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전석호 "하대리, 나와 닮아..공감 시청자몫"(인터뷰②)

tvN 금토드라마 '미생' 하대리 역 전석호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11.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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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석호 /사진=임성균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전석호가 이 정도 얘기했을 때 궁금한 게 생겼다. 실제 성격과 닮은 캐릭터라면, 대본보다는 애드리브 연기가 많은 걸까.


"너무 좋은 질문입니다. 오늘 샤워를 하면서 생각한 게 '배우란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일까? 나는 어떤 배우지?'였어요. 사실 저는 대본에 충실해요. 제가 애드리브를 하면 물론 상대배우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고 나도 그 안에서 신날 수 있겠죠. 하지만 너무 약속되지 않은 것을 하면 상대 배우가 당황할 수 있어요. 그래서 리허설에서 최대한 서로 합을 맞춰보죠. 연습할 때 최선을 다해요. 내가 느끼는 대로 연습에서 최선을 다해야 여러 가지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요. 만약 리허설에서 10가지를 연습했다면 실제 공연에서 1을 하면 연습한대로 한 겁니다. 공연장에 온 관객이 처음에 1번으로 연습한 것을 봤는데 다음에 공연장에서 6번으로 연습한 것으로 본다고 치죠. 관객이 볼 때는 애드리브 같겠죠. 하지만 우리끼리는 연습을 한 것 중에 하나인거에요. 연기를 하면서 100퍼센트 즉흥은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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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호는 안영이를 좋아하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욕설 장면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욕설 장면이요? 저는 합리화하고 있어요. 저만의 타당성이요. 어떤 사람은 공감하고 어떤 사람은 공감 안할 수도 있죠. 그건 시청자의 선택이니까요. 저는 저만의 합라화는 있어야죠. 죄책감이 없다, 미안함이 없다는 아니지만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제 방식이니까요. 제가 믿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대한민국 회사원 중에 분명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사실 시청자들을 다 만족 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건 강요죠. 불특정소수가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우리 회사 생활에서 볼 수 있는, TV에 나온다고 해서 멋있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요."

전석호는 "근데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안영이에게 종이를 던지거나 욕하는 부분은 좀 그렇다"며 "어찌어찌해서 그랬습니다, 하고 살갑게 강소라씨에게 얘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고 했다. "강소라씨에게 심하게 한 날은 고생하셨습니다. 본의 아니게 욕을 하고 가네요. 그래요."

전석호는 '미생'이 첫 드라마다. 줄곧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대학(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이후 연극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

"선배님들이 그렇게 가르쳐줬어요. 열심히 공연을 하라고. 그게 더디더라고 배우로서 올바른 길이라고요. 어제도 장그래 어머니 역을 하시는 성병숙 선배님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연극을 해야 가슴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요. 선배님들도 그랬고, 학교에서 교수님들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어렵더라도 부끄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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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석호 /사진=임성균 기자


'미생'을 택한 것은 이야기가 좋아서였다고 했다.

"장르로서의 드라마가 아니고 그 이야기, 드라마가 좋아서 택했어요. 흔히 말하는 막장 이야기가 아니어서 출연하고 싶었어요. 원작 '미생'을 너무 좋아했는데 이걸 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니까 응, 좋다. 이거였죠. 드라마로 가고 싶다, 영화로 가고 싶다를 떠나 이야기가 좋고 사람이 좋으면 하는 거죠. 사실 연극보다는 금전적으로 덜 힘든 것도 있어요. 동생들에게 술 한 잔 사줄 수 있고, 얻어먹기만 하던 형들에게도 제가 술 한 잔 살 수 있게 됐거든요. 행복한 일이죠."

전석호는 연극과 드라마가 다르긴 하지만 하나는 똑같다고 했다.

"조금 다른데 똑같은 것 같아요. 드라마를 안 해봐서 처음에는 많이 떨리고 긴장됐는데 진심을 통하는 것 같아요. 본질을 같죠. 제가 배운 것과 같았어요.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화내고 그러라고요. 한양대에서 배운 게 그거였어요. 최영인 교수님이 늘 얘기하시던 게 있어요. '전석호,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라'. 그게 진심이죠."

전석호는 '미생' 이후에도 공연을, 당연히 계속할 예정이다.

"저는 공연을 계속하고 싶어요. 1년에 영화 한편, 연극 한편, 이게 제 꿈이에요. 사실 연극이 정말 재밌어요. 모든 공연이 다 좋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연극이라는 문화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이에요. 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를 볼 수 있죠. 배우 입장에서는, 제가 소극장 공연을 자주하는 데 눈앞에서 관객의 심장이 들릴 것 같은 때가 있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제가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선배들이 무대 위에 처음 서면 아무 것도 안보일 것이라고 했어요. 핫스팟(밝은 조명)이 내 앞에 떨어지면 실제로 아무 것도 안보여요. 그 다음 단계에 관객이 보이고, 그 다음에 관객의 숨소리가 들릴 거래요. 저요? 지금은 가끔 관객의 숨소리가 들리는 단계에요. 하하. 근데 제가 관객으로 공연장에 갔을 때 제 숨소리를 갖고 노는 배우들도 있어요. 제가 배우를 따라 숨소리가 따라가는 거죠."

전석호는 소속사가 없다. "저한테 과연 그게 필요한가 싶어요. 저를 관리해주고 그런 건 필요하긴 하죠. 그런데 저는 배우와 소속사가 동료 관계여야 한다고 봐요. 나와 같이 작업 이야기를 하고, 나와 같이 앞으로 갈 부분을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을 밀접한 단계에서 얘기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한 거죠. 그런데 많은 매니지먼트들이 수익 창출 쪽에 집중해요. 물론 이것도 맞는 얘기죠. 하지만 저는 '조력자'가 필요해요."

'미생'의 하대리로서 전국의 직장인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했다.

"짠합니다. 제 친구들도, 제 친형도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오늘 광화문에 인터뷰를 하러 오면서 회사원들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종로를 지날 때는 그런 회사원들이 되기 위해 영어학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봤고요. 회사원 친구들이 그래요. 1000명이 입사하면 그 중에 1명만 임원이 된다고요. 그냥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요. 전국의 직장인 여러분, 파이팅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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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석호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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