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마드리드 여우주연상, 벅찬 감정"(인터뷰)

영화 '봄' 정숙 역 김서형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1.19 12:00 / 조회 : 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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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사진=임성균 기자


긴 추위 끝에 봄이 온다. 겨울이 매서울수록 다가오는 봄의 기운은 더욱 반갑다. 영화 '봄'도 그렇다. 촬영 후 1년, 개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눈보라 속을 지나 드디어 오는 20일 국내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정숙 역으로 출연한 김서형(38)에게도 '봄'은 오랜 기다림이었다. 영화를 찍고,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고, 마드리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봄'에 대한 우려는 점점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영화를 다 찍고 빠르면 올해 1,2월에 개봉하겠거니 했는데 웬걸, 녹음만 몇 번을 더 했어요. 언제 개봉하나 싶었는데 어느 날 영화제에 초청되어서 간다는 거예요. 그 때 까지는 영화를 보지 못해서 '왜? 영상미 때문인가? 한국적인 작품이라서?'하고 신기해했죠. 밀라노영화제를 시작으로 산타바바라로, 애리조나로 쭉 초청이 되어서 뭔가 잘 되고, 잘 봐주시고 있나보다 했어요."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는 이유영이, 마드리드영화제에서는 김서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두 여배우가 모두 연기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김서형은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린 후에도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었단다.

"마드리드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얘기에 '왜?'라고 했어요(웃음). 영화를 보지 못한 상황이니까 제가 왜 노미네이트 됐나 싶었었죠. 감독님과 제작사에서 함께 영화제에 가자고 하셔서 일단 갔어요. 시상식 당일 날은 다들 너무 긴장했어요. 작품상을 받으면 정말 축하드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저를 부르시기에 '정말 나야?'하고 의심했죠. 상을 받고 나서 자리에 앉으면서 결국 덜덜 떨려서 울었어요. 내가 뭔데 상을 받는 건가 하는 벅찬 감정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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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사진=임성균 기자


김서형이 처음으로 '봄'의 완성본을 본 것은 광주국제영화제. 당시 '봄'은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화제의 문을 열었다. '봄'의 배급이 결정되지 않았던 시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였으니 의미가 남달랐다.

"광주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제 얼굴 보고 제가 '헉!'했다니까요. 1년 만에 보는 제가 너무나 낯설었어요. 그 사이에 '기황후'와 '개과천선'을 했으니 뭔가 김서형이 아닌 것 같았죠. 도저히 볼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개봉하고 나면 극장에 혼자 앉아서 다시 편안하게 보고 싶어요."

"그 자리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자리였어요. 짠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산타바바라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어머니께 영화를 보러 함께 가자고하자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대요. 왜 내가 영화를 미국에서 봐야하니, 하고요. 감독님이 한국에서는 개봉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미국에서나마 보시길 원했던 거죠. 그 정도로 영화 상영이 될 수 있을지 정해진 것이 없었어요. 제가 심지어 배급 때문에 힘들 때 '제가 베드신이라도 할게요'라는 얘기도 했을 정도였죠."

김서형이 연기한 정숙은 점점 죽음이 가까워오며 작품에 대한 열의도, 삶에 대한 열의도 잃은 남편 준구(박용우 분)를 위해 헌신하는 아내. 무심한 남편의 태도에도 그는 묵묵히 곁을 지키고 남편을 지지한다. 이런 여인이 또 있을까 싶지만 김서형은 아버지를 보낸 기억을 통해 정숙을 이해했다.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는 슬퍼할 겨를도 없어요. 저는 남을 사람이잖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를 보니 울지 못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지금 더 많이 우세요. 그 때 느낀 것이 컸어요. 잃어보면 알되 되는 것들이 있죠. 그 앞에서는 더 힘차게 웃어주고, 남아있는 나는 희망적이라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가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또 얼마나 힘들겠어요. 가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그 마음의 고통을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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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사진=임성균 기자


SBS '아내의 유혹', '샐러리맨 초한지'의 김서형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런 정숙을 모습은 낯설 터. 김서형은 오히려 '자이언트'에서 맡았던 유경옥 역과 강한 여인이라는 면에서 닮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정숙이 제가 해보지 않은 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자이언트'에서 했던 역할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질문이 많아지니까 감독님이 '그냥 정숙은 그래. 그렇게 비우고 와'라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이건 뭐지?'하고 오히려 더 고민이 생겼어요. 정숙은 감독님 어머니를 보고 만든 캐릭터래요. 감독님의 어머니가 그랬다고 하시니 그런 여인이 있을 수 있겠다 고 이해가 됐죠."

항상 준구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던 정숙처럼 김서형에게 힘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누구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가족이다.

"실제로 힘이 되는 사람은 물론 가족이죠. 싸우고 '안 볼 거야!' 하더라도 다들 평생을 함께 살잖아요. 가족관계에서의 신뢰도 있고, 오래 봐왔던 후배나 친구들도 힘이 되고요. '봄'을 촬영 할 때요? 가장 힘이 되는 건 저였어요. 나를 믿어야만 정숙을 해낼 수 있으니까. 어떤 벽에 부딪힐 때 나와의 싸움이라는 걸 느꼈어요."

주로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을 만났던 김서형을 영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꼭 다음 영화로 인터뷰를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자 김서형도 영화를 꼭 다시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영화로 만나고 싶은데, 사실 여배우들이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아요. '봄' 이전에 '번개와 춤을' 같은 작은 작품들도 했었는데 전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꼭 관을 잡지 않더라도 영화를 계속 하고 있을 거예요. 그때 일주일을 지금도 잊지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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