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올해 소처럼 일하다 개처럼 다쳤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1.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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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사진제공=호호호비치


이정재가 심각함을 벗었다. 웃통도 벗었다. 이정재는 27일 개봉하는 '빅매치'(감독 최호, 제작 보경사)에서 설렁설렁 웃기고, 열심히 달리며, 쉬지 않고 맞고 때린다. '빅매치'는 축구선수였다가 폭행 사건으로 물러난 뒤 이종격투기 선수로 거듭난 남자가 의문의 범죄조직에 형이 납치되자 구하러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영화.

이정재는 경찰서에 갇혔다가 전경 수십 명을 상대하며 탈출하고, 조직폭력배들 도박장에 쳐들어가 17대 1을 불사하며,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날아다니고,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과 맞붙는다. 달리고 때리고 맞다가 웃긴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등장했던 앞선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촬영 전 연습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몸을 아끼지 않고 날라 다녔다. 왜 그는 '빅매치'에 몸을 던졌을까.

-'빅매치'는 왜 했나.

▶맨날 심각한 것만 하다가 쉬웠다 가는 의미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계' '관상' 등에서 무게를 잡는 역할들을 했으니 '빅매치'에선 가벼우면서도 재밌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절친한 동료인 정우성이 올 여름 액션영화 '신의 한수'를 내놨다. 의식 했는지.

▶그런 것도 약간 염두는 뒀다. 그렇다고 정우성과 만나 어떤 작품을 할지 심각하게 이야기하진 않는다. 마침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많았고 액션영화들도 있었다. 둘이 생각했던 게 비슷했던 것 같다. 정우성은 '신의 한수' 복수코드에 관심이 있었고, 나는 '관상' '신세계'를 하다보니 좀 더 유머가 가미된 액션영화를 고른 것 같다.

뭐, 각자 일, 자기 취향에 맞춰서 한다. 서로가 출연 작품을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참견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깐.

-올해는 소처럼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었는데. 그러다 '빅매치'를 찍기 전 어깨도 다쳤고.

▶소처럼 일하다 개처럼 다쳤다. 좋은 한국영화들이 많아졌다. 이런 시기에 작품 수를 늘려서라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편이라도 덜 하면 나는 열심히 안하나란 생각도 들고.

-온 몸을 쓰는 액션영화인데 다친 게 영향을 주진 않았나.

▶많이 아팠다. 촬영 끝난 뒤 밤에 잘 때 아침에 일어날 때 특히 아팠다. 그래도 카메라가 돌면 몸이 움직였다. 몸이 아프다보니 몸을 던져야 할 때 덜 던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무술팀이 큰 도움을 줬다. 다친 오른팔은 뻗는 건 괜찮은데 당기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무술팀이 오른팔은 뻗는 것 위주로 왼팔은 당기는 것 위주로 합을 고쳐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보니 속도도 잘 안 나오고, 액션 장면을 찍고 난 뒤에는 회복이 잘 안되더라. 내 몸에 서운하더라.

-'신의 한수'에 보면 정우성의 복근이 나온다. '빅매치'에도 이정재의 복근이 나오고. 많이 준비했을텐데. 누구 복근이 더 좋은 것 같나.

▶정우성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똑 같다.

-아무래도 홀로 영화를 이끌다보니 상대와 리액션도 없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상황을 설계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신하균이 훨씬 힘들었을 것 같다. 신하균은 밀폐된 공간에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했으니깐. 나는 액션도 있다보니 좀 더 수월했다.

-이정재를 여러 사건 현장으로 안내하는 역할로 보아가 등장하는데. 선입견은 없었나.

▶선입견은 처음부터 없었다.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바로 들었고. 최호 감독이 '고고70'을 했을 때 보아를 만나서 같이 하려 했었는데 아쉽게도 불발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에 보아가 어떠냐고 슬쩍 물어보더라. 2~3초간 생각했는데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 인물은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노력했던 인물이었고, 보아도 그랬으니깐. 보아는 현장에 올 때 정말 연습을 많이 해왔다. 프로라는 의식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2~3초 가량 생각할 때 보아 소속사 SM과 이정재 소속사 씨제스와 사이는 염두에 두지 않았나.

▶1.5 초 가량 했다.(웃음) 내가 사랑의 징검다리가 되지 않나 싶었다.(웃음)

-차기작인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는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이제는 그런 악역 이미지를 꺼리지 않게 됐나.

▶그래도 솔직히 악역은 하기 싫었다. 그래도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다. 악역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고. 애정이 많이 가더라. 새로운 캐릭터를 하게 되면 약간 흥분이 된다. 그런 점이 있다.

-작품을 고를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위주로 하나, 관객이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둘 다다. 그래도 지금까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빅매치'를 할 때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 액션이 많은 데 좀 더 젊은 배우가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깨를 다쳤을 때는 더 그랬고. 하지만 처음엔 나도 할 수 있다란 생각이 있었고, 다쳤을 때는 사실 고민이 됐었다. 그래도 최호 감독님과 준비했던 과정이 있고, 기다려준 동료들이 있고, 하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어서 그만 두기에는 너무 아쉽더라. 어깨를 치료해 준 의사가 내가 다친 부위가 프로 야구 선수들이 많이 다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프로야구 선수들은 시즌 중에 다치면 그만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진통제 맞고 한다고 하더라. 그 말에 용기를 냈다.

-'빅매치'에서 팀플레이를 하는 축구선수는 맞지 않고 홀로 싸우는 이종격투기가 맞는 인물도 등장한다. 실제 이정재는 과거에는 홀로였고, 요즘 팀플레이를 더 잘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예전에는 멀티캐스팅이 별로 없기도 했다. 그 때는 연기하는데 자유롭지 못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이나 감정은 있는데 그게 연기와 제대로 안 맞았다. 지금은 상대방 호흡을 잘 살핀다. 그래야 영화의 완성도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팀플레이를 하면서 내 욕심을 낮추고 서포팅을 하고, 또 서포팅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요즘 영화 흥행 결과가 좀 더 좋지 않나 싶다.

-최호 감독과 '암살' 최동훈 감독은 어떻게 다른가. 또 '암살'에서 같이 한 하정우는 어땠나.

▶최호 감독과 최동훈 감독은 둘 다 디테일에 집요하다. 굉장히 색깔은 다르지만 집요함은 똑같다. 그런 집요함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하정우는 약간 다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유머스러운데 촬영에 들어가면 갑자기 다크한 면을 끌어낸다. 멋지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 출연을 논의 중이라고 하던데.

▶허진호 감독님을 한 번 만났다. 시나리오를 수정하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결혼 생각은 없나.

▶이제 지나간 것 같다. 예전에는 2~3년 안에 하겠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사라졌다.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그냥 남들처럼 구상만 있을 뿐이다. 오래 하다보면 머릿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 한 두 편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그냥 생각만 하지 아무나 제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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