마에는 '두둥' 하고 오래 얼굴을 잡고 힘주고 일부러 짜내고 하는 게 없다. 촬영할 때 몇 가지를 해봤다가 쓰는데 완성된 걸 보면 심플하고 담백한 걸 쓰시더라. 연출이 정확하게 알고 디렉션을 하는 셈이다. 강도 조절을 분명하게 해 주시니까 인물의 포인트가 확 보이는 것 같다. 감독에게 100% 신뢰가 간다.

-11화에서 김부장이 아쉽게 회사를 떠난다. 전사가 보여지면서 오과장이 떠나는 김부장의 뒷모습에 90도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울컥하다고 해야 하나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이상했다.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참 묘하다'고 했었다. 김부장이 총대를 맨 것으로 그려져서, 시청자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드라마 속 김부장이 아닌가. 연기하면서 내가 그런 인사를 들어도 되나 싶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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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부장 / 사진제공tvN


-'미생'은 모든 인물에 애정과 관심이 깃들어 있다는 게 미덕이기도 하다. 김부장의 전사에도 애정이 담겨 있고.

▶이 작품에는 저만 그런 게 아니다. 김희원씨가 했던 박과장도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려지지 않나. 박수를 받았지만 당장 오는 건 없고 회사만 커가는 것 같고. 하물며 안영이(강소라 분)를 미워하는 하대리(전석호 분)까지 '혹시 좋아서 그러나' 하는 느낌을 주지 않나. 이 드라마에 러브라인이 없지만 그런 러브라인이 있다. 내가 한 김부련 부장 러브라인은 오과장에게 향해 있다. 또 오과장은 김대리(김대명 분), 장그래(임시완 분)한테 러브라인이 있다. 내가 볼 때는 그런 내리사랑이 있다. 그 여러 사연들을 다뤄주니까 이 드라마의 인물 모두가 굉장히 마음이 가게 되고 풍성한 드라마가 돼버린다. 캐스팅도 모두 공들여 하신 것 같고. 또 이런 드라마가 나올까 싶다.

-그간 했던 여러 역할들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인물을 연기하셨다.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을 많이 했다. 드디어 내가 '뒤'가 있는 캐릭터를 하는구나 하는 기쁨이 있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풍산개'만 해도 뭔가 꾸며야 하고 말투나 모습을 바꿔야 했는데 이번엔 양복도 다 제 양복이다. '쓰리데이즈', '개과천선' 하면서 양복 두 개를 맞춰놨는데 와이셔츠 2개 더 맞춰서 다행히 그거 입고 찍는다. 양복 입고 있으면 갑갑할 텐데 주로 벗고 나온다. 넥타이도 풀어도 된다고 하고 슬리퍼 신으라고 하더라. 그것도 부장이니까 할 수 있는 거다. 장그래는 꿈도 못 꾼다. 과장이나 대리는 대야 와이셔츠 자락 정도 걷을 수 있다.

-'미생' 팀 촬영 분위기도 좋을 것 같다.

▶그 핵심에 이성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있다. 현장 분위기도 진짜 으쌰으쌰 한다. 보통 10명 20명 넘게 모이면 촬영하다 따로 밥을 먹는다. 또 계속 밥을 먹다보면 선배가 사고 주연이 사고 하다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아예 밥은 같이 먹고 더치페이 하는 걸로 정했다. 성민 씨가 '어디로 갈까' 하면 대리급들이 장소를 정한다. 잘 가는 백반집도 있다. 대리들이 점심때 되면 골치가 아프다. 보통 직장인들도 이러려나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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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부장 역할을 맡은 배우 김종수 / 사진=임성균 기자


-'미생' 부장님이라고 알아보는 분들도 있나? 오랜 시간 여러 작품에서 연기해오셨지만 그 중에서도 '미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간혹 알아보는 분들이 있다.(웃음) 앞서 했던 '개과천선'이 내가 서울에 와서 자리를 잡게 해 준 작품이라면 '미생'은 이제 서울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대외적으로나 작품적으로나 그 안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어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있는 듯 없는 듯 개성있는 연기를 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웃음) 내가 떠나도 '미생'은 계속된다.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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