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무관의 다작배우에게 박수를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11.22 07:10 / 조회 : 1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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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영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배우 이경영은 그저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 51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이경영은 '제보자'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의 영예는 걸출한 코믹 연기로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들었다놨다 했던 후배 유해진에게 양보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시상식 내내 돋보였다.

이경영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다. 최근 나온 그의 출연작들만 훑어봐도 이유를 알 수 있다.

2011년 이경영은 무려 8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2년 출연한 작품은 10편이었다. '신세계'의 골드문 회장님, '베를린'의 북한 고위인사 리학수, '26년'의 복수자 김갑세, '남영동 1985'의 고문기술자 이두한…. 영화 '회사원', '외사경찰', '후궁:제왕의 첩', '5백만불의 사나이' 등등 쉴새없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13년에는 '무명인', '백프로', '관능의 법칙', '또하나의 약속',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더 테러 라이브'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보자'에서는 황우석 박사를 떠올리게 하는 생명공학자 이장환 박사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타짜-신의 손'에는 도박장을 운영하는 꼬장으로 등장했으며, 여름 블록버스터에도 '당연히' 그가 있었다.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땡추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는 나쁜 해적 소마로 손예진과 대립각을 세웠다.

오죽하면 '패션왕'에 극중 안재현의 아버지로 그가 등장했을 때 언론시사회 객석 곳곳에서 '큭' 하는 웃음이 터졌을까. '저분 또 나오셨네' 하는 반응이 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올 정도다. 내년이라고 또 다르랴. '허삼관', '은밀한 유혹', '암살', '협녀:칼의 노래', '소수의견' 등 그의 출연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린다.

199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 중 하나로 사랑받았던 이경영은 2001년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며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됐으나 그는 아직 지상파 방송국 출연 금지명단에 올라 있다. 2005년 '종려나무숲'으로 영화에 복귀한 그는 스크린을 중심으로 맹활약 중. 이제 한국영화를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 안 나오는 영화로 나누게 하는 배우로 다시 섰다.

다작이 문제랴. 이경영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배역에 상관없이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함께하는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스스로도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그것이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한국영화에서 그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진짜 이유다. 오랜만에 시상식에서 발견한 이경영의 얼굴은 특히 반가웠다. 한국영화 최고의 다작배우에 등극한 무관의 제왕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한번쯤은 더 영예로운 트로피를 품에 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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