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안의 MLB산책] 하늘은 왜 커쇼를 내고 또 범가너를 냈는가?

대니 안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 입력 : 2014.10.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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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대니 안의 칼럼을 싣습니다. 현재 LA에 거주중인 대니 안은 1992년부터 미국 주요매체에 메이저리그 관련 칼럼을 20년 이상 꾸준히 기고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이야기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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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 메디슨 범가너. /AFPBBNews=뉴스1








‘범가너 vs 커쇼’

둘 모두 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왼손투수다. 한 명은 올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눈부신 레귤러 시즌을 보낸 뒤 생애 3번째 사이영상 트로피와 첫 리그 MVP 트로피를 예약해 놨고, 또 한 명은 올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눈부신 포스트시즌을 보낸 뒤 생애 3번째 월드시리즈 트로피와 첫 월드시리즈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물론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와 매디슨 범가너(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자이언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해 월드시리즈는 범가너로 시작해 범가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전 선발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자이언츠에 시리즈 개막전 승리를 안긴 범가너는 5차전에선 환상적인 4피안타 완봉승의 ‘걸작’을 일궈냈고 단 이틀만 쉬고 나선 최종 7차전에선 5회말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5이닝동안 2피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구원피칭으로 시리즈 종결 세이브를 기록했다. 거인군단을 혼자 등에 업고 우승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셈이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범가너는 3게임에 나서 2승 1세이브, 21이닝 9피안타 1실점, 방어율 0.43의 성적을 남겼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다. 6차전에서 15안타로 10점을 뽑아내며 펄펄 끓어올랐지만, 7차전에서 범가너를 상대론 5이닝동안 1점도 뽑을 수 없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네드 요스트 감독은 “그를 상대론 정말 희망이 없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범가너는 또 지난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올해까지 3차례 월드시리즈에서 총 5게임에 나서 36이닝을 던지면서 단 1점만 내줬다. 월드시리즈에서 커리어 방어율이 0.25로 2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그가 던진 52.2이닝은 2001년 커트 쉴링(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기록한 48.1이닝을 넘어선 또 다른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5년 만에 3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범가너는 벌써 진행형 ‘전설’이 됐다.

올 정규시즌 커쇼가 기록한 성적은 21승3패, 방어율 1.77이다, 다승과 방어율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탈삼진 239개는 전체 7위이자 내셔널리그 3위. 그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는 바람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7게임이나 적게 던지고 기록한 것이다. 9이닝당 탈삼진 수로 보면 10.85로 역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부상만 없었다면 지난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3관왕)에 충분히 올랐을 것이다.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 역시 0.86으로 ML 전체 1위다. 4년 연속으로 메이저리그 방어율 1위를 휩쓴 것은 역사상 커쇼가 최초다.

커쇼의 활약에 힘입은 다저스는 정규시즌에서 94승68패를 기록, NL 서부지구 2위인 자이언츠(88승74패)를 6게임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디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또 올해 초 7년간 2억1,500만 달러에 다저스와 재계약했다. 투수로 사상 첫 2억 달러 이상 계약이며 평균연봉 3,07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중 누가 더 뛰어난 투수일까. 범가너의 올해 정규시즌 성적(18승10패, 방어율 2.98, 219탈삼진)은 리그 최정상급이지만 그래도 커쇼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범가너는 포스트시즌에서 커쇼와는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니 이젠 커쇼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누가 튀어나와도 범가너와 맞서기가 힘들 것이다. 전체적인 성적에선 커쇼가 단연 앞서지만 포스트시즌, 특히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보여준 범가너의 모습을 보면 선뜻 커쇼의 손을 들어주기가 힘들다. 특히 지난 2년간 커쇼가 포스트시즌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상태에선 더욱 그렇다.

이들은 나이(커쇼 26세, 범가너 25세)도 비슷하고 비슷한 체격조건의 왼손투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대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이들의 소속팀인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영원한 라이벌이다. 이들 간의 맞대결은 곧 메이저리그가 꿈꾸는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둘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 것은 지금까지 3차례 있었다.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첫 대결에선 커쇼가 승리했으나 2012년과 2013년 다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경기에선 모두 범가너가 이겼다. 과연 이들의 다음 선발대결은 언제 이뤄질까. 벌써부터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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