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떠난 자리, 이제 남겨진 사람들의 몫입니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11.0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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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신해철 영정사진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러니까 지난 6월 말께였다. 6년 만에 솔로 6집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 파트1을 들고 기자들 앞에 선 그의 얼굴엔 설렘과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조만간 파트2를 내고, 넥스트 유나이티드를 꾸려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특유의 자신만만한 모습도 잃지 않았다. 올 하반기 서태지와 맞붙는다면 승부를 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 그가 거짓말처럼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지난 22일 병원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3시간여 걸쳐 장내에 발생한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지난 27일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고 신해철, 향년 46세.


고인이 되어버린 그의 빈소에는 장례가 진행된 5일 내내 고인을 추모하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통해 광대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를 '천재 뮤지션'으로 회고했다.

고인은 생전 메탈, 록, 재즈, 발라드, 테크노, 사이키델릭, 클래식, 펑크, 국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목하고, 시도하는 실험적인 행보로 한국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서강대 재학 시절인 1988년 친구들과 함께 밴드 '무한궤도'를 결성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그대에게'는 그가 동네문구에서 산 멜로디언으로 작곡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이후 발표한 데뷔 앨범의 수록곡 '안녕'은 한국 최초로 영어 랩이 들어간 곡이었으며, 그가 결성한 밴드 넥스트의 히트곡 '도시인' 등에서는 국내 최초로 샘플링 사운드, 하우스 비트, 미디 사운드가 쓰였다.

넥스트 2,3집으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방송 활동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75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4집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제작됐으며 신해철은 국내 최초로 싱글 음반을 발매하고 당시 30만 장 이상이 팔린 기록도 갖고 있다.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던 신해철은 이제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최근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서태지, 이승환, 김종서 등과 함께한 '나인티스 아이콘'과 그룹 넥스트의 신곡들이 그의 유작이 돼버렸다. (넥스트와 서태지 측은 해당 음원들을 어떠한 식으로 발매할 지 논의하고 있다.)

이제 주옥같던 그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됐다. 각 방송사들은 여러 형태로 추모 방송을 편성하고 있으며, 고인과 음악적 인연을 맺은 대학가요제 출신들은 11월 합동 콘서트의 엔딩 곡으로 '그대에게'를 채택했다.

생전 그가 이끌어온 넥스트는 12월 말 예정된 콘서트를 고인을 추모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생전 그가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이고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라고 한 1999년 발표한 '민물장어의 꿈'은 각종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민물장어의 꿈' 가사中)

신해철은 떠났지만 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과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의 의문의 죽음을 놓고 유가족과 소속사 측은 장협착 수술을 한 S병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하고 부검을 요청한 상황이다. S병원은 유족의 대응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있다. 평소 그의 음악을 사랑한 팬들도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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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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