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봄' 출연, 팬클럽도 반대했지만.."(인터뷰)

영화 '봄'의 준구 역 박용우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1.20 07:07 / 조회 : 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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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사진=임성균 기자


"요새 다들 무슨 자신감이냐고 해요."

한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깊은 수렁에 빠진 시간이 있었다. 힘든 터널 속에서 영화 '봄'을 만났고, 그것을 시작점으로 박용우(43)는 달라졌다. 주변 사람들이 말릴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작은 실천을 통해 몸소 느꼈다.

박용우가 주인공 준구로 출연한 '봄'은 죽음이 다가오며 작품에 대한 열의도, 작품에 대한 열정도 잃은 준구와 그를 헌신적으로 응원하는 아내 정숙(김서형 분), 가난과 폭력 속에 살던 중 정숙의 제안으로 준구의 누드모델이 된 민경(이유영 분)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풍광 속에 담았다. 조각가와 누드모델, 자칫 선정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봄'은 세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일단 제 팬클럽에서 반대했어요(웃음). 뻔한 치정 불륜 아니냐는 거죠.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글을 남겼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부터 치정, 불륜으로 가는 영화였다면 절대로 안했을 거예요. 태생적으로 '봄'은 그런 출발점이 아니었어요."

촬영은 마쳤지만 개봉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을 아니었다. 배우들끼리도 "의미 있는 작품을 했으니 보험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상황에서 들려온 영화제 초청과 수상 소식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는 값진 보상이었다. 최근 밀라노영화제 시상식을 위해 미국 LA에 다녀온 현장에서는 더욱 기쁨을 실감했다.

"의외였어요. 감독님이 포기하지 않고 편집, 후반작업도 잘 하신 덕이죠. 이번에 LA에서 밀라노영화제 시상식을 할 때 영화 상영이 끝나고 현지 배우들, 제작자들, 프로듀서들이 악수를 청하고 포옹을 하시느라 커튼콜에만 40분이 걸렸어요. 정말 보람이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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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사진=임성균 기자


외국 영화제의 반응을 물었다. 그들은 김서형이 연기한 정숙에 대해 주목한단다. 고택을 배경으로 한 한국적인 화면은 물론이고 희생과 신뢰를 보여주는 정숙이 외국인들의 동양적 판타지와도 맞물린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한국적인거예요. 이미 할리우드나 한국영화나 글로벌화가 되었지만. 외국 관객들이 궁금해 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정말 저 시대에 정숙 같은, 민경 같은 여자가 있었나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걸 한국적이고 유니크하게 보는 거죠. 동영여성에 대한 로망이나 판타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지금은 웃으며 '봄'의 개봉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무런 의욕이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마치 영화 속 준구처럼 말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봄'을 촬영하며 박용우 안에서 작은 변화가 자라났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배우로서 끝이 아닐까? 더 이상 기회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때 였어요.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뭔가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어요. 허탈했죠. 아무 것도 못했어요. 숟가락 들 힘도 없었어요. 대상포진까지 걸릴 정도였어요. 그때 '봄'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촬영이 끝날 때 까지만 해도 완전히 힐링이 되지는 않았는데 몇 달이 지나고 생각의 전환이 오는 시기가 있었어요. 아마 '봄' 촬영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봄' 촬영 끝나고 거의 7~8개월을 놀았는데 이상하게 앞으로 평생 기회가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주위에서는 애인도 없이 뭐하냐고 하는데 이상하게 기분도 좋고. 늙어 죽을 때 까지 기회가 계속 있을 것 같고(웃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실천이에요. 브래드 피트 같은 복근을 만들면 행복할 것 같아서 진짜 복근을 만들었어요. 드럼을 잘 지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죽어라 드럼을 배웠어요. 실제로 행동해서 이루고, 쌓이니까 너무나 큰 자신감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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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사진=임성균 기자


'봄' 이후에는 SBS 단막극 '이놈'으로 시청자를 만나게 된다. '봄'이 자신감 회복의 시작이었다면 '이놈'은 완전히 생기를 찾은 후 첫 작품이라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생계형 노무사가 한 사건을 계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놈'을 통해 박용우는 '봄'과는 또 다른 유쾌한 면도 보여줄 예정이다.

"단막극 '이놈'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도 인정하더라고요. 얼굴이 많이 달라졌대요. 작은 부분이 쌓여서 큰 변화가 된 다는 확신이 드니까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아득바득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발악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살아가면 즐겁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새로운 연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제 목소리가 싫어서 목소리를 변조하면서 연기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굵게 나오면 굵게 나오는 대로, 얇게 나오면 얇게 나오는 대로 했어요."

우여곡절과 많은 수상의 기쁨을 지나 이제 '봄'이 관객을 만난다. 선정성이던, 화려한 액션이던, 무언가 자극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은 '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박용우는 "'봄'은 이제 흥행만 되면 다 이룬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을 반대했던 팬클럽 회장은 아직 시사회로도 영화를 못봤대요. 분명 좋아할 것 같아요. 벌써부터 반성의 멘트를 남기더라고요(웃음). '봄'이라는 영화는 이제 활시위를 떠났고, 영화의 힘으로 가야죠. '봄'은 색깔과 차별화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적인 완성도도 물론 그렇고요. 그 부분에 손을 들어주신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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